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버즈의 흥망성쇠

$4B 상장사가 $39M에 팔리기까지, 10년의 궤적

by CapitalEDGE

실리콘밸리의 ‘유니폼’을 처음 신어본 날


2017년 미국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올버즈(Allbirds)는 힙함의 상징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각진 캔버스 스타일의 신발을 ‘스니커즈’라고 불러왔는데, 올버즈 시그니처인 울 러너(Wool Runner)는 운동화라기보다 고무신에 가까운 생김새였으니까요. 그런데도 스탠포드 캠퍼스에는 올버즈가 넘쳐났습니다. 파타고니아 플리스에 올버즈 울 러너, 그리고 친환경 물병. 이른바 ‘실리콘밸리 유니폼’의 3종 세트였죠.


https%3A%2F%2Fsubstack-post-media.s3.amazonaws.com%2Fpublic%2Fimages%2F32265553-bc57-4592-b89a-159749d3fa91_1480x833.jpeg 올버즈의 시그니처 모델 울 러너(Wool Runner)


올버즈를 직접 경험한 건 팬데믹 당시 호기심에 한 켤레 사보면서부터였습니다. 특히 통풍이 잘 되면서도 보온력이 뛰어난 메리노 울 소재는 생각보다 쌀쌀한 날이 많은 캘리포니아 겨울에 제격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올버즈의 팬이 됐죠. 올버즈를 신다가 다른 신발로 갈아타면 발이 불편하다는 것, 이게 올버즈가 재구매를 이끌어내는 핵심 제품력이었습니다. 타임지가 선정한 “세상에서 가장 편한 신발”이라고 부른 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올버즈 시그니처 울 스니커즈의 제조사가 부산에 소재한 국내 기업이란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미국에서 Made in Korea 신발을 사는 셈이죠. DTC 유통 혁명이 만들어낸 새로운 시장이란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의 제품 만족도와는 별개로 올버즈라는 회사는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오히려 팬데믹 시기에 약 5조 원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상장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로, 회사는 반전을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https%3A%2F%2Fsubstack-post-media.s3.amazonaws.com%2Fpublic%2Fimages%2F540346cb-ac4d-40aa-9d88-a808a48c5cb9_1364x1109.png 상장 이후 올버즈 주가


그리고 2026년 3월 31일, 올버즈가 브랜드와 IP를 $39M, 약 500억 원에 매각한다는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상장 당시 시가총액의 1%도 안 되는 금액입니다. 상장 때 조달한 수천억 원의 자금이 있어 충분히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다던 2년 전 창업자의 인터뷰가 무색하게, 결국 반전은 오지 않았습니다.


과연 올버즈 10년의 흥망성쇠,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졌는지. 오늘 뉴스레터에서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


목차

올버즈의 시대: 킥스타터에서 나스닥까지 단 5년

상장 성공과 내리막의 시작

재무 해부: DTC의 저주, 마진과 마케팅의 이중압박

턴어라운드에 실패한 상장사에게 남은 선택지

올버즈의 추락은 곧 부산 신발산업의 추락

올버즈의 이름은 남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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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버즈의 시대: 킥스타터에서 나스닥까지 단 5년


올버즈의 이야기는 뉴질랜드에서 시작됩니다. 공동창업자 팀 브라운(Tim Brown)은 뉴질랜드 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이었습니다. 2007년부터 메리노 울 소재 신발이라는 아이디어를 품고 있던 그는, 뉴질랜드에서 양모 산업이 쇠퇴하던 시기에 오히려 기회를 봤습니다. 2014년 킥스타터 캠페인에서 목표금액 $30,000을 5일 만에 넘기며 $119,000를 모았고, 970명에게 첫 울 러너를 팔았습니다.


