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쇼잉 업>2025 에세이
리지(미셸 윌리엄스)는 예술 대학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조각 예술가다. 그녀는 전시회를 앞두고 신경이 예민하지만 그녀 주변에는 온통 신경 쓸 일 투성이다. 우선 옆집에 사는 조(홍 차우)는 친구이자 예술가 동료이며 그녀가 월세로 사는 집주인인데 온갖 핑계를 대며 2주째 나오지 않는 온수를 수리하지 않는다. 그녀는 조를 이해할 수 없는데, 전시회 때문에 바쁘다지만 나무에 타이어를 매달아 그네를 타고, 친구들을 불러 밤새 파티를 열고 남자와 즐길 시간은 있지만 온수는 고쳐주지 않는다. 리지는 조를 보채지 못한다. 조가 준비하고 있는 전시회는 두 사람이 함께 졸업한 대학이 자랑하고 예술계가 주목하는 아주 중요한 전시회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집에 낯선 여행객들을 들여 며칠 함께 살겠다고 선언하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오빠 숀은 집 밖으로 나오지 않으며 돌발 행동을 한다. 그녀가 보기에 그들을 가만히 놔두라는 어머니는 남편과 자식에게 너무 무심하다. 어느 날 밤, 리지의 집에 비둘기 한 마리가 창문으로 들어오는데 그녀의 고양이가 비둘기를 공격해 날개가 부러진다. 리지는 비둘기에게 미안함과 끔찍함을 동시에 느끼며 쓰레받기에 담아 창밖으로 던져 버린다. 그런데 다음 날 조가 불쌍한 새를 주웠다며 박스 안에 그 비둘기를 고이 담아 함께 돌볼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이내 조는 비둘기에 무심해지고 새를 성심성의껏 돌보는 것은 리지의 일이 된다. 리지는 전시회에 전시할 인물 조각상을 더 만들어야 하지만 이런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주인공 리지는 조와 반대 성격이다. 조는 내가 생각하는 진짜 예술가처럼 다소 엉뚱하고, 파티를 즐기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넘치고, 마치 현실과 동떨어진 듯 겉으로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추상적 작품을 만든다. 리지는 창작 활동에 대한 고뇌보다는 그녀 주변의 현실적인 걱정들이 더 컸다. 그럼에도 그녀는 핑계 대지 않고 개인 공방에 앉아 작업한다. 그녀는 한껏 찌부러진 미간을 필 새도 없이 작품 앞에 앉아 고요함 속에서 찰흙 조각을 손가락으로 주물럭거리며 조각한다. 나는 리지에게서 나의 모습을 찾으면서도 그녀에게 배울 점을 찾는다.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하지만 돈벌이가 마땅치 않았고, 아버지는 점점 작은 소리는 잘 듣지 못하셨고, 친구들은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나는 연애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글을 쓰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다. 하지만 시작하지 못하는 날들이 더 많았다. 내가 쓴 글은 어떤 가치를 가질지 고민하다 리지를 만났다. 리지가 만든 모든 인물 조각상들은 화려하고 또한 투박하지만 리지의 삶을 알고 나서 그녀의 작품을 보면 모두 개별적이고 고유한 그녀의 작품임을 느낄 수 있다. 리지의 조각들은 화덕에 굽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때 사람이 컨트롤할 수 없는 우연의 결과(높은 온도)로 조각상의 얼굴이 검게 그을리지만 그녀는 그것을 흠으로 생각하지 않고 다른 것들과 함께 나란히 전시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비둘기는 어느새 날개를 퍼덕이며 리지의 전시장을 벗어나 날아간다. 온수 문제로 폭발해 다퉜던 두 사람은 언제 싸웠냐는 듯 나란히 집으로 향한다. 전혀 다른 성향의 두 사람이 화해하는 결말을 보면서 나는 위로를 받는다. 날개 다친 비둘기가 상처가 있는 나라고 한다면 나는 리지와 조 둘 다 필요하다. 비둘기가 살 수 있었던 이유는 조의 별난 성격이 날지 못해 죽을 뻔한 비둘기를 거뒀고, 리지는 -비둘기를 창밖으로 버렸었지만- 비둘기에게 줄 밥을 사고 거금을 들여 병원에 데려가 진료를 받고 조용한 곳에서 상처를 회복할 수 있도록 그녀의 곁을 내어줬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흔하고 보잘것없는 비둘기를 병원에 데려갔다며 비웃기도 했지만. 창작자로서 리지와 조 모습을 보며 각자의 꼴을 한 작품들이 세상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나의 글이 누군가의 다친 날개를 치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