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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pitalEDGE Nov 19. 2024

애슬레저는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진화할 뿐이다

기업가치 8조 원을 바라보는 애슬레저 브랜드, 뷰오리(Vuori)

제네럴애틀랜틱, 소프트뱅크가 선택한 애슬레저 브랜드


룰루레몬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팬데믹 최고의 패션 브랜드로 주목받으며 승승장구하던 룰루레몬의 주가는 연초 대비 25% 이상 하락한 상황이며, 실적 발표마다 가이던스에 미치지 못한 지표들을 발표하며 주가 급락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분기 매출 10조 원을 넘기는 대형 브랜드이지만 전년 대비 매출 성장률은 5% 이하로 하락하였습니다.


룰루레몬은 경기 침체와 팬데믹 종료 이후의 소비 행태 변화를 실적 정체의 원인으로 언급하고 있지만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특히 지난주에는 룰루레몬의 대항마로 떠오르는 브랜드 뷰오리(Vuori)가 제네럴애틀랜틱이 주도한 1조 원 규모의 펀딩 라운드를 발표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기존 주주의 지분을 인수하는 세컨더리 형태로 진행된 이번 투자에 매겨진 기업가치는 무려 7.7조 원($5.5 billion)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뷰오리 (Vuori)


뷰오리의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특히 단순한 패션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2019년 노웨스트 벤처 파트너스 (Norwest Venture Partners), 2021년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 그리고 2024년 제네럴 애틀랜틱까지 벤처캐피탈 및 성장 자본 투자 전문 기업들이 뷰오리에 거금을 베팅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뷰오리는 투자자들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2026년까지 미국 내 100개 이상의 오프라인 매장을 추가로 연다는 계획입니다.  



남성복에 레거시를 둔 유일한 애슬레저 브랜드


뷰오리는 2015년 미국 샌디에고 북부의 소도시 엔시니타스(Encinitas)에서 탄생한 브랜드입니다. 컨설턴트로 재직하며 요가와 서핑을 즐기던 조 쿠들라(Joe Kudla)는 기능성과 스타일 면에서 만족스러운 액티브웨어를 찾기 힘들다는 생각으로 2013년부터 시장 조사와 제품 개발을 병행한 끝에 2015년 남성 고객층을 겨냥한 애슬레저 브랜드 뷰오리(Vuori)를 론칭하게 됩니다.


뷰오리의 창업자 조 쿠들라(Joe Kudla)


덕분에 브랜드 레거시가 중요한 패션 산업에서 뷰오리는 처음부터 다른 애슬레저 브랜드와 명확한 차별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요가와 필라테스를 위한 여성용 레깅스 브랜드라는 이미지에 갇혀버린 룰루레몬과 알로(Alo)와 달리 뷰오리는 탄생부터 남성을 위한, 그리고 서핑과 러닝이라는 액티브 스포츠에 기반한 애슬레저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Vuori 남성복 라인


애슬레저 브랜드의 새로운 구매층으로 떠오른 남성들에게 뷰오리는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2018년 여성복 라인을 론칭하며 현재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어필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애슬레저 브랜드 중 남성복 매출이 50%를 넘는 유일한 브랜드로 알려져 있습니다.


뷰오리를 설명하는 키워드 - 캘리포니아, 피트니스, 서핑, 스포츠, 아트


뷰오리의 전략은 적중했습니다. 2018년 약 400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 규모는 불과 5년 만에 10배 이상 성장하였습니다. 게다가 설립 첫해부터 제품 기술력에 기반한 단계별 성장을 추구한 덕분에 자체 수익성에 기반한 성장 전략을 꾸준히 구사할 수 있었습니다. IPO를 앞두고도 신주 발행 없이 구주 거래로만 1조 원 라운드를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안 산 사람은 있어도 한 벌만 산 사람은 없다 


팬데믹은 뷰오리에게도 새로운 기회였습니다. 실내 스포츠 열풍으로 매출이 급증한 룰루레몬과는 다른 방식으로, 뷰오리는 '라운지 팬츠'라는 독특한 아이템으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른바 '츄리닝'으로 불리는 이 편안한 바지는 특히 남성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장시간 앉아서 화상회의를 해야 했던 직장인들에게, 편안하면서도 단정한 실내복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팬데믹 당시 편안한 의류를 찾아 나섰던 남성 구매자들


물론 의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뷰오리는 처음부터 극강의 편안함, '하루 종일 입고 싶은 운동복'을 컨셉으로 원단의 품질에 막대한 투자를 해 온 브랜드입니다. 덕분에 편안한 옷, 운동 전후뿐만 아니라 운동 중에도 입을 수 있는 옷을 찾던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뷰오리의 고객이 된 것입니다.


