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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Jan 22. 2019

0. 덕통사고

방탄소년단 덕후 일기 0

 

 회사 생활 7년차.

 직급은 사원(우리 회사는 12년차에 겨우 차장 대우가 된다).

 업무량과 책임감은 증가하지만 그에 맞춰 지갑은 비어가는 이 시대의 청춘.

 취미도 딱히 없고 퇴근 후 혼술 한 잔 하는 게 유일한 낙인,

 그저 그런 평범한 사람.     


 그런 내게 내 삶의 이유를 증명하는 이름 하나가 새겨졌다. 예고도 없이 툭 하고.     


 시작은 사소했다.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되는, 가볍게 휘발되는 프로그램을 챙겨보기 위해(텔레비전을 보면서 머리 아프기 싫으니까 이런 류의 프로그램만 챙겨보게 된 지 꽤 되었다) 여느 때처럼 혼술상을 펴놓고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던 중이었다. <아는 형님>이란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방탄소년단이 나왔다. 음악방송도 보지 않고 인터넷이라곤 여행 카페나 들어가던 내게 방탄소년단은 이름만 아는 가수였다. ‘이름만 들어봤지 제대로 보는 건 처음이네’ 하며 오늘은 이걸 봐야겠다 하고 술 한 잔에 피자를 오물대는데 어라? 다들 좀 귀엽다. 광주, 대구, 부산, 거창 등 고향도 제각각에 얼굴도 다 잘생겼는데, 갑자기 아무렇지 않게 윙크를 날리질 않나 서태지와 아이들의 <이 밤이 깊어가지만>에 맞춰 수려하게 춤을 추질 않나, 퍼즐 맞추기 게임을 하는데 예능감도 상당하다. 저 노란 머리인 친구가 지민이고, 민트색 머리는 슈가구나.     


 호기심이 일었다.     


 바로 핸드폰을 켜 유튜브 검색창에 방탄소년단을 검색했다. 뮤직비디오, 무대 영상, 팬메이드 영상 등 가짓수도 많은데 조회수 자체가 백만 단위는 기본이다. 어라? 이렇게 유명하단 말이야? 몇 번의 클릭으로 영상을 봤다. 와인 몇 잔을 마셨더니 음악에 절로 흥이 난다. 어라? 무대를 이렇게 열심히 한다고? 안무 자체도 보통 어려운 게 아닌데 다들 몸이 부서져라 춤을 춘다. 노래를 표현하는 표정도 좋고 탈진할 듯 열심히 하는데 또 대기실 촬영 영상에선 서로 천진난만하게 웃고 장난친다.     


 그 순간 팟.

 방금 뭔가 관통했다.     


 맞다. 덕통사고. 방금 그거 당했다.     


 차가 반파되는 교통사고에 버금 가는 충격으로 나는 그 즉시 방탄소년단 팬이 되었고 2019년 지금, 나는 팬에서 덕후로 레벨업했다.      


 지금부턴 방탄소년단의 늦덕으로 그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좇기 위한 집착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고자 한다.


 내 나이 3n살. 방탄소년단 덕후가 되었다.          



 * 방탄소년단의 이름을 지우고 당신의 최애돌의 이름을 넣는다면 언제든 당신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보편적 덕질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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