여기서 바이오테크 엔지니어 조이 즈윌링어(Joey Zwillinger)를 만나면서 회사가 본격적으로 움직입니다. 즈윌링어는 킥스타터 고객 중 한 명이었는데, 제품 자체의 가능성을 본 즈윌링어는 브라운과 합류해 2016년 3월 울 러너를 정식 출시합니다. 회사명 ‘올버즈’는 뉴질랜드에 육지 포유류가 없어 “모든 것이 새(birds)”였다는 데서 따온 이름입니다.


https%3A%2F%2Fsubstack-post-media.s3.amazonaws.com%2Fpublic%2Fimages%2Fcbf5f071-d2bc-4459-89d6-e74aa6a4b228_1918x890.webp 올버즈 공동창업자 팀 브라운 (왼쪽) 그리고 조이 즈윌링어


출시 이후 성장 곡선은 가팔랐습니다. 첫해 투자금 $7M을 유치했고, 2017년에는 뉴욕타임스가 올버즈를 ‘실리콘밸리 유니폼’의 핵심 아이템으로 조명하면서 전국적 인지도를 확보합니다. 2018년에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투자자로 합류하며 기업가치가 $1.4B, 유니콘에 도달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매튜 매커너히, 귀네스 팰트로가 올버즈를 신었고, 뉴질랜드 재신다 아던 총리는 호주 총리에게 올버즈를 선물하기도 했죠.


제품 자체의 차별점으로 소구에 성공한 올버즈

소재의 혁신(메리노 울 어퍼, 사탕수수 기반 SweetFoam 미드솔)과 DTC 직접판매 모델, 그리고 “탄소발자국을 신발에 직접 표기한다”는 과감한 투명성이 시장을 사로잡았습니다. 2017년 무렵에는 워비파커(안경), 캐스퍼(매트리스)와 함께 ‘DTC 파이오니어 3인방’으로 불렸죠. 셋 모두 기존 산업의 중간 유통을 없애고, 브랜드 스토리와 온라인 직접판매로 승부하겠다는 같은 플레이북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팬데믹은 올버즈에게 기회이자 비극의 서막이었습니다. 모두가 스니커즈와 추리닝을 입고 온라인에서 쇼핑하던 시기, DTC 모델은 날개를 달았습니다. 동시에 회사는 이 타이밍에 오프라인 매장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2021년 11월, 올버즈는 나스닥에 상장하며 단숨에 약 4,500억 원($348M)을 조달합니다.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 $15에서 두 배 이상 뛰었고, 시가총액은 일시적으로 $4B을 돌파했습니다.



상장 성공과 내리막의 시작


하지만 ‘정점’과 ‘추락’은 거의 동시에 찾아왔습니다.


2022년은 매출은 늘었지만 이익 구조가 무너진 해입니다. 매출 $298M으로 전년 대비 7.3% 성장했지만, 매출총이익률이 52.9%에서 43.5%로 급락했습니다. 한 해에만 미국에서 19개 신규 매장을 오픈했고, 레깅스와 패딩 등 의류 라인과 퍼포먼스 러닝화(Tree Flyer, $160) 등으로 제품군을 무리하게 확대했습니다. 수요 예측 실패로 쌓인 재고는 $117M에 달했고, 재고 청산·물류비·프로모션 비용이 마진을 집어삼켰죠. 영업현금 유출은 $91M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합니다.


소비자들은 20만원 짜리 퍼포먼스 러닝화를 올버즈에서 살 준비가 안 돼 있었다. 그건 우리 브랜드의 DNA가 아니었던 것이다.

올버즈 공동창업자


2023년은 ‘전략적 전환’이라 불린 축소의 시작이었습니다. CEO 구조가 바뀝니다. 팀 브라운은 최고혁신책임자(CIO)로, 즈윌링어가 단독 CEO로 전환합니다. 인기 없던 의류 라인을 정리하면서 약 $13M의 재고 청산 비용을 감수했고, 점포 관련 자산 손상차손만 $27.4M을 인식했습니다. 매출은 $254.1M으로 역성장(-14.7%)에 진입하죠. 한편 해외 시장을 디스트리뷰터 모델로 전환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매출 규모까지 줄이는 양날의 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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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에는 CEO가 또 바뀝니다. 3월에 COO 출신 조 버나키오(Joe Vernachio)가 CEO로 임명되고, 즈윌링어는 이사회 특별고문으로 물러납니다. 운영 효율을 강조하는 리더십으로 전환했지만, 매출은 $190M으로 다시 25.3% 급감합니다. 주가가 $1 아래로 떨어지면서 나스닥 상장폐지 경고를 받았고, 9월에는 1:20 액면 분할을 단행합니다. IPO 당시 $15이던 주가를, 20주를 1주로 합치는 방식으로 겨우 상장 유지선 위로 끌어올린 것이죠.


