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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반은 야놀자의 구세주가 될 것인가

트래블테크의 평행 이론, 나반과 야놀자

by CapitalEDGE

상장 초읽기에 들어간 트래블테크 나반 (Navan)


미국 출장을 비롯한 기업 여행 및 경비 관리 시장의 테크 유니콘 나반(Navan)이 지난 9월 19일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IPO 신청서에 해당하는 S-1을 전격적으로 제출하며 상장을 공식화하였습니다. 회사는 이번 IPO에서 약 8억 달러의 자금 조달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코로나 이후 한동안 조용했던 트래블테크 분야에서 오랜만에 등장한 정통 여행 기술 기업의 상장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나반은 단순한 SaaS 소프트웨어 기업이 아니라 AI를 접목한 서비스 산업의 혁신 기업이라는 점에서, AI와 직접적인 접점이 많지 않은 피그마 등 SaaS 기업들과는 다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여행 서비스업이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나반이 이를 어떻게 상장을 위한 레버리지로 활용할지도 큰 관심사입니다. 실제로 나반은 2023년 업계 최초로 오픈AI의 GPT 기술을 인프라 전반에 통합하면서 생성형 AI 기반 출장비서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자사 플랫폼 곳곳에 AI를 활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AI 네이티브 전환 기업이라는 점이 나반 IPO에 대한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요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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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반의 상장은 한국의 야놀자에도 시사점이 큽니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한국 대표 트래블테크 기업 야놀자 역시 미국 증시 상장을 노리고 있어, 나반의 IPO 결과가 야놀자의 향후 행보에 벤치마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출 규모 또한 유사합니다. 야놀자의 2024년 연결 매출은 약 $660Mn 수준이며 나반의 2025년 1월 결산 연간 실적은 $539Mn 으로 집계되었습니다. 나반이 $8Bn 기업가치로 상장을 기대하고 있으니 야놀자의 한 때 기업가치인 10조 원과도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두 기업 간의 차이점도 상당합니다. 그래서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나반의 사업과 실적을 간단히 살펴보고 야놀자와의 차이점도 짚어보고자 합니다. 과연 나반의 성공적인 IPO가 야놀자에게 ‘구세주’ 같은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을까요?



비즈니스 출장의 슈퍼앱을 노리는 나반


나반(Navan)은 기업 출장 및 경비 관리 플랫폼을 제공하는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입니다. 2015년 팔로알토에서 TripActions라는 이름으로 창업한 나반은, 기업 직원들의 출장 예약부터 경비 처리까지 한곳에서 해결하는 올인원 솔루션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항공권·호텔 등의 글로벌 여행 재고를 통합 제공하는 Navan Cloud, AI 기반 출장관리 프레임워크인 Navan Cognition, 그리고 자동화된 챗봇 비서 Ava 등 나반만의 핵심 기술 스택을 구축해 차별화를 이루고 있죠. 이러한 기술을 통해 사용자는 앱 하나로 출장 계획 수립부터 비용 정산까지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음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기업 재무팀은 실시간으로 지출을 통제하고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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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반의 성장 배경에는 코로나 팬데믹을 통한 진화가 있었습니다. 원래는 출장 예약 중심 서비스에 치중했던 나반은 2020년 코로나로 여행 수요가 일시적으로 ‘0’에 수렴하는 위기를 겪자,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여 경비 처리 및 기업 지출 관리 쪽으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이 시기에 회사명도 트립액션(TripActions)에서 나반으로 변경하며 단순 여행사에서 종합 출장경비 관리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꾀했죠. 코로나 위기를 계기로 한 비즈니스 모델 피벗이 오히려 오늘날 나반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평가입니다.


