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형의 가르침
"무지를 접하는 것이 곧 앎이다"라는 소크라테스형의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내가 책을 만나 인생이 180도 변하게 된 계기를 되돌아보았다. 그동안 내가 얻었던 깨달음 중 상당한 영향을 차지하는 건 '내가 여태까지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착각'이었다는 걸 자각한 것이다. 알고보니 당연하게만 여겨왔던 그 모든 것들은 당연한 게 아닌 것이었다. 생각할수록 당연한 것은 거의 없었다. 특히 인간들이 정한 것들 중에서는 거의 99.9%가 당연한 것이 없었다. 단지 누군가의 강한 의견이 다수의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그 믿음이 점점 덩치가 불어나 결국 진리인 것마냥 취급되고 있었던 것이다.
나도 아무 생각없이 살아왔던 시절엔 사회가 정해놓은 경로대로 따라가기 바빴다. 하지만 지금은 제대로 경로를 이탈하였다. 많은 군중 속에 나도 등떠밀리듯이 우르르 몰려가다가 뭔가 낌새를 눈치채고 혼자서 빠져나와 뒷걸음질치고 있는 기분이다. 세상살이는 항상 쉽지 않은 것이라 여겼지만, 지금와서 보니 오히려 아무 생각없이 다른 사람들처럼 어딘가에 떠밀리듯 살아가는 것이 더 편한 삶처럼 보인다. 치열한 경쟁은 피할 수 없지만 세상이 정해준 경로를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본인의 만족점만 잘 조절한다면 그리 문제도 없어보인다.
이런 깨달음은 꼭 운명처럼 다가온다. 원래부터 난 많은 사람들 속에 섞이지 못하는 기질이 들어있는지 하필 책을 읽어도 자기계발서만 지독하게 읽어왔다. 누구는 자기계발서를 어느 정도 읽고 나면 더 이상 받아들일 내용이 없다는 말도 하는데, 난 읽어도 읽어도 계속 배우고 싶은 욕망이 꺼지지가 않았다. 심지어 같은 내용이 반복해서 나오고 아무리 다른 표현을 접하더라도 결국 하나로 귀결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도 말이다.
어릴 때부터 주관이 또렷하고 자기 생각이 강한 친구가 부러웠다. 이제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힘들다고 생각했던 이전의 삶보다 더욱더 험난한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을거라 예상은 되지만, 현재의 삶이 난 왠지 더욱더 마음에 들고 에너지가 솟는 기분이다. 살아야 할 이유가 생기고 목적이 뚜렷해지는 기분이 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건 '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구나'라는 사실을 인지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컨대 이런 생활을 유지하다 보면 지금보다 훨씬 더 외로워질 가능성도 크다. 이런 주제로 대화를 나눌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왠지 지금의 내 삶이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