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퀴드데스를 통해 알아보는 벤처 투자 성공 방식
"무알코올 음료 브랜드 리퀴드데스(Liquid Death)는 코미디와 엔터테인먼트를 활용해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100배 더 재미있게 만드는 최초의 음료 회사입니다. 우리는 여러분이 마실 수 있는 가장 건강한 것을 무한한 재활용 가능한 톨보이 캔에 담아, 재미난 광고로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에너지 드링크, 맥주, 정크푸드 기업들과 직접 경쟁하고자 합니다."
리퀴드데스 회사 소개
독특한 마케팅으로 유명세를 치 미국의 생수 판매 스타트업 '리퀴드데스'가 실제로 자신의 회사를 설명하는 보도자료에 적은 문구입니다. 리퀴드데스가 재미난 광고와 캔에 담은 생수 이상으로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문장입니다.
리퀴드데스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리퀴드데스는 2017년 처음 출시된 미국의 생수 브랜드로, "죽음을 마시자(Murder Your Thirst)"라는 독특한 슬로건으로 유명합니다. 첫 제품 출시 이후 7년 만에 연간 매출이 3천억 원을 넘었습니다. F&B 분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유례없는 성장세입니다.
리퀴드데스의 사례는 2022년부터 국내에도 마케팅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자주 소개된 바 있습니다. 리퀴드데스의 상식을 파괴하는 브랜딩과 소셜 미디어 활용 전략은 생수라는 지극히 평범한 아이템을 힙하게 바꾸는 마법을 보여주며 쇼츠 시대의 커머스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전해줍니다.
리퀴드 데스 : ‘악마의 물’ 마케팅으로 생수업계를 뒤흔들다 (longblack.co)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리퀴드데스의 성공을 브랜딩을 넘어 시장 트렌드 변화와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좀 더 살펴보고자 합니다. 모두가 'DTC (Direct-to-Consumer)'는 죽었다며 컨슈머 투자를 접고 크립토와 AI로 몰려갈 때 조용히 리퀴드데스의 성공을 알아챈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요?
도파민과 디지털 디톡스에 대한 관심이 앤드류 후버만 교수 같은 인플루언서를 탄생시킨 것처럼, 리퀴드데스의 성공 뒤에는 2016년부터 부각된 '미세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리퀴드데스는 처음에 나이트클럽에서 맥주처럼 마실 수 있는 생수라는 아이디어로 시작된 캔생수 브랜드였습니다. 그러나 이 소규모 스타트업이 불과 5년 만에 대중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미국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대대적인 소비 패턴의 변화에 있었던 것입니다.
육식 전도사로 유명한 폴 살라디노가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영양학자이자 정신의학자이면서 구독자 60만 명을 보유한 인플루언서인 폴은 일상생활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제거하기 위해 페트병은 물론 플라스틱 도마, 테플론을 입힌 팬은 물론 제조 과정에서 플라스틱에 노출되는 모든 식품을 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물입니다.
리퀴드데스가 아마존 생수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아마존이 소유한 유기농 식료품 체인 홀푸드(Whole Foods)에 입점하며 급속한 성장을 이룬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홀푸드를 찾는 고객들은 자신의 건강과 미용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프리미엄 제품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층입니다. 더불어 생수와 같은 제품을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정기 구독하는 방식에 익숙한 MZ 세대들이 캔에 든 생수에 흔쾌히 지출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리퀴드데스는 LA 산타모니카에 위치한 컨슈머 및 블록체인 전문 인큐베이터이자 투자사인 사이언스(Science)에서 탄생했습니다. 사이언스의 창업자 피터 팸(Peter Pham)은 DTC(Direct-to-Consumer) 투자의 선구자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2015년 유니레버에 1조 3천억 원에 인수된 달러쉐이브클럽의 초기 투자자로 참여하며 일찍이 컨슈머 분야에서 성공적인 투자자로 명성을 쌓았습니다.
Science는 항상 남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하는 기업을 찾아왔으며, 이것이 우리의 핵심 정신이자 투자 이론입니다. 알루미늄과 물은 평범한 아이템이지만, 세상에 없던 브랜딩과 결합하면 #DeathToPlastic 혁명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창의력과 발상의 전환을 끌어올리는 창업자 마이크 세사리오는 리퀴드데스 성장의 핵심입니다.
피터 팸
피터 팸의 조언의 통해 리퀴드데스는 초기 브랜드 마케팅이 성공을 거두자 최대한 빠르게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진출하는 전략을 추진하였습니다. 과거 DTC 브랜드들이 오히려 DTC라는 채널 전략에 사로잡히며 오프라인 확장에 실패한 경험을 교훈으로 삼은 결과입니다. 리퀴드데스는 홀푸드 입점을 성공시키며 2020년 2월 $9 million 규모 시리즈 A 펀딩까지 완료합니다.
피터 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리퀴드데스의 성공에 확신을 가진 Science는 SPV를 구성, 시리즈 C 라운드와 시리즈 D 라운드를 연달아 리드하며 리퀴드데스의 최대 투자자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2019년 Science가 리퀴드데스의 시드 라운드를 리드할 당시 Pre-money 기업가치는 $5 million에 불과하였습니다. 회사는 올해 3월 진행된 투자 라운드에서 $1.4 billion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한때 DTC가 주목받으며 벤처캐피탈의 자금을 끌어들인 컨슈머 스타트업들은 현재 보릿고개를 넘는 중입니다. 매트리스를 판매하던 캐스퍼는 헐값에 매각되었고 실리콘밸리의 신발로 주목받았던 올버즈는 상장 후 주가가 99% 하락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비자 시장에 집중하는 투자자들이 있습니다. DTC 모델이 어려움을 겪은 것이지, 소비자 섹터에서는 여전히 새로운 기업들이 탄생하고 빠르게 성장하며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사례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컨슈머 전문 벤처캐피탈인 포어러너 벤처스(Forerunner Ventures)는 B2B 기업보다 소비자 대상 기업이 상장 성공 확률이 더 높고, 상장 시 매출 규모에 대한 압박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는 분석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피터 팸이 DTC 열풍이 식은 후 소비자 시장 투자를 접고 B2B 소프트웨어 기업을 찾아 나섰다면 리퀴드데스를 발견할 수 있었을까요? 하지만 피터는 달러쉐이브클럽의 성공 이후 오히려 인큐베이터를 설립해 소비자 시장 관련 인재들을 영입하고, 성공 가능성이 보이는 아이디어에 추가 투자를 이어가는 방식으로 새로운 브랜드와 스타트업에 꾸준히 투자해 왔습니다. 대중의 관심이 시들해졌을 때 오히려 기회를 포착하고 승자에게 꾸준히 베팅하는 방식, 이것이 바로 리퀴드데스의 성공을 이끈 투자자의 전략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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