디자인보다 원단이 먼저…뷰오리의 역발상 | 한국경제


뷰오리의 드림니트 원단은 고품질 소재와 첨단 섬유 기술의 결합으로 탁월한 부드러움으로 유명합니다. 


극강의 편안함과 남다른 착용감으로 입소문을 타며 유명해진 뷰오리


혼방 소재: 드림니트는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엘라스틴이 혼합된 소재로 제작됩니다. 폴리에스테르와 나일론은 부드러움과 내구성으로 유명하며, 엘라스틴은 신축성을 더합니다. 


섬유 기술: 원단은 부드러움을 향상시키는 특수 편직 기법으로 디자인되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고급스러운 느낌의 부드럽고 가벼운 질감이 만들어집니다.


수분 흡수: 드림니트는 몸에서 습기를 배출하도록 설계되어 원단을 건조하고 쾌적하게 유지해 줍니다. 이는 부드러움을 더할 뿐만 아니라 원단의 전반적인 촉감도 개선합니다.


기모 마감: 원단은 종종 브러싱 공정을 거쳐 섬유를 올려 벨벳 같은 촉감을 선사합니다. 이 마감 처리는 소재의 포근하고 부드러운 느낌에 크게 기여합니다.


알로 vs. 룰루레몬 vs. 뷰오리


뷰오리는 색상이 화려한 브랜드는 아닙니다. 때문에 다양한 선택지를 가진 여성 애슬레져 시장에서 알로나 룰루레몬 대비 여전히 틈새 브랜드로 인식되고는 합니다. 오히려 미국에서 뷰오리는 '남편이 입는 옷을 보고 시도해 보는' 브랜드란 이미지가 강합니다. 그렇게 우연히 유입된 고객들이 착용감에 이끌려 재구매에 나서는 브랜드가 바로 뷰오리인 것입니다. 



DTC는 수단일 뿐, 업의 본질에 집중해야 


뷰오리가 탄생했던 2015년은 온라인을 통해 고객에게 직접 물건을 판매하는 DTC(Direct-to-Consumer)의 전성시대였습니다. 면도날부터 신발까지 DTC로 판매하겠다고 하면 투자자들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뷰오리는 DTC 판매에도, 대규모 자금 유치에도 우선순위를 두지 않았습니다. 의류 산업의 본질은 제품력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패션 산업에서는 아무리 마케팅 비용을 써서 구매를 유도하더라도 첫 구매 고객이 다시 재구매에 나설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첫 거래에서부터 반드시 수익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죠. 디지털 마케팅에 투입하는 자금을 최소화하고 현금 흐름과 거래 단위당 수익성에 집중했습니다.

조 쿠들라, 뷰오리 창업자


뷰오리 오프라인 매장


단일 채널 전략에 집중하지 않았던 유연성은 뷰오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였습니다. 쿠들라는 온라인으로 팔지 오프라인으로 팔지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판단했습니다. 제품력으로 승부하고자 했던 브랜드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브랜드 노출이 가능한 전략이 더욱 중요했던 것이죠.


설립 초기부터 아웃도어 브랜드 편집샵 REI와 노드스톰과 같은 백화점에 진출한 전략은 주효했습니다. 가격 및 빠른 배송, 프로모션에 의존한 DTC 브랜드와 차별화할 수 있었던 것이죠. 이러한 고급화 이미지 덕분에 뷰오리는 이제 블랙프라이데이에 검색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애슬레져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뷰오리' 키워드의 구글 트렌드 변화


뷰오리는 2023년 8월 신세계인터내셔널과 독점 유통 계약을 맺고 한국 시장에도 진출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성공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브랜드의 핵심 가치와 성공 스토리를 살리지 못한 채, 소셜 미디어 마케팅에 치중하고 여성 애슬레저 브랜드로 포지셔닝하는 등 뷰오리 본체의 성공 방정식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전략을 취했기 때문입니다. 귤이 태평양을 건너더니 탱자가 되어버린 또 하나의 안타까운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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