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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pitalEDGE Oct 05. 2022

실리콘밸리 거래의 기술 - 문자메시지

머스크의 문자메시지가 알려주는 실리콘밸리의 거래 방식

트위터 - 머스크 소송 중 공개된 머스크의 문자메시지, 실리콘밸리 거물의 거래 방식에 대한 흥미로운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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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남양유업이 있다면 미국에는 트위터가 있습니다. 두 기업 모두 기업 인수 계약을 파기한 문제로 법정 싸움이 한창 진행 중이죠. 차이가 있다면 남양유업은 판다고 한 사람이 마음을 바꾼 사례라면 트위터는 산다고 한 사람이 이를 번복하면서 문제가 생긴 사례입니다. 트위터 이사회는 머스크에게 계약대로 회사를 인수하던지 위약벌을 내라고 주장하는 상황이지만 머스크는 가짜 계정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귀책사유를 회사에 돌리고 있습니다. (10월 5일 업데이트된 소식으로 머스크가 다시 기존에 논의된 조건으로 트위터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하였다고 합니다.)


지난 주, 트위터 - 머스크 소송이 진행 중인 델라웨어 주 법원에서는 트위터 측 변호사들이 제시한 머스크의 문자메시지들이 공개되었습니다. 메시지에는 트위터 인수 의사를 공개하기 전 트위터 창업자인 잭 도시와 주고받은 문자부터 오라클 창업자 래리 앨리슨, 링크드인 창업자 리드 호프먼,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 트위터 이사회멤버이자 세일즈포스 공동 대표인 브렛 테일러 등 실리콘밸리 거물들과 격의없이 문자로 대화하는 머스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머스크는 트위터인 CEO가 마음에 들지 않자 '회사를 사서 상장폐지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문자를 본 대중들의 반응은 다양합니다. 워싱턴 포스트가 '참을 수 없는 문자의 가벼움'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머스크가 얼마나 즉흥적으로 트위터 인수를 제안하였다가 철회하였는지도 엿볼 수 있으며, 전 세계 1위 거부인 머스크가 추진하는 거래에 참여하기 위해 억만장자들이 머스크의 심기를 거르지 않으면서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모습도 신기하게 다가오는 부분입니다.


그 중에서도 흥미로운 부분은 트위터 인수 자금을 모으기 위한 머스크의 대화 내용들입니다. 


그 자리에서 결정하고 일주일만에 거래를 준비하는 실리콘밸리 VC의 신속한 투자 과정

머스크도 펀드레이징을 할 때는 성심성의껏 마케팅에 집중

한국이나 미국이나 프로젝트 펀드 만든다고 돌아다니는걸 좋아하지 않음 


오늘 포스팅에서는 관련 메시지들을 가볍게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장면 1 - 마크 안데르센, 문자로 즉시 2억 5천만 불 투자 약속


벤처캐피탈 안세르센호로위츠(a16z)를 이끄는 마크 안데르센은 머스크와의 문자 메시지를 통해 '투자 파트너를 찾는다면 우리 그로쓰 펀드에서 추가 작업 없이 곧바로 $250Mn을 쏠 수 있어'라고 이야기합니다.


"If you are considering equity partners, my growth fund is in for $250Mn with no additional work required." 


그리고는 곧장 문자를 캡처해 머스크의 패밀리오피스를 이끄는 Jared와 a16z의 그로쓰 펀드를 담당하는 David를 참조하여 메일을 쏩니다.


"We are good to go."


메일을 보낸 날짜가 4월 25일이며, 실제 a16z가 무려 $400Mn 규모로 투자에 참여한다고 SEC에 공시된 날이 5월 5일이니 단 8 영업일만에 아이디어에서 투자 참여를 위한 준비까지 모두 끝난 것입니다.



머스크가 추진하는 트위터 인수에 참여하기 위한 의사결정이 얼마나 빠르게 이뤄졌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특히, 매력적인 거래라면 일주일만에도 자금 모집이 완료되는 실리콘밸리의 분위기가 과장이 아님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조 단위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가 저렇게 의사결정을 해도 되나?"라는 시선도 있습니다. 아무리 트위터가 상장사라고해도 펀드가 개인 자금이 아닌데 파트너 한 명이 의사결정을 해버리고 모든걸 끼워맞추는 식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느냐는 것이죠. 물론 a16z 펀드의 LP들은 머스크와 스스럼없이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는 마크 안데르센을 보고 자금을 줬을테니 오히려 흡족해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장면 2 - 오라클 창업자 래리 앨리슨, "너가 제안하는 만큼 투자할게"


머스크는 마크와 이야기를 나누기 5일 전, 오라클 창업자로서 100조 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거부 래리 앨리슨과 문자를 주고받습니다. 얼마 정도 투자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래리 앨리슨은 가볍게 답합니다.


