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하면 떠 오르는 노래들, 보라카이를 추억하며, 뜨는 해와 지는 해
노을 하면 떠 오르는 노래들
붉게 물든 노을 바라보면 슬픈 그대 얼굴 생각이나
고개 숙이네 눈물 흘러 아무 말할 수가 없지만
난 너를 사랑하네! 이 세상은 너뿐이야 소리쳐 부르지만
저 대답 없는 노을만 붉게 타는데
그 세월 속에 잊어야 할 기억들이 다시 생각나면
눈감아요. 소리 없이 그 이름 불러요
아름다웠던 그대 모습 다시 볼 수 없는 것 알아요
후회 없어 저 타는 노을 붉은 노을처럼
난 너를 사랑하네! 이 세상은 너뿐이야 소리쳐 부르지만
저 대답 없는 노을만 붉게 타는데
(중략)
-붉은 노을 이문세-
서쪽 하늘로 노을은 지고
이젠 슬픔이 돼버린 그대를
다시 부를 수 없을 것 같아
또 한 번 불러보네
소리쳐 불러도 늘 허공에
부서져 돌아오는 너의 이름
이제 더 견딜 힘조차 없게
날 버려두고 가지
사랑하는 날 떠나가는 날
하늘도 슬퍼서 울어주던 날
빗속에서 떠날 나였음을 넌
알고 있는 듯이
비가 오는 날엔
난 항상 널 그리워해
언젠간 널 다시 만나는
그날을 기다리며
비 내린 하늘은
왜 그리 날 슬프게 해
흩어진 내 눈물로
널 잊고 싶은데
(중략)
-서쪽 하늘 이승철-
노을 하면 떠오르는 노래들의 가사. 이문세의 ‘붉은 노을’과 이승철의 ‘서쪽 하늘’이다.
두 곡이 이별을 담은 가사이지만 이문세의 노래는 경쾌한 리듬감 때문인지 아쉽고 슬프기보다는 좋은 기억이 더 많이 생각이 난다.
펠릭스 발로통의 그림을 보면 슬프고 정적인 느낌이 든다. 오렌지와 보라색의 하늘에 가운데 노란 동그라미. 오렌지의 이글거리는 뜨거움보다 따뜻하지만 외로운 느낌이 강하게 다가온다. 저 멀리에 나무 뒤로 보이는 섬과 함께.
노을을 표현한다면 그러데이션으로 표현할 것 같은데 색의 가로 분할이지만 이질적이지 않았다.
또한 야자수가 있어야 할 것 같은 자리에 그냥 나무가 이상하지 않았다. 특히나 이승철의 서쪽 하늘이란 곡이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청연’이란 영화의 OST였던 서쪽 하늘. 영화의 주인공들이었던 장진영과 김주혁이 하늘나라에 있어 더 아련하고 외로운 느낌이 강하게 온 것 같다. 이 노래를 들으며 글을 쓰는 지금 또 한 사람이 생각이 난다. 나의 시엄마.
보라카이를 추억하며
2015년 3월을 잊을 수가 없다. 나에게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던 중 위암 2기라는 진단을 받고 준비하던 일을 멈추고 갑자기 수술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의 삶의 질이 현저히 틀려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다만 이렇게라도 발견하고 수술을 받을 수 있음에 감사했고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갈수록 야위어 갔고 7~8kg의 체중 감량이 될 거 다 얘기했지만 난 12kg이 빠졌다. 결혼 후 몸무게 앞자리를 4자로 가져본 적이 없었는데 자동 다이어트는 되었지만, 체력과 기력은 그 당시 60대 후반의 친정엄마보다도 못했다.
3월 수술 후 두 계절을 보내고 내 생일 무렵 아버님이 그동안 힘든 시간이었으니 바람이라도 쏘이고 오라며 여행을 제안하셨다. 11월의 시어머님과의 여행. 수술 후 6개월이 지났기에 비행기를 타는 것에 문제는 없었다.
우리나라는 겨울을 향해 가는 시점이라 따뜻한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 당시 필리핀의 인기 여행지 중 한 곳이었던 보라카이를 선택했다. 난 어머님을 엄마라고 불렀다, 항상 어머님은 본인을 지칭할 때 엄마라고 하셨더랬다. 2015년 11월 첫눈이 내리던 날 엄마와 아버님 사무실의 일을 봐주시는 경리 언니와 함께 여자 셋의 해외여행은 시작되었다.
이른 아침 비행기에 올라 점심이 지난 시간 필리핀의 칼리보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후끈한 공기가 더운 나라에 왔음을 실감케 했다. 다만 국제공항인 곳이 한국의 버스 터미널보다도 못했다.
입국 심사에서 면세점에서 사서 나간 물건을 트집 잡았다. 다 펼치고 설명하고 나서야 통과가 되었다.
마중 나온 가이드는 여성 두 분이셨다. 현지에 상주하시는 한국인 가이드와 필리핀 가이드.
성함은 기억할 수 없지만 필리핀 가이드가 내 컨디션에 따라 세심히 살펴주고 도움을 주었던 건 기억이 난다. 공항에서 보라카이까지는 차로 두 시간가량을 달리고 배로 들어가는 섬이었다. 위가 좋지 못한 나는 두 시간 동안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멀미로 여행의 시작부터 초주검이 되었다. 가이드가 내 등도 쓸어주고 두들겨 주고 손도 주물러주고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보라카이에서 있는 동안은 여유로웠다. 휴양지여서 급하게 다닐 일도 없고 툭툭이라 불리는 트라이시클을 타면 섬의 어디든 갈 수 있다. 바닷가가 있는 곳이니 물에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았다.
기억에 남는 건 뭐니 뭐니 해도 저녁의 일몰이다. 지는 해를 감상하기 위해 일몰 세일링이 인기다.
해변에서 바다를 배경 삼아 떠 있는 배와 함께 지는 해를 한 컷에 담기 위해 셔터를 눌러댄다.
이때는 시엄마가 내 곁을 떠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또한 이 여행이 다른 식구들 없이 하는 고부 사이의 첫 여행이자 마지막 여행이 될 줄도 몰랐다. 주홍빛 노을이 지는 화이트 비치에서 엄마랑 찍었던 사진을 꺼내본다.
펠릭스 발로통의 그림을 통해 기억해 낸다. 지금은 내 옆에 안 계시지만 건강했던 엄마를 지는 해는 쓸쓸했으나 한없이 인자하고 화사했던 엄마의 미소를.
뜨는 해와 지는 해
일출과 일몰. 뜨는 해와 지는 해이다. 같은 해이지만 그 느낌은 사뭇 다르다.
뜨는 해는 웅장함과 힘이 있다. 여명이 주는 색감은 붉은 기운이 더 가득해서 에너지가 충만한 느낌이다.
지는 해는 하루를 마감하는 때여서일까 차분함으로 다가온다. 석양빛은 오로라처럼 신비롭다.
펠릭스 발로통의 <오렌지와 보랏빛의 하늘, 그레이스에서의 노을>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지는 해일 것 같다.
오렌지색과 보라색, 진한 핑크의 조합이 오묘하고 신비롭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어, 내가 지는 해가 될 즈음엔 차분하되 힘이 없이 지친 기색이 아닌 석양빛의 오묘함과 안정됨으로 기억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