시장 내 위치를 보면, 나반은 전통 여행관리 업체와 신흥 핀테크 모두와 경쟁하는 구도를 갖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SAP Concur처럼 오래된 기업 출장관리 솔루션의 대안으로 부상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램프(Ramp)나 브렉스(Brex)처럼 법인카드 및 경비관리 핀테크 스타트업들과도 영역을 다투고 있습니다. 나반 스스로 “우리 매출의 상당 부분이 출장 관련 서비스에 의존한다”고 인정할 만큼 여행 수요에 민감한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어, 경기 침체나 여행 시장 둔화 시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리스크 요인도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데믹 이후 빠른 회복과 함께 기업들의 대면 미팅 재개 흐름을 타고, 나반은 기업 출장 분야의 독보적 유망주로 자리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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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나반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공격적인 AI 도입입니다. 2023년 초 나반은 “세계 최초로 자사 전 인프라에 오픈AI와 챗GPT API를 통합했다”고 선언하며 적극적으로 AI 전환을 서둘렀습니다. 실제로 나반의 가상비서 Ava는 전체 고객 문의의 약 50%를 자동 처리하고 있고, AI 엔진 Navan Cognition을 통해 데이터 처리 효율을 높여 매출총이익률 개선 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회사는 밝혔습니다. 이러한 AI 전략은 고객 지원을 자동화할 뿐 아니라 코드 개발, 운영 최적화까지 폭넓게 활용되어 나반을 AI 네이티브 서비스 기업으로 포지셔닝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이번 나반의 IPO를 주목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나반을 동경한 야놀자


나반과 야놀자는 모두 여행 산업의 디지털 혁신을 이끄는 트래블테크 기업이지만, 출발점과 주력 분야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나반이 기업 고객 대상의 출장 관리 B2B 솔루션 한 분야에 집중하며 성장해 온 반면 야놀자의 사업은 소비자 여행시장과 호스피탈리티 산업 전반을 아우릅니다.


야놀자는 2005년 한국에서 모텔 예약 앱으로 시작해 OTA(Online Travel Agency) 형태의 여행 플랫폼으로 성장한 기업입니다. 국내 숙박 O2O 시장을 석권한 후, 야놀자는 자체 클라우드 솔루션을 개발하고 글로벌 호텔과 여행사에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B2B SaaS 사업으로 영역을 넓혀 현재 야놀자의 사업은 크게 플랫폼 부문(야놀자 앱 등을 통한 숙박·레저 예약)과 엔터프라이즈 부문(야놀자 클라우드로 대표되는 호텔 및 여행사 운영 솔루션)으로 양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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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회사의 서비스 접점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나반의 핵심 이용자는 기업의 출장 당사자와 재무관리 담당자들로, 효율적인 출장 예약과 비용 통제가 서비스 가치의 핵심입니다. AI 챗봇이 항공편 변경이나 예약 취소 등을 24시간 실시간 처리해주고, 경비 지출내역을 자동 분류해주는 등 사용 편의성과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춘 기능들이 돋보입니다.


한편 야놀자의 경우 일반 여행자들을 위한 편리한 숙박과 레저 예약 경험과, 호텔 운영자들을 위한 백엔드 관리 시스템 양 측면을 모두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야놀자 클라우드는 호텔 예약 엔진, 객실 관리(PMS), 하우스키핑, 정산 등 호텔 운영 전반을 아우르는 소프트웨어로서, 호텔들이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가격을 최적화하는 데 AI 기능을 접목하는 등 업계 업무 흐름 자체를 디지털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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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기업 모두 AI와 데이터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 한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합니다. 야놀자 또한 최근들어 방대한 여행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데이터 솔루션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야놀자는 2024년 한 해 동안 AI 기반 데이터 서비스 매출 비중이 1분기 14%에서 4분기 25%로 상승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향후 AI 활용 여행 트렌드 분석 및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야놀자의 강점으로 키우려는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또한 글로벌 시장 진출 측면에서도 유사성이 있습니다. 나반은 이미 미국 본토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등지의 다국적 기업들을 고객으로 두며 글로벌 출장 네트워크를 갖췄고, 야놀자 역시 2019년 이후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해외 스타트업 인수와 210개국 이상 130만여 여행 업체 제휴 등을 통해 전세계 여행 생태계와 연결된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회사 모두 자국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 통하는 여행 테크 플랫폼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표로 보는 나반과 야놀자


