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미안해
둘째 아들 유민이의 장애 심사 서류를 넣고 기다린 지 한 달이 조금 지난 오늘 <장애정도결정서>를 등기로 받았다. 심사 결정 내용을 보니 글이 좀 어렵긴 하지만 장애로 판정이 났다는 내용 같다. 그래도 혹시 몰라 주민센터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장애 확정을 받은 게 맞단다. 곧 복지카드를 신청하러 가야 한다.
임신 8개월 몸무게 894g의 이른둥이로 태어나 고압 산소와 수술, 수많은 약물치료로 엄마 품에 안겨 젖 한 번 못 먹고 인큐베이터에서 오랜 시간 있었던 아들, 유민이. 그 후 수많은 입퇴원을 반복하며 생사를 넘긴 시간들. 그저 살아준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다행이다 생각해 또래보다 느려도 그저 조금 느리겠지, 느려도 따라가겠지라고만 생각했었다. 육체적인 성장도 느렸지만 지적인 부분이 친구들과 점점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이후 중학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지능검사를 받게 됐고 검사 결과 특수학급대상자가 되었다. 그리고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상담 끝에 특수학급으로 가게 되었고 병원과 학교에서 받은 서류를 준비해 주민센터에 장애 판정을 신청했다. 그리고 오늘 장애정도결정서를 받게 됐다. 우리 부부는 꼭 복지카드를 받고 싶었다. 복지카드를 받아야 현재 다니고 있는 심리상담센터에서 교육비 지원을 받을 수 있고 향후 군 면제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장애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사랑스러운 내 새끼가 평범했으면 싶었다. 장애인으로 판정을 받는다는 것이 한편으론 감사하지만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 마냥 좋지는 않았다. 물론 나라에서 판정을 하든지 안 하든지 유민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부모로서 유민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이렇게 지금까지 잘 따라와 주고 견뎌준 유민이가 자랑스럽고 고맙다. 그동안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얼마나 친구가 간절했을까. 얼마나 학교 생활을 잘하고 싶었을까. 아침에 학교 앞에 가면 많은 학생들이 아무렇지 않게 평범하게 등교하는데 유민이는 그 틈에서 그 평범한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마음이 저며온다.
앞으로 유민이가 눈높이에 맞는 교육을 받고 조금씩 좋아져서 평범함에 이르면 좋겠다. 행여 그렇게 되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삶을 잘 이끌어 가고 즐겁고 유쾌하게 세상을 살아가길 바라고 바라고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