2025년, 현금이 바닥납니다. 매출 $152M으로 또다시 19.6% 감소합니다. 6월에 담보부 리볼빙 크레딧을 체결해 $17.4M을 빌렸지만, 연말 현금은 $26.7M에 불과했습니다. 연간 영업현금 유출이 $55M인 회사가 $26.7M의 현금을 들고 있다는 것은 수개월 내 자금이 고갈된다는 뜻이죠. 10-K에는 “계속기업으로서의 중대한 불확실성(substantial doubt)”이 명시됐고, 미국 내 정가 매장은 2026년 2월까지 전부 폐점합니다. 아울렛 2곳과 런던 매장 2곳만 남았습니다.


2026년 3월 31일, 엔드게임. American Exchange Group(AXNY)에 IP와 자산을 약 $39M에 매각하는 계약이 공시됩니다. 주주 승인 후 회사는 해산·정리 절차에 들어갑니다. IPO 밸류에이션 대비 약 1.8%, 첫날 시가총액 대비로는 1%도 안 되는 금액입니다. 상장 4년 만의 결말이었습니다.




재무 해부: DTC의 저주, 마진과 마케팅의 이중압박


올버즈의 몰락을 단순히 마케팅의 실패나 제품 출시의 패착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DTC 시장을 열었던 달러쉐이브클럽, 한때 시장을 휩쓸었던 캐스퍼와 올버즈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죠. 반면 안경이 키워드였던 워비파커, 기능성 보조제 중심으로 DTC 모델을 구축한 힘스(Hims) 등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핵심은 DTC 모델을 지탱할 마케팅 비용의 구조에 있습니다. 올버즈는 신발의 특성상 제조 원가가 높은데 마케팅 비용은 더 높았고, 그 둘을 동시에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인 ‘브랜드 프리미엄’이 2022년 이후 작동을 멈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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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버즈의 S-1이 제시한 핵심 논리는 매력적이었습니다.


CAC(고객획득비용) 대비 기여이익이 1개월 내 회수된다.

NPS(고객순추천지수)는 83~86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2020년 매출의 53%가 반복구매에서 나온다.

매장은 단순한 판매 채널이 아니라 ‘브랜드 빌보드’이자 효율적인 신규 고객 획득 채널이다.


이 수치들을 종합하면 결론은 하나였죠. 브랜드가 고객 획득 비용을 이긴다 → 매장 확장이 고객 획득 비용을 이긴다 → 스케일이 고정비를 이긴다. 깔끔한 3단 논리입니다.


문제는 이 논리가 두 가지 전제 위에 서 있었다는 점입니다.


첫 번째 전제는 총마진 50%대를 유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올버즈는 메리노 울이라는 프리미엄 소재를 쓰면서도 가격대를 $95~$160 수준으로 유지했습니다. 2019~2021년 총마진 51~53%는 이 균형이 유지될 때의 숫자였죠. 하지만 2022년, 재고 청산과 물류비 폭등, 프로모션 확대가 겹치면서 총마진이 43.5%로 떨어집니다. 이후 2023~2025년 내내 41~43%대에서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울 소재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SKU와 사이즈, 컬러를 무리하게 확장한 뒤 수요 예측에 실패하면서 “재고가 쌓이고 → 할인으로 처분하고 → 브랜드 프리미엄이 훼손되고 → 다음 시즌에 더 많은 할인이 필요해지는” 자기강화 루프가 만들어진 것이 치명적이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울 레깅스, 패딩 재킷 등 비핵심 제품의 재고 청산 비용만 약 $13M에 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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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전제는 매장이 고객획득 비용을 낮춘다는 잘못된 전제였습니다.


초기에는 매장이 ‘이익을 내는 CAC 채널’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장이 늘어나면 임대료, 인건비, 감가상각이 고정적으로 붙고, 지역별 수요 편차가 커지며, 디지털 트래픽과의 시너지는 한계효용이 급감합니다.


