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폴: 디렉터스 컷>2024 재개봉 리뷰
1920년대 미국 할리우드 무성 영화에 출연한 스턴트맨 로이는 주인공 대역으로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을 촬영하다 척추가 손상돼 하반신 마비로 병원에 입원한다. 한편 오렌지 농장에서 팔을 다쳐 병원에 입원해 있던 5살 소녀 알렉산드리아는 친한 간호사에게 몰래 주려던 쪽지를 로이가 들고 있는 것을 보고는 빼앗는다. 로이는 알렉산드리아에게 다섯 무법자가 주인공인 대서사시를 들려주며 두 사람은 모험과 신비의 세계로 향한다.
영화 <더 폴: 디렉터스 컷>에는 크게 두 가지 이야기가 존재한다. 첫 번째는 로이와 알렉산드리아가 병원에서 겪는 이야기이며 두 번째는 로이가 알렉산드리아에게 들려주는 대서사시다. 로이는 촬영 중이던 영화와 그의 현재 처지를 섞어 에픽(서사시)을 지어낸다. 5명의 무법자는 그가 촬영 중이던 무성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구성이며 그중 주인공인 복면 무법자는 바로 자신이다. 그들이 처치하려는 단 한 명의 악당은 스턴트맨인 그가 대역을 맡아 돋보이게 만들어줘야 했던 주연 배우 오디어스다. 로이는 스턴트 액션 중 부상을 당해 하반신 마비가 됐지만 오디어스와 제작자들은 적정한 수준의 보상금으로 무마하려 했기 때문이다. 상상력이 풍부했던 어린 소녀 알렉산드리아는 복면 무법자와 동료들이 오디어스 총독에게 복수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흥미로운 이야기에 흠뻑 빠지고, 이야기를 계속 듣기 위해 로이의 부탁을 들어주다 결국 사고를 당한다.
영화 <더 폴>은 추락과 자기 치유에 관한 이야기다. 로이의 사랑했던 연인의 상실과, 알렉산드리아의 아버지가 살해당한 가족의 상실은 영화의 추락을 상징한다. 이 영화가 자기 치유의 결말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각자의 상처를 반영했던 이야기 안에서 동시에 가치의 전환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로이는 처음부터 알렉산드리아에게 이야기의 전부를 들려줄 계획이 아니었다. 원하는 것을 얻게 되면 더 이상 들려줄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계획이 틀어지면서 결국 알렉산드리아에게 남은 뒷이야기까지 들려주게 되는데 5인의 무법자들이 오디어스에게 패배해 모두 죽는 비극적인 결말로 이야기를 끝맺으려 한다. 오디어스에게 저항하지 못할 만큼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렉산드리아는 직접 이야기에 개입해 자신을 상징하는 6번째 무법자를 만들어냈고, 복면 무법자에게 딸을 생각하라고 응원하며 이야기의 해피엔딩을 애원한다. 실제 로이에게는 딸이 없었지만 알렉산드리아가 아버지의 부재를 로이와 이야기에 투영한 결과다. 마침내 로이와 알렉산드리아는 서로의 도움으로 자신들을 괴롭히던 부정적인 가치를 버리고 극복함으로써 서로를 구원하게 된다.
스토리텔링은 인간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구원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더 폴: 디렉터스 컷>2024에서 로이는 신화적 이야기 구성을 통해 자기 삶의 대서사시를 완성했고,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2021 주인공 가후쿠는 체호프의 희곡 <바냐 아저씨>를 연기하며 상처를 치유했다. 2021년 <드라이브 마이 카> 개봉 시기 즈음부터 인간의 내면을 치유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영화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그보다 이른 2009년 개봉했던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의 진정한 면모를 즐기기에 지금이 가장 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