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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식세끼 Jul 07. 2021

튀긴 쥐, 불에 그을린 개를 먹는 도시?

듣기만 해도 엽기적인, 상상조차 힘든 요상망측한 이름의 음식들. 더구나 이 음식들이 이 도시를 대표하는 사랑받는 요리라면? 튀긴 쥐, 불에 그을린 개는 좀 많이 심했다. 그런데 다른 이름을 들어봐도 범상치는 않다. 박쥐, 카나리아 우유, 자물쇠공, 세탁부, 잠옷을 입은 소시지, 송아지 새, 간으로 만든 치즈...
 

이게 다 음식이름이라고? 맞다. 그것도 예술과 문화의 도시 비엔나가 자랑하는 음식들이다. 앞선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비엔나 관광청 발간 책자에는 이런 요상스럽고 희한한 이름의 비엔나 대표 메뉴들을 소개하고 있다.(Quirks of Viennese Cuisine).

 

*튀긴 쥐
Gebackene mause =deep fried mice
 
사진으로 봤을 땐 동글동글한 모양의 도넛이다. 대략 던킨 도너츠의 먼치킨을 연상케 하는. 발효시킨 도우로 튀긴 달콤한 간식이라는데 도대체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대단한 설명이 있을까 싶지만 ‘마치 생긴 것이 튀긴 작은 쥐를 연상시킨다’는 설명만 나와 있다. 



기발하다고 해야 할까 엽기적이라고 해야할까. 이런 비유라면 보통은 누구나 쉽게 상상하고 떠올릴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을 사용하게 마련이지 않나. 도대체 작은 쥐를 튀긴 모양이라니. 전통적 간식이래서 혹시 예전에 게르만족들 중에서 쥐를 튀겨먹는 식습관이나 풍속이 있는 사례가 있었던가 싶어 찾아봤으나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자료 갖고 계신 분은 좀 알려주시길...) 아무튼 자료 사진을 봐도 그냥 동글동글한 주전부리일 뿐, 엄청 이상한 생각을 자극하는 엽기스러운 모습으로 생기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이 도넛은 따뜻할 때 바닐라 커스터드 크림과 함께 먹어도 맛있고 차갑게 먹어도 괜찮다고 한다. 

사진을 찾기 힘들어 이것저것 뒤지다가 살짝 엽기스러운 느낌이 나는 것을 발견했다. 네덜란드에도 전통 간식으로 '올리볼렌'이라는 것이 있는데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이것이 오스트리아에서는 Gebackene Mause라고 불린다고 한다. 이 사진을 보니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좀 알것도 같다. 


올리볼렌   위키피디아


*카나리아 우유 
Kanarien milch =canary milk
 
오스트리아 간식에 곁들여 내는 커스터드 크림의 일종이다. 왜 카나리아 밀크인지는 몇몇 설이 있는데 카나리아를 유혹할만큼 맛있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달걀 노른자로 만들어진 이 크림이 카나리아의 색깔을 연상시켜서 그렇다는 이야기도. 붙이기 나름인 것 같다. 슈트루델이라는 오스트리아 전통 케이크 종류를 먹을 때 같이 곁들여 먹는게 일반적이라는데 슈크림 곁들이면 맛있을 모든 음식에 다 먹지 않을까 싶다. 

*박쥐

Fledermaus=bat


말 그대로 박쥐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랑 같은 단어. 음식 이름치고는 몹시 원초적이다 싶은데 비유적인 표현이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자주 먹는 소, 돼지고기의 엉치뼈 부위에서 발라낸 살을 이렇게 일컫는다. 생긴게 박쥐모양 같아서 이렇게 부른다나..

*불에 그을린 개
Einbrennte Hund=singed dogs
 

튀긴 쥐만큼이나 구역질을 유발하는 이 요리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감자스튜다. 화려함과는 전혀 거리가 먼 소박하고 저렴한 음식. 밀가루와 라드를 섞어 만든 루(roux)에다 소고기 육수와 감자를 넣어 끓인 것이다. 소시지나 베이컨을 곁들여 먹기도 한다. 도대체 이런 이상한 이름은 왜 붙었을까 싶다. 



*나이트가운을 입은 프랑크푸르트 소시지
Frankfurter Wurstel im Schlafrock = Frankfurter sausage in a nightgown
  
우리가 흔히 아는 길쭉한 프랑크푸르트 소시지는 비엔나가 고향이다. 요한 조지 라흐너라는 비엔나의 정육업자가 19세기 초 이 소시지를 처음 만든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비엔나가 프랑크푸르트 소시지의 고향이다. 그런데 왜 이 사람은 이름을 이렇게 붙였을까. 그가 프랑크푸르트 출신이라서 고향 이름을 따서 소시지에 이름을 붙인 것이다. 암튼 비엔나에서 탄생한 이 소시지는 세계적으로 퍼졌다. 비엔나 소시지, 비너(Wiener), 프랑크푸르트 뷔르스텔 등이 이 소시지를 지칭하는 이름. 라흐너는 이 소시지를 파이 반죽인 쇼트 크러스트, 퍼프 페이스트리를 말아 구워 내기도 했다는데 이렇게 구운 모습 때문에 프랑크푸르트 뷔르스텔 임 쉬라프록, 즉 나이트가운을 입은 프랑크푸르트 소시지가 됐다고 한다. 



*비엔나의 자물쇠공
Wiener Schlosserbuben=Viennese locksmith lads
 

전통적인 디저트의 한 종류다. 달콤한 시럽이나 쥬스에 절인 과일과 아몬드 페이스트리 등으로 속을 채운 케이크 반죽을 갈색이 날 때까지 구워 설탕과 초콜릿 시럽을 얹어 낸 것이다. 달디단 모든 것들이 동원된 케이크. 그런데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19세기 당시 육체 노동에 힘썼을 어린 노동자들의 외관이 깔끔할리는 만무했을 듯. 그들의 지저분하고 거무스름한 얼굴이 짙은 색의 이런 디저트를 연상케 한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당대의 분위기와 가치관에서라면 이런 이름이 나왔을 수도 있겠다 싶다. 궁금한 점은 앞으로 이런 이름이 유지될지, 혹은 변할지다. 역사적 유래를 존중하는데 방점을 둘지, 혐오와 차별적 가치관이 반영된 이름을 유지할지 말이다. 사실 우리에게도 이런 이름들 꽤 많지않나. 



*비엔나의 세탁부
Wiener Waschermadel=Viennese laundry girls.
 

앞선 비엔나의 자물쇠공과 대응하는 이름이다. 세탁부. 이런 단어를 요즘 거의 들어볼 수 없다. 19세기 유럽 화가들의 작품에나 등장해 ‘세탁부’로 번역되는 것이 고작일 듯. 19세기에 여성들이 주로 일했던 세탁부는 하층민을 상징하는 고된 직업이다. 오노레 도미에의 ‘세탁부’나 앙리 툴루즈 로트랙의 ‘세탁부의 이중생활’ 같은 그림을 보면 고되고 신산한 그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런데 씨를 뺀 살구에 밀가루와 달걀 등으로 만든 반죽을 넣어 구운 달콤한 이 디저트가 어떻게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대략 짐작하지 못할 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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