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은 경쟁하지 않는다. 오직 규칙을 만들 뿐이다.
하나의 카테고리, 하나의 산업을 만들어가는 1등 기업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그들은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넘어, 세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합니다. 후발 주자가 제품의 성능을 논의할 때 1등 기업은 시장 규모를 더욱 키우고 질서를 세우는데 관심을 가집니다. 결과적으로 전체 산업이 번영할 수 있는 기초를 다지는 것입니다.
오픈AI는 지난 4월 과거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에서 대변인으로 일했던 크리스 르헤인 (Chris Lehane)을 글로벌 정책 담당 부사장으로 선임하였습니다. 오픈AI에 합류하기 전에는 크립토 전문 벤처펀드 한 벤처스 (Haun Ventures), 그리고 에어비앤비에서 정책 및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하며 실리콘밸리의 기술을 워싱턴의 정책과 접목하는 역할을 맡아 왔습니다.
지난 11월 13일, 오픈AI는 '미국 AI 인프라 구축 청사진'이란 자료를 발표하였습니다. 크리스 르헤인이 오픈AI에 합류한 이후 내어놓은 첫 작품입니다. 내용은 담대한 선언문에 가깝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미국이 어떻게 AI로 향하는 문명의 대전환에서 앞서갈 수 있는지를 제시합니다. 단 4페이지로 구성된 해당 문서는 미국 국가 경제와 산업 구조의 재편, 에너지 인프라의 혁신, 그리고 글로벌 동맹 체계의 재구성까지 광범위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국가는 자신들이 가진 자원을 기술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사용할 때 번영할 수 있습니다. (Nations succeed when they harness their resources to gain technological competitive advantage.)
크리스 르헤인
이번 주 WeeklyEDGE에서는 아직 오픈AI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총 4페이지 문서의 핵심 내용을 전격 공개합니다. 미래를 한 발 먼저 예측하기 위해서는 샘 알트만의 입만 쫓아가는 가십성 기사가 아닌,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혁신적인 기술은 인프라의 발전을 선도합니다. 자본의 흐름은 인프라가 어디에, 어떻게 건설될지를 결정하며, 이는 기술 혁신에서 한 국가가 앞서 나갈지 뒤처질지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결정은 국가 경쟁력과 안보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칩니다. 인프라는 곧 국가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전기만큼이나 근본적이면서도 누구에게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보편적인 기술인 인공지능(AI)은 아메리칸 드림을 되살리고 미국의 산업을 재건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현재 미국이 AI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투자에 집중한다면, 수만 개의 숙련직 및 기타 일자리를 창출하고, 생산성 향상과 GDP 성장을 달성하며, 현대화된 전력망을 구축하고, 첨단 반도체 제조 시설 네트워크와 AI 기반의 새로운 기업 및 창업 생태계를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가는 자원을 기술적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활용할 때 성공합니다. AI의 경우, 이러한 자원은 컴퓨팅에 필요한 첨단 칩, 데이터 및 에너지입니다. 샘 알트만이 언급했듯이, 기술은 세계를 석기 시대에서 농업 시대로, 산업 시대로 이끌었으며, 이제 "지능 시대로 가는 길은 컴퓨팅, 에너지, 그리고 인간의 의지로 포장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크게 생각하고, 담대하게 행동하며, 대규모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합니다. 미국의 역사는 국가 단위의 상징적인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와 함께 발전해 왔습니다. 자동차 산업의 부흥, 맨해튼 프로젝트, 전국 고속도로망 도입 등이 그 예입니다. 지금 우리는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가 안보를 보호하며, 동맹국들의 안보를 강화하도록 보장하기 위한 국가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오늘 우리는 미국 및 전 세계의 파트너 및 동맹국과 함께 AI 인프라 구축을 촉진하기 위한 야심 찬 이니셔티브를 제안합니다.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 혁신이 필요합니다. AI 경제특구는 이러한 혁신을 실험하고 검증할 수 있는 최적의 테스트베드가 될 것입니다.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협력하여 조성하는 이 특구들은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행정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신재생 에너지 발전소 설립부터 유휴 원자로 재가동까지 과감한 시도가 가능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또한 산학협력에 주목해야 합니다. 기업들이 받는 정부 지원금의 일부를 지역 공립대학의 AI 연구소와 개발 허브 설립에 투자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캔자스주는 농업 AI 특화 허브를, 제조업이 강한 중서부 주들은 스마트 팩토리 연구소를 설립할 수 있습니다. 이미 데이터센터 유치에 성공한 중서부 및 남서부 주들이 이러한 혁신을 선도할 것입니다.
