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우주 생산 시대가 의미하는 것
6월 12일, 미국 스페이스 테크 분야의 스타트업 Varda Space Industries가 지구 저궤도를 돌며 미세중력 상태에서 의약품 실험을 진행하는 인공위성 W-Series 1을 궤도에 안착시키는데 성공하였습니다.이번 Varda의 위성 궤도 진입은 이미 글로벌 대형 제약사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진행한 다양한 실험을 통해 그 효용성이 증명된 '미세중력 생산'의 상업화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메이드 인 스페이스’ 첫걸음… 우주에서 의약품 만든다
사상 첫 우주 공장 실험…‘메이드 인 스페이스’ 시대 오나
Varda Space Industries는 현재까지 누적 1,000억 원에 가까운 자금을 조달하며 설립 2년 반만에 위성 궤도 안착까지 성공해 낸, '인스페이스 (In-Space) 서비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스타트업입니다. 또한 Founders Fund, Lux Capital, General Catalyst, Khosla Ventures 등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탈들이 Varda의 설립 단계부터 투자자로 참여하여 회사의 미션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Varda는 뉴스페이스 시대의 우주 개발 스타트업이 어떻게 단기간 내 적은 투자 자금을 가지고도 사업을 안착시킬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일개 스타트업이 대규모 투자와 기술적 난관이 예상되는 분야에서 단 2년 남짓한 기간에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었다는 것은 우주 개발의 접근법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스페이스X는 2021년 1월, 소형위성 다수를 자사의 재사용 로켓인 팔콘9에 실어 발사한 후 궤도에 안착시키는 '위성 배달 (Rideshare)'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한 번에 50 - 100개의 소형 위성을 실어 궤도에 안착시키는 해당 서비스는 '트랜스포터-1'으로 명명된 첫 발사가 성공한 이후 스페이스X의 주요 수익원으로 부상합니다.
금 번 Varda의 위성 또한 스페이스X가 여덟번째로 발사한 위성배달 전용 로켓 '트랜스포터-8'을 타고 우주 궤도에 도착하게 됩니다.
Varda가 이번에 쏘아올린 위성의 무게는 300kg입니다. 스페이스X의 '위성배달' 서비스의 가격표에 따르면 현재 300kg 무게의 위성을 스페이스X를 통해 궤도에 안착시키는데 드는 비용은 약 25억 원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미 1천억 원 가까운 자금을 조달한 Varda에게 위성 발사 비용은 더 이상 고민거리가 아닌 것입니다.
스페이스X가 지난 10년 간 갈고닦은 재사용 로켓 기술이 로켓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Varda는 이처럼 달라진 우주 개발 환경을 적극 활용하여 단기간 내 위성 운영에 성공합니다.
스페이스X는 상업 '위성배달' 분야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여전히 대기수요가 상당한 수준입니다. 만약 지금 300kg 규모의 위성 탑재를 예약하더라도 가장 빠른 발사 시점은 2년 뒤인 2025년 2분기입니다.
Varda의 첫 위성 W-Series 1의 제작을 맡은 곳은 또다른 위성 발사 및 제작 기업인 로켓랩(Nasdaq:RKLB)입니다. 상업용 로켓 발사 분야에서 스페이스X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는 로켓랩은 위성 개발 및 운영을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수행하는 '스페이스 시스템' 사업에도 진출, 이미 2022년 연간 3천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린 상장사입니다.
로켓랩은 현재 매출의 80%를 '스페이스 시스템' 사업에서 벌어들이고 있으며, 로켓 발사에 따른 매출은 나머지 20%에 불과합니다.