2022년 말 58개까지 불어난 점포는, 매출이 감소하는 순간 ‘비용 레버리지’가 아니라 ‘비용 앵커’가 되었죠. 게다가 포춘지의 보도에 따르면 올버즈 매장은 판매 볼륨 대비 너무 넓었다고 합니다. 신발 브랜드가 4,800평방피트(약 135평) 규모 매장을 운영하면서 전시할 제품이 충분치 않았다는 것이죠. 2023년 점포 관련 자산 손상만 $27.4M이었습니다.


DTC 모델의 근본적인 딜레마가 여기에 있습니다. DTC는 중간 유통 마진을 없애서 총마진이 높아지는 구조이지만, 그 대신 고객을 ‘직접’ 찾아야 합니다. 이것이 곧 마케팅 비용이죠. 올버즈의 마케팅비는 매출이 줄어도 줄지 않았습니다. 2025년에는 매출이 20% 감소했는데 마케팅비는 오히려 7% 증가했습니다. DTC 브랜드에게 마케팅을 줄이는 것은 곧 매출이 더 빠르게 감소한다는 뜻이고, 그렇다고 마케팅을 유지하면 현금이 더 빠르게 소진됩니다. 진퇴양난이죠. 이것이 올버즈가 빠진 ‘DTC의 저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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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버즈가 뒤늦게 도매 채널과 해외 유통사를 확대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DTC만으로는 고객획득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죠. 하지만 이미 브랜드 프리미엄이 훼손된 상태에서의 도매 전환은, 매출 단가를 더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2025년 연간 보고서에서 회사는 매출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미국 내 점포 폐점과 해외 유통사 확대를 명시합니다. 비용을 줄이려는 처방이 매출을 더 빠르게 깎아먹은 셈이죠.



턴어라운드에 실패한 상장사에게 남은 선택지


결국 올버즈는 차별화된 제품 소구력은 확보했지만 “할인 없이도 팔리는 힘”까지는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소재의 차별화는 시간이 지나면 대형사도 ESG 메시지를 흡수하며 희석되었고, 소비자는 다시 가격과 스타일, 퍼포먼스로 회귀하게 됩니다. 올버즈의 매출총이익 40%와 타 기능성 운동화 전문 기업의 60% 사이 20%p 차이가, 결과적으로 올버즈의 운명을 결정했습니다.


올버즈의 재무적 실패는 단순한 ‘매출 부진’이 아닙니다. 2022년 마진 절벽, 2023년 이후 고정비 레버리지 붕괴, 그리고 현금 소진의 가속이라는 세 가지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성장 회복”이라는 옵션 자체가 사라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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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매각이었고, 왜 하필 이 시점이었을까요.


2025년 실적이 나온 직후라는 타이밍이 첫 번째 이유입니다. 매출 $152.5M까지 줄어든 숫자를 보면서 이사회가 “또 1년을 버텨보자”고 주장하기 가장 어려운 순간이었죠.


두 번째로, 2025년 중반 리볼빙 크레딧을 끌어온 뒤에도 유동성 압박이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대출은 시간을 벌어주지만, 브랜드 회복이 동반되지 않으면 결국 담보 위의 시간을 비싸게 사는 것에 그칩니다.


세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이유는, 브랜드 자체가 아직 가치가 있다는 점입니다. 운영회사는 적자였지만, 올버즈라는 이름과 디자인 자산, 유통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브랜드 매니지먼트 성격의 인수자에게는 지금이 오히려 가장 매력적인 가격 구간이었을 수 있죠.


결국 올버즈는 독립 상장사로 회복을 실험할 자본과 시간이 바닥났기 때문에 상장사로서 파산을 면하기 위해서는 자산 매각밖에 선택지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판 이유는, 더 늦으면 브랜드와 IP의 잔존가치마저 약해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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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버즈의 추락은 곧 부산 신발산업의 추락


올버즈의 흥망성쇠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 신발 산업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부산 소재 노바인터내쇼널은 올버즈의 메리노 울 소재 신발을 전량 독점 공급하던 OEM 업체입니다. 1994년 부산 사상구에서 출발한 이 회사는 국내 최초로 친환경 울원단 제직 기술을 개발해,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울 원단의 국산화에 성공했습니다. 올버즈의 울 소재 신발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곳은 전 세계에서 노바인터내쇼널 외에는 찾기 어려웠다고 알려져 있죠.