1956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주간 고속도로법 (National Interstate and Defense Highway Act)으로 미국의 물류 혁명을 이끌었듯이, 이제는 AI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인프라 혁명이 필요합니다. 전국 전송 고속도로법은 전력망, 광통신망,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하나로 통합한 차세대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합니다. 특히 AI의 급증하는 연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 인프라를 현대화하고, 5G 이상의 초고속 통신망을 전국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현재 미국은 약 700GW의 태양광, 400GW의 에너지 저장, 200GW 이상의 풍력 에너지가 인허가 병목으로 사장되고 있습니다. 이는 연간 수십조 원의 경제적 손실을 의미합니다. 계획, 허가, 자금조달이라는 '3P' 장애물을 제거하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다면, AI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국가 인프라의 근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AI 인프라는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한 만큼, 정부와 민간의 혁신적인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정부는 장기 에너지 구매 보장이나 신용보증을 통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기업들은 이를 바탕으로 과감한 인프라 투자를 단행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단순한 보조금 지원을 넘어, 전략적 국가 자산을 민간의 효율성으로 구축하는 새로운 민관협력 모델이 될 것입니다.
동시에 이러한 투자는 지역 일자리 창출과도 긴밀히 연계됩니다. 주정부가 후원하는 529 교육 저축 계좌를 확대 개편하여 코딩, HVAC 기술, 전기 기술 등 AI 시대에 필요한 직무교육을 지원하고, AI 기업들과 협력하여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지역 경제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인프라 구축을 넘어 지역 사회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AI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은 믿을 수 있는 파트너들과의 협력이 절실합니다. 북미 AI 협정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를 시작으로 북미 전체를 아우르는 AI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자본, 기술, 인재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고, 공동의 기술 표준과 윤리 기준을 수립함으로써 건전한 AI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협력은 UAE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 그리고 여러 민주주의 동맹국들과의 글로벌 네트워크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경제 블록을 넘어, 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한 AI 발전이라는 공동의 비전을 실현하는 플랫폼이 될 것입니다.
원자력은 AI 시대에 필수적인 안정적이고 깨끗한 에너지원입니다. 현재 미국의 94개 원자로는 6만 개 이상의 직접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지만, 평균 수명 40년을 넘어선 노후 설비가 대부분입니다. 반면 중국은 지난 10년간 미국의 40년 실적에 맞먹는 원전을 건설했고, 현재도 23기의 신규 원전을 건설 중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해군의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기술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100여 기의 SMR을 운영 중인 해군의 전문성을 민간 영역으로 이전한다면, 원자력 산업의 르네상스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AI 인프라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미국의 에너지 자립과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AI는 미국의 첨단 산업 전환을 촉진하고, 광범위한 경제 성장을 촉진하며, 이를 통해 아메리칸 드림을 되살릴 수 있는 놓쳐서는 안 될 기회를 제공합니다. 동시에, AI는 민주적 가치를 바탕으로 한 기술로서, 개개인의 선택권을 강화하고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급부상하는 중국의 도전에 맞서야 합니다. 우리가 늘 그래왔던 것처럼 크게 생각하고, 담대하게 행동하며, 대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이를 현실화시켜야 하는 시점인 것입니다.
경영 전략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 교수는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출범한 국가경쟁력 강화위원회의 자문 위원으로 참여한 경험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이란 나라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정부 부처의 수장들이 모여 국가의 미래 전략을 고민하는 한국의 모습이, 당시 그의 눈에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것입니다.
15년이 지난 현재, 한국과 미국의 상황은 역전된 모습입니다. 트럼프 지지 여부와 별개로 미국은 무언가 해보자는 에너지가 분출하는 모습입니다. 머스크의 트럼프 지지가 싫더라도 미국의 번영을 되찾기 위해 다시 뛰어야 한다는 목소리에는 모두가 귀를 기울입니다. AI 시대, 국가 경쟁력을 위한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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