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소개팅을 주선하다
며칠 전 중국인들에게 '자만추'와 '인만추'를 소개하는 일이 있었다. 두 단어 모두 한자어가 많이 들어가서 번역에 큰 어려움은 없었으나 역시 신기해하는 눈치였다. 자만추는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인만추는 '인위적인 만남 추구'의 줄임말이다. 요즘 20대를 중심으로 펴져가고 있는 용어인데 한국에 유학 오는 중국인들도 한국 생활(?)을 잘하려면 알아두긴 해야 할 것 같다.
그럼 중국인들은 자만추와 인만추 중 어느 것을 더 많이 할까? 만약 '연애'라면 아마 자만추가 우세할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 이후로 남녀 구별이 뚜렷한 국내 학교와 달리 중국은 대부분이 공학, 합반이다. 그래서 태어나서 성인에 이르는 기간 동안 남녀가 함께 있는 시간이 한국보다 많다. 자만추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률적으로 높은 것이다.
그러나 중국 지인에 따르면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그는 중국의 경우 연애에 대한 단속히 엄격해서 만약 적발이 될 경우 무거운 벌에 처해진다고 한다. 또 교육과정이 상당히 유동적인 국내와는 달리 중국은 아침 체조부터 낮잠 시간까지 세세히 일정이 정해져 있어 여유로운 시간도 훨씬 적을 것이다. 하지만 규정만으로 막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이미 눈이 맞은 학생들은 아마 옥상에서라도 만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혼'의 측면에서 따져보자면 인만추가 성행하고 있다.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정부 주도'가 일부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 기사에서는 성(省) 정부에서 소개팅 앱을 만들어 보급하고 있는데 성과가 제법 있다고 한다. 물론 그것은 아마 저출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의 청년들도 높아지는 물가와 취업난 등으로 이성 교제를 꺼리고 있다. 그런데 사설 소개팅 앱이나 맞선은 무언가 불안하니, 정부의 인증을 받은 앱을 이용하는 것이 차라리 안심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일부 커플의 경우 이벤트부터 신혼여행까지 정부에서 부담하니 그야말로 '복지 인만추'다. 좋은지 나쁜지를 떠나 참신한 아이디어임에는 분명하다.
필자는 한 과제에서 자만추는 힘들다고 주장했다. 처음부터 연애를 전제로 하지 않은 만큼 용기가 필요하고, 때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이다. 그러자 교수님의 즉각적인 반박이 돌아왔다. 노력이 드는 게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니, 수정하라고 하셨다. 맞는 말이다. 거친 땅도 사람이 다니면 길로 변하는 것처럼, 무엇이라도 하면 충분히 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역시 머리가 아프다. 자만추, 인만추, 거기다 학업에 대외활동까지 생각한다면 번뇌가 따로 없을 지경이다. 그래서 난 잠시 내려놓고 자연을 선택했다. 복잡한 일상 속에서 벗어나 자연을 벗 삼고 술 한잔을 한다면 어떠하겠는가? 마치 당나라, 송나라의 선현들처럼. 그러다 보면 머릿속의 고뇌가 사라지고, 저절로 자만추도 될지 모른다. 휴식과 안정은 덤이다.
아, 공원에서 글을 쓰는데 청설모 한 마리가 황급히 지나갔다. 손에 맛난 도토리를 들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