매출 규모부터 살펴보면, 나반과 야놀자는 연간 매출로 미화 약 5~6억 달러 수준으로 비슷한 볼륨을 올리고 있습니다. 나반은 최근 회계연도 매출 약 $537Mn을 기록했는데, 전년도의 $402Mn 대비 33% 증가한 수치입니다. 반면 야놀자는 2024년 한 해 9,245억 원($682Mn)의 매출을 달성해 전년 대비 22% 성장하였습니다. 성장률만 놓고 보면 나반이 연 30%를 넘는 고성장을 이어가는 반면, 야놀자는 20% 남짓으로 성장세가 다소 둔화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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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차이가 나는 지점은 상반기 매출 성장률입니다. 나반은 2025년 상반기(1~7월) 매출이 3억 2,9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9.5% 성장률을 나타냈고, 덕문에 ‘연간 30% 성장 기업’이란 타이틀을 달고 상장에 나설 수 있었죠. 반면 야놀자의 상반기 매출은 4,62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단 7% 성장에 그쳐, 성장 동력이 급격히 약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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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여행 플랫폼 유니버스에서 야놀자가 가지는 가장 큰 약점은 플랫폼 독점력의 기준이 되는 테이크레이트(Take Rate)가 나반을 비롯한 여타 플랫폼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점입니다. 이는 야놀자가 거래액 규모만을 강조하기 위해 실제로는 매출에 연동하지 않는 엔터프라이즈 거래액까지 자체 집계에 포함시키는 것이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철저하게 지표를 바탕으로 회사를 분석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점에서 이러한 접근은 오히려 야놀자의 장점을 희석시키는 효과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또한 야놀자가 강조하는 흑자 규모 또한 각 회사가 발표하는 조정 EBITDA 기준으로 했을 때 전혀 높은 수준이 아닙니다. 나반 또한 현재 영업 적자를 나타내고 있지만 조정 EBITDA 기준으로는 18%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죠. 기본적으로 독점적 해자를 구축한 여행 플랫폼의 수익성에 대한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단순히 흑자 전환만으로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 돋보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결국 나반과의 직접 비교 지표를 보면 매출 규모만 다소 높은 수준이지, 매출 성장률, 테이크레이트, 그리고 조정 EBITDA 마진까지 모든 지표에서 야놀자는 나반 대비 열위에 위치함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나반이 시장에서 80억 달러 시가총액을 인정받는다면 야놀자의 적정 가치는 어림잡아 50억 달러 이하 수준에서 컨센서스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이 바로 글로벌 시장이 두 기업을 바라보는 냉정한 시각입니다.


인사이드 아웃 vs. 아웃사이드 인 관점의 중요성


야놀자가 국내 언론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방대한 거래액 규모, 이미 흑자를 달성한 뛰어난 수익성, 그리고 독보적인 플랫폼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집약됩니다. 국내 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분명 모두 뛰어난 성과들입니다. 특히 적자 유니콘들이 여전히 즐비한 상황에서 흑자를 바탕으로 나스닥을 노린다는 내러티브는 누구나 혹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스토리입니다.


하지만 정말 글로벌 상장을 노린다면 글로벌의 관점에서, 즉 ‘아웃사이드-인(Outside-In)’ 관점에서 야놀자를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글로벌 시장의 관심은 SaaS에서 AI 에이전트로 넘어간 지 오래입니다. 여행 플랫폼에 기대하는 지표 수준 또한 상당합니다. 10% 수준의 테이크레이트는 필수이고, 조정 EBITDA 마진 또한 20%는 넘어서야 북미 시장에서 서비스가 부재하다는 단점을 커버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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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반의 IPO 사례는 야놀자에게 이중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한편으로는 유사한 트래블테크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벤치마크가 형성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야놀자가 미국 상장을 추진한다면 나반과 직접 비교 속에서 더욱 까다로운 눈높이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나반이 수천억 원의 적자를 내면서도 과감히 IPO에 도전할 수 있는 배경에는, 손실 폭보다 33%에 달하는 고성장률과 미래 잠재력을 시장에 납득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언론이 야놀자의 높은 이익률을 호재로 자주 언급하지만, 정작 미국에서는 현재 수익성보다는 성장성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현재 나반은 높은 성장성과 AI 중심의 사업모델로 무장한 반면, 야놀자는 성장 둔화와 기술 내러티브 부족이라는 취약점을 안고 있습니다. 만약 이 격차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야놀자가 계속 미국 IPO를 고집할 경우 험난한 여정이 예상됩니다. 단순히 “우리도 10조 클럽에 들 수 있다”는 희망이 아니라, “왜 글로벌 투자자들이 나반에 베팅하는가”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미국 상장에 여전히 진심이라면 지금부터라도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나반 IPO의 성공 여부를 지켜보는 일만큼이나, 그 성공이 야놀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읽고 대응하는 일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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