올버즈의 성장과 함께 노바인터내쇼널도 승승장구했습니다. 친환경 신발 매출은 2015년 95억 원에서 2019년 535억 원으로 약 6배 성장했고, 2021년에는 562억 원으로 정점을 찍습니다. 2020년에는 베트남 공장을 철수하고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로 복귀하면서 232억 원을 투자해, 연간 180만 족 생산 능력을 갖춘 부산 지역 최대 규모의 신발 생산시설을 구축했습니다. 미국 친환경 건축 인증인 LEED 실버 등급까지 획득하며 ‘리쇼어링의 모범사례’로 전국적 주목을 받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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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원청인 올버즈가 무너지면서 직격탄을 맞습니다. 주문량이 급감하고 공장 가동률은 바닥을 쳤습니다. 결국 올버즈와의 거래가 완전히 끊기면서 노바인터내쇼널의 2024년 매출은 65억 원까지 추락합니다. 2021년 561억 원 대비 약 90%가 증발한 것이죠. 종사자 수도 400명에서 70여 명으로 줄었습니다. 지난주 공개된 2025년 재무제표에서도 회사는 반전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노바의 사례가 보여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단일 벤더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트렌드의 리스크를 그대로 공유하게 만듭니다. 노바인터내쇼널은 올버즈의 “유일한 공급자”라는 지위가 강점이었지만, 바로 그 점이 최대의 약점이 됐습니다. 232억 원을 투자해 부산으로 유턴한 공장이 불과 5년 만에 매출 90%가 사라지는 현실은, 글로벌 DTC 브랜드의 흥망이 한국 제조업 생태계에 얼마나 직접적인 충격을 줄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올버즈의 이름은 남을 것인가


브랜드와 IP를 인수한 American Exchange Group(AXNY)은 뉴욕에 본사를 둔 패션 액세서리 및 브랜드 매니지먼트 회사입니다. 에어로솔(Aerosoles), 화이트마운틴(White Mountain), 에드하디(Ed Hardy), 조나단 아들러(Jonathan Adler) 등 다양한 브랜드를 소유하거나 라이선스하고 있죠. 이들의 핵심 역량은 브랜드를 인수한 뒤 라이선싱과 유통 네트워크를 재구성해 수익화하는 것입니다.


AXNY가 올버즈를 산 것은 “적자 사업을 운영하겠다”는 뜻이 아닐 것입니다. 올버즈라는 이름과 디자인 자산, 그리고 글로벌 소비자 인지도를 활용해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에 가깝습니다. 올버즈 CEO 버나키오도 “AXNY와의 새 챕터는 그간의 기초 작업 위에 브랜드가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고 말했고, 거래 종결 후에도 올버즈라는 브랜드명과 제품 라인은 존속합니다.


https%3A%2F%2Fsubstack-post-media.s3.amazonaws.com%2Fpublic%2Fimages%2F2acb8544-0f3b-48c5-bb58-c741b359be96_2785x1601.png 아메리칸익스체인지그룹 홈페이지


여전히 올버즈 제품에 대한 수요층은 존재합니다. 울 러너와 트리 러너를 수년째 신는 충성 고객들이 있고, ‘편한 신발’ 카테고리에서 올버즈의 인지도는 여전히 높습니다. 2025년에는 10주년을 기념해 Wool Runner NZ라는 리뉴얼 버전을 출시하기도 했죠.


다만 현실적으로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올버즈의 시그니처였던 울 스니커즈는 라인업에서 비중이 줄었고, 많은 제품이 단종되거나 할인 처분됐습니다. 미국 내에는 아울렛 매장 2곳만 남았고, 신상품 중심의 정품 매장은 전부 문을 닫았죠. 브랜드 매니지먼트 회사가 인수한 뒤에는 저가 라이선싱이나 박리다매 전략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에어로솔 등 AXNY가 운영하는 다른 브랜드들의 궤적을 보면, 인수 후 대중적 접근성은 높아지지만 원래의 프리미엄 포지셔닝은 희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브랜드였는데 결과적으로 아쉽게 되었습니다. 올버즈의 울 러너는 분명 좋은 제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제품만으로 좋은 사업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올버즈가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 ‘브랜드가 사랑받는 것’과 ‘사업이 이기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지속가능성이 지속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한 10년의 기록을 남기며, 올버즈의 상장사로서의 여정은 결국 끝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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