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Coatue가 발간한 베어마켓 시나리오
약 100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운용하는 뉴욕의 헤지펀드 Coatue Management는 상장과 비상장 투자를 넘나드는 테크 전문 크로스오버 분야에서 Tiger Global와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투자사입니다. MIT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프랑스 출신의 필립 라포트가 설립한 Coatue Management는 체이스 콜먼이 설립한 Tiger Global과 마찬가지로 Tiger Management를 운영했던 전설의 투자자 줄리아 로버트슨의 밑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한 인재들이 만든 헤지펀드들을 일컫는 '타이거컵'의 일원입니다.
Coatue는 헤지펀드 특유의 데이터 기반 분석과 기술트렌드를 주도하는 혁신 기업 투자 사이의 균형을 가장 잘 찾은 투자사로 평가받습니다. 특히, 지난 2019년 론칭한 9천억 원 규모 벤처펀드를 활용하여 스타트업의 시드투자까지 직접 리드하고 있으며, 지난 주 뉴스레터에서도 다룬 '생성AI' 유니콘기업 JasperAI와 StabilityAI 두 곳 모두에 투자한 유일한 하우스로 이름을 올리며 최근에는 AI 투자에도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Coatue는 지난 5월 LP들을 대상으로 'Anatomy of a Bear Market'이라는 리포트를 발간하였습니다. 2000년 닷컴 버블과 2008년 금융위기를 경험한 헤지펀드의 입장에서 2022년의 세 번째 대세 하락장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분석한 내용인데 5개월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다시 한 번 곱씹어볼만한 내용이 많아 관련 내용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테크 분야에 집중하여 10년만에 운용자산을 10배로 불린 Coatue는 현재의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Coatue가 제시하는 기술주 베어마켓의 시나리오는 크게 세 단계로 나뉘어집니다. 처음에는 상대적으로 펀더멘털이 약한 적자 기업(Unprofitable Tech)들의 주가가 폭락하고, 두 번째로 경기침체 시그널이 가시화되면서 그나마 선전하던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가이던스 조정이 이뤄지며 대형주들의 주가 조정이 본격화되며, 결국 손실을 감내하던 투자자들이 손절에 나서면서 모든 섹터에서 장기간 투매가 일어나는 3단계가 마지막입니다.
기술주 베어마켓의 첫 시나리오는 소위 생존가능성이 불확실한 '적자 유니콘' 기업들의 주가 폭락입니다. 이는 투자자들의 관점이 '매출 성장'에서 '순현금흐름'으로 전환되면서 외부 자금 조달 없이는 독자 생존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기업들이 가장 먼저 조정을 받는 상황이며, 나스닥에서는 이미 작년 10월부터 '적자 유니콘'들이 고점 대비 80% 가까이 하락한 바 있습니다.
특히 이와 같은 하락장세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이 바로 '베어마켓 랠리'입니다. 지난 2000년 닷컴버블 붕괴 당시에도 2년동안 무려 세번의 베어마켓 랠리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18개월 사이 전체 인덱스가 80% 가량 무너지는 대세 하락으로 이어진 바 있습니다.
기술주 베어마켓의 두 번째 시나리오는 경기불황이 가시화됨에 따라 대형 기업들도 실적 가이던스를 조정하거나 예상치를 하회하는 발표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는 지난 주 아마존과 구글의 실적 발표와도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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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약세장이 시작되면 주가가 먼저 반응하기 때문에 예상 실적 대비 PER가 낮아보이는 착시가 일어납니다. 이는 가치투자를 기반으로하는 장기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며 단기 베어마켓 랠리의 기반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상치를 하회하는 실적이 나오면 실망한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서며 폭락이 이어집니다.
지난 5월 기준으로는 아직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조정이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번 3분기부터는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과 가이던스 조정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Coatue는 경기 침체가 가져오는 실적 조정과 이에 따른 주가 하락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지난 닷컴버블의 교훈 중 하나는 실적이 탄탄한 빅테크 기업도 주가 하락을 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실적이 둔화되기 때문이죠. 닷컴버블 붕괴 당시 처음 6개월 동안은 소위 '적자' 테크기업의 주가가 80% 가까이 하락했다면 그 다음 단계는 생존과는 무관한 '빅테크' 기업의 주가도 최대 60% 가까이 조정된 바 있습니다.
소위 빅테크로 불리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의 이번 3분기 실적발표는 애플의 서프라이즈, 마이크로소프트의 선방, 그리고 나머지 구글 및 아마존의 실망과 메타의 폭락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주가는 이미 올해 초부터 이를 예상한 듯한 움직임을 보여왔고, 3분기 실적은 이를 확인시켜준 모습입니다.
Coatue는 아직까지 주식시장에서 자금 유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판단합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손쓸틈도 없이 주가가 하락하면서 어쩔 수 없이 버티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제 곧 손절 등을 통한 자금 유출이 시작되면 보다 더 큰 하락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바로 대폭락의 시작인 것이죠.
대세하락의 첫 번째와 두 번째 단계에는 '적자 유니콘', '빅테크' 등 특정 섹터를 중심으로 주가가 하락한다면 마지막 3단계는 섹터와 실적에 구분없는 전방위적인 투매를 의미합니다.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죠.
Coatue는 아직까지 시장에서 전방위적인 투매의 시그널은 감지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주가가 빠르게 상승했던 기술주들을 중심으로 하락이 이어진 반면 에너지 관련주는 연초 대비 50% 이상 상승한 바 있죠. 닷컴붕괴 당시 16개월동안 이어진 대세 하락이 2022년인 올해에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측면에서 Coatue는 우리가 아직 대세 하락의 2단계에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비관적일 수 있는 분석이지만 Coatue는 V자 형태의 반등은 없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경착륙의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Coatue는 펀더멘털 투자자답게 기술섹터에 꾸준히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특히 '목욕물에 아이까지 버리는' 모멘텀 시장일수록 기업의 펀더멘털에 집중하는 가치투자가 빛을 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주가 하락 수준은 비슷하지만 여전히 독점적 시장 지위를 가지고 성장하는 기업은 오히려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다는 판단입니다.
이미 지속가능성과 혁신성으로 무장한 테슬라나 엔비디아와 같은 'Mature Franchise', 여전히 이익률과 성장률이 함께 성장하는 페이팔과 같은 'Profitable High Growth', 그리고 마지막으로 적자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승자가 될 수 있는 도어대시와 같은 'Unprofitable Emerging Winners'를 중심으로 이미 후보군을 추려 상장과 비상장을 가리지않고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입니다.
Coatue는 해당 보고서를 발간했던 5월 당시 연초 대비 17% 수준의 펀드수익률 하락으로 실적을 방어하며 같은 기간 50% 이상의 펀드수익률 하락을 경험한 경쟁사 Tiger Global 대비 준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본 보고서를 발표하기 전 공격적으로 포지션을 정리해 지금까지도 80% 이상의 현금보유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10년 간 Tiger의 그늘에 가려 2등에 머물었던 Coatue가 이번 하락장을 계기로 사세를 더 확장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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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글로벌 스타트업 & 벤처투자 & 테크기업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주간 뉴스레터 CapitalEDGE의 11월 1주 차 WeeklyEDGE에 기재된 내용입니다. 전세계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투자'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다양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아래 구독을 통해 더 많은 소식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