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같은 MBTI의 비밀
요즘 MBTI가 유행이다. 처음 만나도 MBTI를 묻고, 회의나 콘퍼런스 등 공적인 자리에서도 긴장을 풀기 위해 MBTI 이야기를 꺼내는 경우가 많다. 나는 INFP, 너는 ENTP... 물론 사람의 성격을 구분하는 게 그리 좋은 것 같지는 않다만, 흥미롭기는 하다. 나는 INTJ로, 내향적이며 지적이고 이론을 좋아한다. 머리털 나고 들어온 이야기가 '지적이다' 임을 감안하면 정확한 것 같기도. 가끔 소름이 돋는다.
그렇다면, 연애와 관계에 적용해 보면 어떠할까? 아마 같은 MBTI 거나 최소한 몇 글자는 같아야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 세상에 모든 이치는 통하기 마련이다. +극은 -에게, 음(陰)은 양(陽)에 끌리며, 물은 높은 곳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사람도 똑같다. '가장 잘 어울리는 MBTI'는 반대인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표에 따르면 외향(E)은 내향(I)에게, 이성(T)은 감성(F)에게 끌린다. 심지어 천생연분이라는 MBTI는 나와는 완전히 반대인 사람으로 나왔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사실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만약 두 사람 모두 외향이라면 들어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어쩌면 자기 말만 하다가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다. 둘 다 I라면, 좀 어색해진다. 먼저 말을 하기는 좀 그런데 상대도 입을 열지 않으니 그야말로 난감 그 자체. 나를 포함해 3명 다 I(내향)인 조에 들어갔더니 끝날 때까지 모두 침묵을 지키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했다. 물론 조별 과제는 상관없지만, 연인이라면 상당히 힘들 것이다.
이성(T)과 감성(F)도 비슷하다. 물론 견해 차이로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지만, 좋은 시너지 역시 낼 수 있을 것이다. MBTI가 감성인 사람은 이성적인 사람에게 부족한 감성을 채워줄 수 있다. 영화 평론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이성(T)적인 사람이 영화를 논리적을 분석한 초안에 F만의 감성을 더한다면, 그 글은 완벽해질 수 있다. 입이 있으면 귀가 필요하고, 이성에게는 감성이 필요하다. 결국 반대인 MBTI에게 끌리게 되는 것이다.
못 믿겠는가? 그럼 간단한 실험을 해 보자.
각각의 MBTI 요소에 서로 보색을 맞췄다. 보색은 색상 대비를 이루는 한 쌍의 색으로, 위 그림에서는 성격도 대비된다. 외향(E)이 빨강이면 내향(I)은 파란색인 식이다.
모든 MBTI는 4가지의 글자로 이루어졌으니, 각 글자에 해당하는 4가지의 색을 조합하면 한 MBTI의 색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색을 균일하게 섞었더니 위와 같았다. 확실히 I는 파란색, E는 붉은색 계열이다.
그리고 조사를 통해 얻은 잘 어울리는 조합을 서로 마주 보게 배치시켰더니 위와 같았다. 각 쌍들은 대체로 보색을 띠고 있었는데, 결국 서로 다른 상대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증거가 된다. 보색에 성격을 맞추었으니 서로 대비되는 성격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뭔가 익숙하지 않은가? 저 원을 일자로 펴면 무지개가 된다. 하늘에 뜨는 무지개 말이다. 위의 실험을 따라오다 보면 결국 무지개에는 사랑의 비밀이 담겼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늘을 보면 사랑의 방법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세상의 모든 이치는 서로 이어진다는 것이 새삼 실감 난다. '사랑의 답은 하늘에 있다'니, 이렇게 아름다운 일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은 것 같다. 소개팅이나 맞선에는 주로 외향적인 사람들이 나오고, 내향적인 사람들은 고독을 즐기다 보니 서로 만나기는 힘들다. 그래서 내향이든, 외향이든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것 같다. 사람을 즐기는 외향인은 가끔 도서관에서 휴식하고, 내향인은 집에서 나와 사교 모임에도 참석하면 좋을 것이다. 결국 틀에서 벗어나면 이른바 '자만추'도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아, 공원에서 글을 쓰는데 청설모 한 마리가 맛난 도토리를 들고 지나간다.
녀석, 오늘 포식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