"10억 불 정도.... 아님 너가 추천하는 만큼 할게."


그리고 머스크가 잠재력이 큰 거래이니 20억 불 이상 투자를 제안하니 이렇게 대답합니다.


"재밌겠네!"


래리 앨리슨과 일론 머스크의 대화에서 가장 흥미롭게 봤던 부분은 머스크가 그 짧은 문자에서도 펀드레이징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마케팅 용어를 꾹꾹 눌러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목표 금액 이상이 모여서 너가 들어온다고 하면 다른 참여자들 할당 금액을 조정해야해 (너가 참여하면 다른 사람들 할당량을 조정해서라도 받아줄게)"


"잠재력이 엄청난 거래야. 그 누구보다도 너가 참여했으면 좋겠어."


실제로는 5일 뒤인 4월 25일에도 안데르센호로위츠로부터 자금을 받고 있었으니 이미 참여하려는 투자자가 초과되었다는 건 FOMO(Fear of missing out)를 불러일으키기위한 마케팅일 가능성이 큽니다. 전 세계 1위 부자도 자금을 모집할 때 상대방을 설득하기위해 다양한 미사여구를 붙여가며 마케팅을 열심히 한다는 점에서 결국 펀드레이징은 만국 공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장면 3 - 프로젝트 펀드를 모으던 Jason에게..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머스크는 5월 2일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엔젤투자자 Jason Calacanis와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주고받던 중 Jason이 일종의 프로젝트 펀드인 SPV를 구성하여 트위터 투자에 참여하겠다고 제안하자 흔쾌히 동의합니다. 그런데 8일 뒤인 5월 10일, 갑자기 Jason에게 성난 문자메시지를 보냅니다.


"지금 SPV에 참여하라고 아무한테나 마케팅하고 다니고 도대체 머하는거야. 당장 멈춰"
"모건스탠리와 Jared 말로는 너가 우리 친분관계를 개인 비즈니스에 활용한다고 하는데 사실이야?"
"넌 내가 절박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어."



머스크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Jason은 곧바로 납작 업드립니다. "너에게 도움이 되려고 그랬어"를 여러번 연발하더니 급기야 "우리 끝까지 가는 거잖아. 널 위해 폭탄도 안고 뛰어내릴 수 있어"라는 멘트를 날립니다.


머스크는 여전히 자신이 남들에게 어떻게 비춰지는지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난 7월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에서 밝혀진 것처럼 머스크의 200조 원이 넘는 자금을 관리하는 모건스탠리 출신 뱅커 Jared Birchall에 대한 신뢰가 굉장하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Jason의 말에 따르면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전에 참여하기위한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하기로 하고 8일 동안 모집한 금액이 1억 불이 넘는다고 합니다. 어차피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으니 아쉬울리는 없겠지만 실리콘밸리의 인싸들이 일주일만에 모을 수 있는 자금의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후일담


트위터에는 문자메시지를 본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거래도 결국 백인 남성들끼리 클럽에서 카드게임하듯이 진행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씁쓸해하는 사람도 있고, 코딩에 능한 트위터 CEO를 추천해달라고 하자 자기 아들을 이야기하는 DFJ의 "J", Steve Juverton의 모습을 보면 실리콘밸리 거물의 자식챙기기도 한국의 여느 부모와 다르지 않다는 느낌도 듭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다들 열심히 산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단적인 예로 트위터의 이사회 멤버인 브랫 테일러는 실질적으로 세일즈포스를 이끌어가는 시총 200조 원 상장사의 CEO입니다. 그런데도 본업과는 별개로 이사회에 참여 중인 기업의 CEO와 잠재적 인수자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5분만 이야기하자며 머스크에게 수 차례 문자를 보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CEO인 나델라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꾸준히 관심을 보이며 앞으로 트위터가 오피스 프로그램의 Teams와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여러 제안을 합니다. 세일즈포스 창업자 마크 베니오프는 'Twitter Conversational OS'란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머스크에게 영업을 합니다. 빅테크 기업의 CEO들도 시장의 동향에 귀를 기울이고 어떻게든 세기의 거래에 참여해 자신들의 서비스와 연계해보고자 미리부터 물밑작업을 벌이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 자신에게 주목되는 거물들의 관심에 의기양양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심각한 고려없이 거래를 추진하다가 생각대로 일이 흘러가지않자 금방 마음을 바꾼 것이 현재까지 문자로 들어난 모습입니다. 그러다가 오늘 다시 기존에 제시한 조건으로 인수를 진행하겠다고 트위터측에 역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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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글로벌 스타트업 & 벤처투자 & 테크기업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주간 뉴스레터 CapitalEDGE의 10월 1주 차 WeeklyEDGE에 기재된 내용입니다. 전세계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투자'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다양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아래 구독을 통해 더 많은 소식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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