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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연한 출발 Apr 14. 2022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사랑의 힘

영화 <피그 Pig> 2021 리뷰


영화 <피그 Pig>2021는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인간의 삶을 지탱해 주는 것은 꿈과, 희망과 사랑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주연 니콜라스 케이지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할리우드에서 성공의 가도를 달린다. 하지만 불행한 개인사가 겹치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작을 하기 시작하는데 대부분 흥행에 실패할뿐더러 커리어를 고려하지 않은 오직 돈을 위한 작품 선택이라고 혹독한 평가를 받는다. 그 후 마이클 사노스키 신인 감독과 함께 영화 <피그>로 돌아오면서 성공적인 복귀에 성공한다. 주인공 로빈 펠드는 마치 니콜라스 케이지의 삶을 대변한다. 한때 요식업계에서 성공적인 요리사의 삶을 살았던 그는 현재 초라하지만 내면이 단단한 모습으로 숲 속에서 트러플 돼지를 키우며 살고 있다. 영리를 위해 누군가 그의 돼지를 훔치는 사건을 계기로 돌연 사회로 나와 그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영화 <피그>는 감독의 연출과 배우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다. 베일에 쌓여 있는 로빈 펠드가 아미르와 함께 돼지를 찾아 나서기 시작하면서 관객들과 아미르는 그가 누군지 알아가는 여정을 함께 한다. 감독은 영화를 3개의 파트(Part One: 시골식 버섯 타르트, Part Two: 엄마표 프렌치토스트 & 해체주의 가리비 요리, Part Three: 새 한 마리 & 술 한 병 & 소금 바게트)로 나누어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가 처음으로 만나는 남성 애드거는 50년대에 이미 무너진 포틀랜드 호텔 지하에서 여전히 파이트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로빈 펠드만큼 성공한 인물이었지만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하고 그 아래에 매몰돼 살아간다. 로빈은 정보를 얻기 위해 그가 추구하는 폭력에 자의적으로 희생하며 자존심을 내려놓는다.  

 

“네 이름이 이 사람들에게 가치 있던 때가 떠올라. 하지만 넌 이제 존재하지도 않아. 흥정할 가치도 없어”(애드거)


그가 두 번째로 만난 인물은 젊은 시절 꿈을 잊은 채 돈과 명성을 위해 요리를 하는 메인 요리사 데릭이다. 과거 자신의 밑에서 수습 요리사로 일했던 시절이 있기에 데릭의 꿈을 잘 알고 있던 로빈은 안타까워한다. 온갖 허영과 가짜로 치장된 식당에서 트렌드를 쫓아 요리하는 그에게 그의 꿈을 대신 일러준다. 


“이것들은 진짜가 아니야. 왜냐하면 음식이, 요리가 진짜가 아닌데, 왜 이 사람들에게 신경 쓰지? 자네 조차도 진짜가 아닌데. 데릭, 진짜 소중한 건 쉽게 없어지지 않아.” 


 애드거와 데릭은 타인의 평가와 관심의 정도로 자신의 가치를 판단한다. 애드거는 대중에게 잊힌 사람은 아무 존재 가치가 없다고 말하고 데릭은 그렇기 때문에 꿈을 포기한 채 트렌드를 쫓으며 평론가의 평가에 연연하는 요리를 한다. 반면 로빈 펠드는 그들이 추구하는 것들과 정반대의 것을 품고 있다. 겉모습은 더럽고, 피떡으로 얼룩진 얼굴을 씻지도 않고 도시를 활보하지만 모두에게 잊힐 것을 두려워하는 대신 자신이 모두를 기억하는 사람이다.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요리를 했기 때문에 그가 사라진 다음에도 그에 대한 평판이 이어질 수 있었다. 


 로빈이 세 번째로 만나는 인물은 트러플 메뉴로 새로운 겨울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사업가 다리우스였다. 로빈은 돼지를 훔쳐오도록 명령한 장본인을 만나지만 그는 돈으로 다시 새 돼지를 사라며 돌려주기를 거부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과 트러플 버섯을 거래하던 아미르가 다리우스의 아들임을 알게 되고 아미르 또한 이 사건에 연루된 것이라고 생각한 로빈은 그를 멀리한다. 하지만 아미르 역시 가족애를 상실한 청년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사랑과 관심을 받기 위해 발버둥 치며 갈구했고 아버지를 뛰어넘는다면 그것들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그것이 잘못된 방법이라는 것을 로빈을 만나며 깨우치게 된다. 다리우스 가족에게 유일하게 행복한 기억으로 남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미르가 어린 시절 다리우스와 아내가 로빈이 일하는 식당에서 그가 해준 요리를 먹고 하루 내내 행복해했다는 것뿐이었다. 아미르는 로빈과 함께하는 여정에서 그의 신뢰와 믿음을 얻으며 그 가치를 하나씩 일깨워간다. 로빈은 과거에 자신이 다리우스 부부에게 해줬던 요리를 기억하고 저녁 식사를 대접한다. 로빈이 대접한 음식 맛에 그때의 행복을 다시 추억한 다리우스는 결국 굴복하고 로빈이 찾던 돼지를 데려오는 과정에서 죽었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로빈의 여정은 끝난다.


 “트러플 찾는데 돼지는 필요 없어. 나무가 말해주지”(로빈 펠드)
“그럼 이제까지 왜 그런 거예요?”(아미르)
“그 아이(돼지)를 사랑하니까”(로빈 펠드)


 행복했던 요리사로서의 삶을 등지고 숲으로 들어간 시기는 아내 로리가 죽고 나서 일 것이다. 물질적인 풍요보다 사랑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했던 로빈에게 아내의 상실은 큰 충격이었고, 다른 형태로 아내의 빈자리를 채워주던 트러플 돼지의 죽음은 아내의 죽음을 직면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해 주었다. 아내의 죽음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로빈은 회피하는 삶을 살아왔지만 모든 여정을 끝내고 돌아와 아내의 목소리가 담긴 카세트테이프를 가장 먼저 틀며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자유로워진다. 로빈은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회피한다면 그것은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왔지만, 그가 돼지를 찾아 나선 여정은 문제를 직시하고 그것을 마주하는 능동적인 행위였다. 아미르는 로빈과 반대로 살아계신 어머니를 죽은 사람으로 치부하며 현실을 회피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미르 또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로빈이 집으로 돌아와 로리의 목소리가 담긴 카세트테이프를 틀고 생일 축하 노래를 듣는 것처럼, 아미르는 어머니가 누워있는 병원으로 가 문을 열고 어머니의 얼굴을 마주할 것이다. 둘은 그렇게 사랑을 회복한다.

"무슨 생각하세요?"(아미르)
"무슨 생각하냐면… 만약 내가 그 아이(아내, 돼지)를 찾아 나서지 않았으면 내 머릿속에서는 살아 있었을 거라는 거야…"(로빈 펠드)
"그래도 죽었어요. 죽은 거예요"(아미르)


 영화는 요식업계를 배경으로 인간의 허영심과 물질적인 욕심으로 가득 찬 현대 사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 가운데 인간이 지키고 보호해야 할 가치는 꿈과 사랑과 가족이라고 영화는 말한다. 로빈 펠드의 삶은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의 삶과 오마주 되며 한층 깊어진 그의 연기를 돋보이게 해 주며 진실성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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