진짜 내가 북토크를 하다니
2024년 8월 8일 목요일에 저의 첫 에세이 <신혼이지만 각방을 씁니다>의 북토크가 있었습니다. 그날 자리를 빛내주신 분들은 총 14명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들이 모였습니다. 내심 3,4명 정도 모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제가 글쓰기 파트너로 소속되어 있는 구미 모임 '그로스맨'의 모임장님이 적극적으로 홍보해 주시고 도와주신 덕분에 제 영역 밖의 계신 분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북토크는 제 첫 북토크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남다르지만, 그것 말고도 상당히 뜻깊게 여길 만한 요소가 많은 자리였습니다.
브런치 구독자
제가 주로 글을 올리는 브런치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꾸준하게 제 글을 읽어주시던 분이 계셨습니다. 사실 이번 오프라인 북토크는 그분 때문에 성사된 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애초에 오프라인 북토크는 <신혼이지만 각방을 씁니다>의 텀블벅 펀딩을 진행하면서 추가 옵션 삼아 준비했던 건데, 그때 오프라인 북토크 신청한 분이 딱 한 분밖에 없었습니다. 그분이 바로 제 브런치 구독자분이셨어요.
만약 그분이 북토크를 신청하지 않았다면 이번 북토크는 진작에 포기했을 거라 감히 확신합니다. 약 한 달 전에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는데, 갓난아기를 두고 뭘 준비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너무 버겁더라고요.
허나, 단 한 분이라도 신청을 했으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족하더라도 해볼 수 있는 만큼은 어떡해서든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로 이번 북토크는 그 한 분을 위해 준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니 만나게 되면 너무 고맙다며 꼭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실제 마주 뵙고 직접 마음을 전하기도 했지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덕분에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얼마 전에 아빠가 됐단 소식을 아시고서는 아기옷도 선물로 주셨습니다. 선물을 받을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는데, 선물가방을 건네받는 순간 전에 없던 행복감이 고루 퍼지는 기분이 아직도 생생하게 체감되는 듯합니다. 브런치에 글 쓰기로 선택한 건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그날 자기 전까지 맘 속에서 내내 맴돌았습니다.
모임 동료분들
전 오프라인 독서모임과 온라인 글쓰기 모임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연이 닿게 된 분들이 북토크에 많이 참석해 주셨습니다. 독서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진행할 때 와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북토크에까지 와서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니 더욱 고마웠습니다.
독서모임을 함께 하고 있는 분 중 한 분이(절더러 교수님 같다고 하신) 저와 아내를 위해 책갈피도 선물해 주셨습니다. 첫 북토크인데 선물을 두 가지나 받으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전 선물 받아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근데 그건 착각일지도 모르겠어요.
글쓰기 모임은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거라 서로 지역도 다르고 해서 얼굴 볼 일은 없다고 생각했으나, 그럼에도 혹시 몰라 북토크 홍보를 했더니 하필 같은 지역에 사는 분이 계셨습니다(알고 보니 나이도 동갑). 다행히 여건도 맞았는지 기꺼이 북토크에 와주셨습니다. 서로 닉네임만 공유하는 가상의 공간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함께 있던 분이었는데, 북토크를 통하여 만나게 되니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처음 봤지만 전혀 처음 본 사이 같지가 않았습니다.
전 평소 남들한테 관심도 없고 제 할 것에만 정신 팔려 사는 놈입니다. 그런 이기적이고 별 볼 일 없는 저를 매번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어찌 보답해야 하나 걱정이 될 정도로 많은 걸 받은 것 같습니다.
북토크를 준비하기 위해 여러 정보를 알아봤지만, 북토크를 진행하는데 도움 될 만한 정보가 생각보다 별로 없었습니다. 덕분에 언제나 그랬듯 혼자 알아서 준비를 해야만 했습니다. 참 막막했지만 그냥 솔직하게 나를 보여주잔 전략을 내세우기로 하고 그에 맞게 자료를 준비했습니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분량이었습니다. 처음 하는 거다 보니 분량 계산이 안 되더라고요. 근데 막상 북토크를 진행하다 보니 말이 너무 많아졌나 봅니다. 만약 뒤에서 모임장님이 한쪽 검지손가락으로 반대편 손목을 가리키며 '시간체크' 사인을 주지 않았더라면 북토크 참석하신 분들 새벽에 집에 보낼 뻔했습니다.
가끔 제 MBTI가 'ENFJ'라는 걸 듣고는 "달보님이 'E'라고요?"라고 되물어보시는 분이 계시는데, 제 북토크레 참석하셨더라면 그 의문이 쏙 들어갔을 거라 짐작됩니다.
정말 제가 말이 쓸데없이 길었던 건지, 시간이 평소보다 쏜살같이 흘러가는 마법에 걸린 건지는 몰라도 일단 준비가 미흡하여 텅 비어버리는 구간이 생길 일은 없다고 판단되는 시점부터 여유가 생기긴 했습니다. 그 덕에 준비한 이야기를 모두 다 전해드리진 못해서 아쉽긴 해도,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으니 그러려니 넘기기로 했습니다.
<신혼이지만 각방을 씁니다>를 쓰게 된 계기는 꼭 보편적인 결혼식 문화를 따를 필요는 없으며, 선택지는 다양하며 여러 가지 힘든 일이 많아도 마음먹기에 따라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였습니다. 그에 맞게 북토크에 오신 분들에게 책에 담고자 했던 저의 마음을 고스란히 전하려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전 결혼의 본질이 '서로 잘 지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잘 지내려면 우선 각자가 알아서 잘 지낼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다만 '잘 지낸다'라는 것의 정의는 각자 다를 테니 저마다의 재정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게 있어 잘 지낸다는 건 다정한 남편으로서 그리고 한 가정을 책임지는 든든한 가장으로서 무탈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때문에 숱한 고난이 닥쳐와도 무사히 극복할 수 있도록 쉬운 길보단 힘들어도 의미 있는 경로를 택하며 살아왔습니다. 잘 지내고 싶단 염원은 게을러빠진 제가 뭘 해도 성실하고 꾸준하게 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덕분에 오늘까지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결혼하지 않고 혼자 하고 싶은 것들 자유롭게 하면서 사는 게 '잘 지낸다'로 귀결되는 분도 있을 순 있겠으나, 혹 그게 아니라면 제 책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신혼이지만 각방을 씁니다>는 겉으로 보면 단순 결혼생활에 얽힌 이야기가 실린 책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개인의 행복'에 관한 책입니다.
여하튼 브런치를 통해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그리고 이번 북토크처럼 실제 저와 만나 연이 닿는 모든 분들이 항상 건강하고 무탈하게 잘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안온하시고, 행복감이 만연한 일상을 여밀 수 있기를 먼 곳에서 응원하겠습니다.
그나저나 북토크 해보니까 좋더라고요.
또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습니다.
언제든 불러주세요.
어디든 달려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