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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pitalEDGE Nov 05. 2024

성큼 다가온 로보택시 시대, 골드만삭스의 7년 전 예측

로보택시가 게임체인저가 되기 위한 조건

테슬라, 웨이모 그리고 위라이드(WeRide)


무려 7년 만입니다. 2017년 올해의 트렌드로 '자율주행'이 선정된 이후 7년 만에 관련 뉴스가 다시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2주 전 테슬라가 'We, Robot' 행사를 통해 로보택시 프로토타입을 선보이며 포문을 열었고, 지난주에는 알파벳의 자회사 웨이모(Waymo)가 7조 원 규모의 신규 자금 조달을 완료했습니다. 여기에 중국의 자율주행 스타트업 위라이드(WeRide)가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며 모빌리티 업계는 오랜만에 트렌드의 중심에 섰습니다.

테슬라 '사이버캡'

가트너의 기술 버블의 사이클로 살펴보면, 자율주행은 흥미로운 변곡점을 지나고 있습니다. 2017년 구글의 자율주행 프로젝트, 그리고 GM의 크루즈 인수 등이 이어지며 '과장된 기대의 정점'을 찍었다면, 이후 우버의 자율주행차 사업 및 Zoox의 매각이 이어지며 2018년에서 22년까지 '환멸의 계곡'을 지났습니다. 그리고 2024년 웨이모와 크루즈의 실제 상용 서비스 운영, 대규모 투자 재개와 기업공개 등을 통해 '계몽의 경사면' 단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Gartner Hype Cycle 2017


Gartner Hype Cycle 2023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이 마침내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는 기대감도 있지만 여전히 모빌리티 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우려가 공존하는 모습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테슬라는 지난 10일 'We, Robot' 행사에서 운전대와 페달, 충전 플러그가 없는 완전 자율주행 무인 로보택시 '사이버캡(Cybercab)'을 공개했지만, 구체적인 사업 모델 부재를 지적하는 투자자들의 실망감으로 주가는 하루 만에 10%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한 가지 분명해진 것이 있습니다. 바로 로보택시가 도로를 점령할 시기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까워졌다는 점입니다.


이에 오늘 WeeklyEDGE에서는 모빌리티 혁신이 막 태동하던 2017년 골드만삭스가 발표했던 'Rethinking Mobility' 보고서를 다시 살펴보고자 합니다.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때로 과거로 돌아가 상상력이 가장 충만했던 시기의 아이디어들을 되짚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과연 2017년 골드만삭스의 전망은 2024년 현재 우리에게 어떤 통찰을 제공할 수 있을까요? 



클라우드 모빌리티, 로보택시 시대의 전제 조건 


Rethinking Mobility (Goldman Sachs, 2017)


골드만삭스는 2017년 당시 2030년까지 글로벌 차량 호출 (Ride-hailing) 시장 규모가 연간 3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였습니다. 그렇다면 2024년인 지금 시장은 어느 정도까지 성장했을까요? 집계 기관마다 수치는 일부 차이가 나지만 현재 150조 원을 넘어서는 시장으로 성장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우버의 연간 차량 호출 관련 매출은 2023년 20조 원을 돌파하였습니다.


2017년 골드만삭스는 '클라우드 모빌리티'란 개념을 들고나왔습니다. 사람과 물건의 이동을 위해 차량을 소유하는 시대를 넘어 필요한 만큼 차량 서비스를 이용하고 요금을 지불하는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용한 만큼 지불하는 (Pay-as-you-go)' 모빌리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람, 물건, 서비스를 이동시키기 위해 차량을 소유해야 하는 세계에서, 단일 여정 또는 '모빌리티 패킷'을 '입찰'하고 사용한 만큼 지불하는 세계로 전환이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비용뿐만 아니라 편의성에 관한 것입니다. 

우버와 디디추싱 같은 차량 호출 서비스는 본질적으로 '클라우드' 모빌리티 네트워크를 발명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택시와 같은 특정 서비스에 A에서 B로 이동을 요청하는 반면, 앞으로는 A에서 B로 이동을 요청하면 '클라우드'가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세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결국 '어그리게이터' 서비스가 소비자의 접점이 될 것입니다. 라이드 쉐어링, 대중교통, 그리고 잠재적으로 자전거 대여 및 기타 옵션을 포함한 모빌리티 슈퍼앱 등장이 머지 않았습니다.

Rethinking Mobility, Goldman Sachs (2017)
카카오T 앱 화면

국내 상황도 예외는 아닙니다. 카카오T에 접속하면 이제 단순한 택시 호출 서비스를 넘어선 모빌리티 서비스 어그리게이터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람과 물건의 이동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하나의 화면에 담아내는 것, 이것이 카카오모빌리티를 비롯한 전 세계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들의 공통된 목표입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택시 메뉴 옆에 '로보택시' 옵션이 추가되는 형태로, 자율주행 서비스가 우리의 일상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올 전망입니다. 



