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 that sink in' -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후 30개월
지난주 X.com(구 트위터)이 새로운 지분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약 10억 달러 규모의 신주 투자를 유치하여 책정된 기업가치 약 320억 달러는 부채 규모를 고려할 경우 2022년 4월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할 당시와 동일한 약 440억 달러 수준의 엔터프라이즈 가치를 의미합니다.
지난 10월만 해도 X.com의 지분을 보유했던 피델리티는 보유 지분의 가치를 인수가 대비 80% 가까이 할인하여 평가한 바 있습니다. 물론 몇 달 사이 트럼프 정부의 등장과 머스크의 정치 참여 등 변화가 있었지만 X.com의 턴어라운드를 단순히 정치적 테마로만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턴어라운드의 핵심은 바로 체질 개선입니다. 구글, 아마존, 메타와 같은 다른 빅테크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끝내고 주 5일 출근 정책을 도입하는 데도 몇 달씩 애를 먹고 있지만, 머스크의 X.com은 '고강도 장시간 근무'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들을 과감히 해고하며 2023년 이미 전체 인력의 80%를 감축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극단적 구조조정을 통해 X.com은 새로운 기업으로 빠르게 탈바꿈하고 있는 것입니다.
수치를 비교해 보면 변화는 더욱 극적으로 드러납니다. 머스크 인수 이전인 2021년, 트위터는 연간 매출 51억 달러, 전년 대비 37% 성장이라는 겉보기에는 인상적인 성적표를 가지고 있었지만 영업손실은 4억 9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큰 실적 변동폭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2024년 X.com의 재무 성과는 완전히 다른 그림을 보여줍니다. 매출은 27억 달러로 인수 전 대비 거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이는 머스크 인수 후 엄격한 콘텐츠 규제 완화 등으로 인해 광고주 이탈이 발생하면서 광고매출이 급감한 영향이 컸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EBITDA 측면에서는 약 12억 5천만 달러를 기록하여 2021년에 비해 10배 가까이 증가하였고, EBITDA 마진은 약 46%에 달했습니다. 매출이 줄었음에도 영업현금창출력이 오히려 개선된 것입니다.
머스크는 2022년 10월 말 인수 직후 트위터의 현금흐름이 연간 –30억 달러 수준으로 매우 악화된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즉각적인 긴축 정책을 도입합니다.
우선 기존 CEO였던 파라그 아그라왈 등 경영진을 즉각 해임하고, 곧바로 전체 직원의 절반가량을 해고하는 것으로 첫 조치를 시작했습니다. 2022년 말부터 2023년 초까지 전체 직원의 약 80%에 달하는 6,000여 명을 해고하여 인력을 1,500명 수준으로 줄였고, 그 결과 연간 인건비 등 운영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었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와 데이터센터 비용도 재협상하거나 축소하고, 사업에 필수적이지 않은 출장 및 복리후생, 사무실 임차료 등은 과감히 삭감했습니다. 그 결과 머스크는 2023년 말 기준 트위터의 연간 영업비용(부채 이자 비용 제외)을 약 15억 달러 수준으로 낮추는데 성공합니다. 이는 당초 계획된 45억 달러에서 약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된 수치로, 불과 1년 사이에 비용 구조를 75% 절감한 셈입니다.
조직 문화와 인력 운용 면에서도 과감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머스크는 인수 직후 곧바로 트위터의 원격근무 정책을 폐지하고 전원 출근 근무 원칙을 도입했으며, 남은 직원들에게 극도의 성과 압박을 가했습니다.
2022년 11월에는 직원들에게 "트위터 2.0을 구축하려면 매우 하드코어(extremely hardcore)한 근무가 필요하다"는 심야 이메일을 보내, "고강도 장시간 근무"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은 사직할 것을 최후통첩(ultimatum)했습니다. 이 같은 통보 이후 수천 명이 추가로 퇴사하여 인력 규모는 더 줄었지만, 남은 인재들은 머스크의 비전에 동참하는 핵심 인력들로 재편되었습니다.
최근 'DOGE 스캔들'에서 머스크가 신뢰하는 핵심 인물들의 면면이 드러나 주목을 받았습니다. 미 정부 공무원들의 해고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머스크의 측근들 중 상당수가 20대 초반의 젊은 엔지니어들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된 것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X.com과 자회사인 xAI에서 직접 머스크에게 발탁된 인물들로, "전 세계 최고의 엔지니어들"이라며 머스크가 공개적으로 치켜세운 인물들입니다. 이는 머스크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X.com 조직을 완전히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라 할 수 있습니다.
제품 전략 및 사업 방향 역시 인수 후 크게 선회했습니다. 기존 트위터는 광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사업모델이었지만, 머스크는 "광고주들의 눈치를 보느라 발전이 제한돼서는 안 된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실제로 머스크는 인수 후 논란이 된 일부 계정 복원이나 콘텐츠 규제 완화 조치로 주요 광고주의 이탈을 감수하더라도, 플랫폼의 표현 자유와 이용자 중심 기능 강화를 추진했습니다.
동시에 광고 외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기 위해 2022년 말 유료 구독 서비스인 Twitter Blue(현재 X Premium)를 개편하여 유료 인증제를 도입했습니다. 이는 월 구독료를 내는 이용자에게 파란 체크마크(인증 배지)를 부여하고 게시물 노출 우대, 광고 감소 등의 혜택을 주는 서비스로, 머스크는 이를 통해 일반 이용자에게서 직접 매출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습니다.
또 크리에이터 수익배분 프로그램을 신설하여 인기 콘텐츠 제작자들이 X.com에서 활동하며 수익을 얻도록 장려했고, 영상 및 스트리밍 기능을 강화하여 이용자 참여도를 높이려 하고 있습니다. 즉, 머스크 인수 이후 X.com은 "광고 100% 의존"에서 "구독·콘텐츠 중심 다각화"로 사업 방향을 재편하고 있는 것입니다.