Varda는 이미 로켓랩과 4개의 위성 제작을 계약하였으며, 금 번 W-Series 1은 그 첫번째 결과물인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Varda는 위성 제작과 발사라는 큰 관문을 모두 외주 생산 및 서비스를 통해 해결하며 단기간 내 자사 위성 운영에 성공한 것입니다. 이는 앞으로 우주 개발 서비스에 진입하는 신규 기업에게 중요한 것은 '원천 기술' 개발이 아닌, 기존의 기술과 서비스를 활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아이디어'와 '사업개발'이 될 것임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위성 제작 및 발사를 모두 외주에 의존한 Varda가 이제 막 첫 위성 운영에 성공한 시점에서 6천억 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비밀은 바로 상업용 우주 제조 시장의 선점을 통한 배후 시장 확장에 있습니다.
현재까지 상업용 우주 개발은 대부분 '통신'과 '국방' 분야에 한정되었습니다. 블루오리진과 버진갤럭틱과 같은 기업이 우주 개발 시장을 '관광'의 영역까지 확장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우주 개발의 어플리케이션 시장을 '제조'까지 넓힐 수 있다는 것은 유의미한 진전입니다. 아무리 로켓 개발과 위성 운영이 '시각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더라도 결국 돈을 벌기 위해서는 위성 운영을 통해 효용을 누릴 수 있는 산업 분야가 더욱 많아져야 합니다. 이는 '화성 이주'라는 거대한 목표미션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저궤도 위성 통신 '스타링크'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스페이스X의 현실에서도 읽을 수 있는 고민입니다.
미세중력 환경에서의 제조는 이미 시장성이 증명된 분야입니다. 글로벌 제약사인 머크와 브리스톨마이어스는 ISS에서 실행한 미세중력 의약품 실험에서 다양한 결과물들을 얻고 있습니다. Varda는 현재 유인 환경에서 진행되어온 미세중력 의약품 실험을 로봇을 활용한 무인위성에서 수행하는 것에 이번 발사의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위성 궤도 안착은 Varda가 목표한 이번 발사의 첫 번째 단계에 불과합니다. Varda의 미션 성공을 위해서는 위성에 탑재된 로봇들이 현재 계획된 작업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지, 그리고 현재 위성이 다시 지구로 귀환하면서 실험 결과를 온전히 보전해올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우주 개발에서 더 이상의 신비주의는 없습니다. 우주 개발의 관심도와 효용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It demonstrates that there is nothing mystical about space. That is driving a lot of increased interest and, ultimately, the usefulness of space.)
크레이그 브라운, 영국 우주국 투자 총괄
6월 5일 파이낸셜타임즈가 주최한 Investing in Space Summit은 현재 우주 개발 분야 투자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된 자리였습니다.
민간 우주 개발 시장에서 업체 간 분업화와 전문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생태계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증거임
우주 개발의 혁신이 대부분 스페이스X의 가격경쟁력에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아마존, 버진, 로켓랩과 같은 후발주자들 또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음
스페이스X 출신 인력들이 창업에 뛰어드는 사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음. 이는 스페이스 개발 생태계의 다양한 밸류체인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임
무중력 체험 관광을 제공하는 버진 갤럭틱은 이번 달 첫 번째 상업용 우주선 '갤럭틱 1호'를 발사할 예정입니다. 아마존은 스페이스X가 선점한 위성 통신 사업 '스타링크'에 대항하기 위해 2023년 말부터 자사 위성 통신 사업 '프로젝트 카이퍼' 출시를 위한 준비에 이미 착수하였습니다. 플랫폼의 다양화란 측면에서 우주 개발 또한 본격적인 민간 경쟁 시대에 돌입한 것입니다.
스페이스X와 같은 '플랫폼' 기업이 Varda와 같은 '어플리케이션' 기업과 만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된 2023년 6월은 민간 우주 개발사에서 중요한 시점으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앞으로 우주 개발 분야에서 등장할 새로운 시도들이 더욱 기대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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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글로벌 스타트업 & 벤처투자 & 테크산업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주간 뉴스레터 CapitalEDGE의 6월 3주 차 WeeklyEDGE 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면 매주 발행되는 WeeklyEDGE를 가장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