자율주행 시대의 모빌리티 생태계 전쟁


1️⃣ 운전자 비용 절감 ≠ 낮은 이용료


자율주행에 대한 가장 막연한 기대는 우버나 택시 서비스에서 운전자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만큼 이를 완전히 제거할 경우 이용 요금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점입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이미 7년 전 이러한 기대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우선 로보택시를 운영하기 위한 다양한 시스템 비용을 고려해야 합니다. 기술 개발을 위한 비용을 둘째치더라도 도심에서 운영되는 모든 자율주행 차량들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기 위한 관제 비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죠. 차량을 배치하고 유지보수하고 문제가 발생한 차량을 수거하는 비용도 고려해야 합니다. 

LA 시내 웨이모 vs. 우버 vs. 리프트 요금 비교

 

현재 샌프란시스코, LA, 오스틴에서 운영 중인 웨이모의 핵심 경쟁력은 의외로 '가격'이 아닙니다. 오히려 안전과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프리미엄을 지불하더라도 익명의 우버 운전자보다 무인 택시를 선호하는 승객층이 웨이모의 가장 열성적인 고객입니다. 최근 LA에서 조사된 웨이모의 이용 요금은 드라이버에게 지불하는 '팁'만큼만 저렴한 수준입니다. 



2️⃣ 차량 공유 기업은 Asset-light 모델로 남을 것


자율주행이 처음 주목받던 시기, 많은 사람들이 차량 이용에 있어 고객 접점을 장학하고 있는 차량공유 기업들이 자율주행 도입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습니다. 당시 무서운 속도로 사세를 확장하던 우버 또한 2015년부터 관련 투자를 늘려나가며 자체 자율주행 사업인 Advanced Technologies Group (ATG)을 전폭 지원하였습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차량공유 기업들이 Asset-light 모델, 즉 직접 차량을 소유하지 않는 모델로 남을 것이라고 전망하였습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용객과 운전자를 연결하는 마켓플레이스에 가까운 우버나 리프트의 사업 역량은 실물 자산을 관리하는 역량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2020년 자율주행 사업부를 매각한 우버


결국 자율주행 기술에 수천억 원을 투자한 우버는 상장 이후 수익성 개선을 위해 2020년 자율주행 사업부를 오로라 테크놀로지에 매각한 후 사업 철수를 단행합니다. 그리고 2024년 9월 우버는 웨이모와 사업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직접 자율주행 사업에 뛰어들 생각이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였습니다. 



3️⃣ 오히려 가장 큰 시장 기회를 노리는 차량 제조사들


자율주행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되며 새로운 시장 기회를 노리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자율주행차 주문을 통해 추가 차량 판매를 노리는 차량 제조사들입니다. 특히 차량 제조사들은 자율주행 시대에 Integrated Fleet Management (IFM)로 사업을 확장하여 시장 지배력 확대를 노리는 모습입니다. 골드만삭스는 관련 시장이 본격 개화될 경우 차량공유보다 3배 이상의 시장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하였습니다.

자율주행 시대 다운스트림 장악을 노리는 자동차 제조사들


테슬라는 차량 제조사의 입장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로 수직적 사업 확장을 노리는 것이 확실합니다. 하지만 현재 로보택시 사업의 선두로 나선 웨이모는 직접 차량을 제조하지는 않습니다. 덕분에 웨이모와의 파트너십은 여러모로 자율주행 시대 차량 제조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얼마 전 웨이모와 다년간의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현대자동차의 성과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기술 사이클 투자의 어려움


벤처투자자의 관점에서 기술 발전의 사이클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가트너의 기술 사이클 차트를 투자 수익 곡선이라고 가정한다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가장 초기인 '기술 촉발' 단계에서 투자해 '과장된 기대의 정점'에 팔고 나오거나, '환멸의 계곡' 탈출 단계에서 투자해 회복기에 수익을 내는 것입니다. 물론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정점이 어디인지 모른다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말에 올라타는 것이 언제나 가장 빠르고 확실한 전략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생성형 AI에 대한 투자는 분명 달리는 호랑이 위에 올라타는 것과 같은 모험적인 투자일 것입니다. 반면 최근 주목받는 핵 발전 관련 스타트업 투자는 이제 '기술 촉발'의 초기 단계에 진입하는 전략이죠. 그렇다면 이제 '계몽의 경사면'에 진입한 자율주행에 대한 투자는 어떨까요? 웨이모에 수 조원의 뭉칫돈을 투자한 기관들이 2-3년 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기술 발전의 사이클이 우리에게 던지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본 글은 테크 뉴스의 행간을 읽어주는 주간 비즈니스 뉴스레터 CapitalEDGE의 10월 4주 차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면 매주 발행되는 WeeklyEDGE를 이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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