X.com의 미래 전략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주도의 신뢰 확보, xAI와의 시너지, 그리고 궁극적인 슈퍼앱 비전이 그것입니다.
커뮤니티 노트(Community Notes)는 머스크가 특별히 강조하는 X.com의 핵심 기능으로, 미래 전략의 중요한 기반을 이룹니다. 트위터 시절 '버드와치(Birdwatch)'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이용자 참여형 팩트체크 시스템은 머스크 인수 후 전면적으로 확대되었습니다. 특정 게시물에 대해 이용자들이 추가 설명이나 사실 확인 내용을 노트 형태로 달아 잘못된 정보나 맥락 부족을 커뮤니티 집단지성으로 보완하는 방식입니다.
xAI와의 기술적 시너지는 X.com 성장 전략의 또 다른 중심축입니다. 머스크는 2023년 7월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를 설립하며, 이 회사를 X.com 및 자신의 다른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시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우주적 진리를 추구하는 최대한 정직한 AI" 개발을 목표로 하는 xAI는 이미 첫 산출물인 AI 챗봇 '그록(Grok)'을 출시했습니다. 두 회사는 데이터와 기술을 공유하며 함께 발전하는 구조로, X.com은 AI 혁신을 서비스에 빠르게 접목해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고, xAI는 방대한 실시간 소셜 데이터를 학습·활용하여 AI 성능을 향상시키는 윈윈 전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머스크의 궁극적인 목표는 X.com을 "모든 것을 담는 슈퍼앱(Super App)"으로 변모시키는 것입니다. 그가 트위터를 인수하면서부터 "X"라는 이름에 집착한 이유는 기존의 문자 중심 소셜미디어를 넘어 결제, 쇼핑, 미디어, 업무 등 생활 전반을 포괄하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야심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2023년 내부 회의에서 머스크는 X가 장차 유튜브, 링크드인, 틱톡, 인터넷 뱅킹 등을 모두 대체할 수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실제로 2023년 하반기부터 음성·영상 통화 기능, 채용 공고 게시 기능, 커머스 기능 등이 시험 도입되었고, 2024년에는 장시간 동영상 업로드 및 생방송 기능이 추가되어 일부 크리에이터들이 X를 유튜브 대안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3월 28일, 머스크는 X를 통해 X.com과 xAI가 완전 주식 교환을 통해 합병을 완료하였음을 발표하였습니다. 애초에 X.com의 자금 조달 단계부터 해당 합병은 예정되어 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이해 관계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거래에서 헐값 인수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X.com의 기업가치를 인수 시점의 Enterprise Value에 맞춘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렇지 않다면 기존 X.com 투자자들이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X.com의 수익성 개선은 해당 거래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논리로 작용합니다. EBITDA가 두 배 이상 성장한 기업을 2년 반 전 기업가치대로 인수한다고 하면 적어도 이해상충과 자전거래의 리스크를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죠.
여론은 좋지 않습니다. 가뜩이나 머스크의 정치 참여를 둘러싼 논쟁이 거센 가운데 자신의 영향력을 레버리지하여 말도 안되는 거래를 수행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뉴스를 보는 순간 처음 떠오른 생각은 바로 2016년 테슬라-솔라시티 간의 합병입니다. 머스크는 이미 유사한 거래, 즉 자신이 소유한 기업들을 합병하며 지배력을 높이면서 경영 위기를 돌파한 경험이 있습니다.
게다가 테슬라와 솔라시티는 모두 상장 기업이었으며, 이후 솔라시티의 부실을 숨기고 이를 떠넘겼다는 문제제기로 인해 7년간 법적 공방을 벌이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모든 거래는 ‘Entirely Fair’했다는 판결을 통해 거래의 정당성을 인정받았습니다.
하물며 X.com과 xAI의 합병은 부실 기업이 아닌, 고평가 논란은 있을지언정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간의 합병이면서 동시에 비상장 기업 간 합병입니다. 도덕적 문제 제기 이상의 리스크는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픈AI와의 직접적 경쟁을 선언한 순간 X.com은 그록(Grok)의 가장 강력한 고객 배포 채널로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사업적 시너지의 관점에서는 자연스러워 보이는 합병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고평가 논란은? 비상장 기업 간 합병에서 직전 자금 조달 당시의 기업가치를 적용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과정입니다. 구지 따지자면 xAI의 기업가치를 시리즈 C 보다도 높인 것이 작의적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현재 xAI의 성장 속도 및 구주 거래 기업가치를 고려하면 논리적 근거는 얼마든지 마련해 두었을 것입니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와 개혁은 숱한 논란과 비판을 동반했습니다. 대대적인 인력 감축은 많은 비판을 받았고, 콘텐츠 정책 변화는 정치적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정치적 논란과 별개로 놓고 볼 때, 그의 실질적 경영 성과는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2022년 10월, 머스크가 실제 세면대(sink)를 들고 트위터 본사에 들어서며 "Let that sink in(이걸 곱씹어 보라)!"이라고 외친지 2년 반 만에 X.com은 완전히 다른 회사로 환골탈태한 것입니다.
최근 한 사모펀드는 홈플러스 인수 후 경영 진단에만 100억 원 이상을 썼다는 이야기가 회자됩니다. 모든 턴어라운드가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X.com 턴어라운드의 교훈은 분명합니다. 혼돈 속에서도, 명확한 방향성과 과감한 실행만이 조직의 체질을 바꿀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때로는, 기존의 룰을 따르기보다는 스스로 새 판을 짜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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