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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식세끼 Aug 07. 2024

한번씩 생각나는 도넛...카페 드 몽드  

카페 드 몽드(cafe du monde). 어디선가 한번쯤은 봤을 법한 이름. 

이 카페의  원조는 미국 뉴올리언즈다. 

뉴올리언즈의 핵심 문화관광지역인 프렌치쿼터에 있는 카페. 


2009년 미국에 머무르던 당시 가족들과 여행하면서 이곳에 갔었다. 

당시만 해도 내가 살던 곳에서 뉴올리언즈까지 여행을 가던 사람이 드물었던터라 

재즈의 도시의 자유로운 흥과 멋을 즐겨보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떠났었다. 


루이지애나주에 들어서 뉴올리언즈에 가까워지자 분위기가 좀 심란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할퀴고 지나간지 벌써 몇년 지난 상태였는데 

뉴올리언즈 외곽은 폐허가 된 그 상태가 방치되어 있는 것 같았다. 

나중에 시내 들어가보니 거기도 곳곳에 그런 곳이 눈에 띄었다. 


관광안내센터에서 이런저런 자료를 모아보니 

이곳은 그나마 미국안에서 지역 먹거리가 풍부한 곳이다. 

케이준 스타일이 이곳에서 유래했고 

크레올 요리도 뉴올리언즈를 대표한다고 한다. 

포보이 검보 등이 뉴올리언즈를 상징하는 요리들. 


그중에서도 눈에 들어온 것은 카페 드 몽드였다. 

1862년에 생겼다는. 

워낙 역사 짧은 나라이다보니 미국은 웬만한 곳은 다 '히스토릭 사이트'로 모시고 보존한다. 

하긴  카페같은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들어온 역사가 길지 않다보니 19세기에 생겼다면 어마어마하게 이야깃거리가 있는 카페라고 할 수 있을 듯. 

미시시피강변에 있는 이 카페에서  반드시 먹어봐야 할 메뉴를 알아봤더니 

슈가파우더가 눈처럼 뿌려진 도넛 '비넷'과 카페오레를 함께 즐기는 것이라고 한다. 

먹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 되는 우리 가족. 

당연히 여기 안가볼 수 없지. 

서울도, 도쿄도, 파리도, 뉴욕도 아니고 

뉴올리언즈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몰렸을라고.... 

생각하며 프렌치쿼터의 지도를 펼쳐들고 (이때는 2009년. 당근 스마트폰은 없다 !!)

카페 드 몽드를 찾아가는데

멀리서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저기 저 뱀처럼 또아리를 튼 인파는 뭔가. 

설마는 항상 역시나다. 

카페에 들어가려 기다리는 사람들. 

홀이 엄청 컸음에도 자리를 잡으려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은 어마무시했다. 

테이크아웃 줄이 따로 있다고 해서 다행이다 싶어 그쪽으로 섰다. 

 

이렇게 표시되어 있는 곳으로  냉큼 줄을 옮겼지만 

그럼에도 우리 순서가 오기까지 40분을 기다려야 했다. 

앞뒤로 줄을 선 사람은 관광객으로 보였으나 동양인은 그닥 많이 보이지 않았다. 

어떤 맛일지 기대하고 기다리다 드디어 차례가 왔다. 

생긴건 사진에서 보던 대로였다. 

네모난 작은 베개같은 밀가루 반죽을 튀겨 그 위에 숨만 크게 쉬어도 날아갈듯한 고운 슈가파우더를 잔뜩 뿌려냈다. 

비넷 5개와 카페오레를 2잔 주문했더니 흰 유산지에 비넷을 둘둘 싸서 건네준다. 

매장안에서 먹는다면 접시 위에 비넷을 놓고 슈가 파우더를 먹음직스럽게 쌓아줄텐데  

그래도 40분만에 득템한게 어디냐.

비넷과 커피를 들고 세인트루이스 성당 앞 잭슨광장으로 갔다. 

거리의 악사와 마차, 노점상이 곳곳에 있는 이곳은 

뉴올리언즈를 대표하는 관광지다. 

세인트루이스 성당은 미국에서 처음으로 지어진 유서깊은 성당이기도 하다. 

우린 잭슨광장  벤치에서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종이를 펼치고 비넷을 한입씩 베어물었다. 

조심히 먹는다해도 범벅이 된 가루를 감당하지 못할 상황. 

아까 카페에서도 흘끗 보니 바닥은 흰색 가루 범벅에 종업원들의 옷 역시 흰가루가 묻어 있었다. 


거리의 악사들이 연주하는 멋진 재즈에 맞춰 슈가파우더를 날리며 냠냠 쩝쩝 

카페오레를 마시며 목도 축이고 

주변에 우리같이 먹고 있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맛을 보니 첫맛은 살짝 달달하면서 고소한 것이 그냥저냥 도너츠네... 싶었다. 

아주 인상적인 맛이라거나 눈이 번쩍 뜨이는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닌.

그럭저럭 먹고나서 주변정리를 하는데 

이건 뭐  머리부터 가방까지 희끗희끗 

대충 털고 정리한 뒤 미시시피강 산책에 나서기로. 

톰 소여, 허클베리핀  이렇게 자동연상되는 그 미시시피강이다. 

딱히 별건 없지만 그래도 강변에 산책하는 사람들은 많았다. 

우리도 대충 걷다 강변에 적당히 앉아 멍때리기 시간을 갖기로. 


얼마나 지났을까 

배는 딱히 고프지 않은데 아까 그 비넷 도너츠가 생각났다. 

서로 묻는다. 

아까 5개 샀는데 다 먹었던가? 

좀 남지 않았어? 

하지만 우걱우걱 다 먹었던. 

됐어. 이따가 들어가다 또 사지 뭐. 

슬슬 산책을 마치고 다시 카페 쪽으로 향하는데 웬걸. 

여전히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오히려 더 많아진 듯. 

근처 노점에서 기념품을 사면서 상인에게 물어보니 

1년 365일 내내 그렇다는 답변. ㅎㄷㄷ

그냥 포기하고 패쑤 하기로. 


희한하게 저녁에 또 생각났다. 

내일 아침에는 악어농장에 가기로 했던터라 다시 카페 갈 시간은 안될 것 같고. 

그 다음날도 다른 투어 일정으로 시간을 못 낼 것 같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도쿄 이케부쿠로에 카페 드 몽드 지점이 있다는 정보가 나와있다. 

그래. 자꾸 생각나면 나중에 도쿄 가서 한번 가보지 뭐. 


문제는 뉴올리언즈를 떠나온 뒤에도 한동안 이 도넛 맛이 계속 생각났다는 것이다. 

그렇게 그립지만 만나지 못하고 있던 몇년이 지난 어느날. 

외신에 뜬  '죽기전에 먹어야 할 음식 25가지'란 제목의 기사를 읽고 있는데 

거기에 카페 드몽드의 비넷이 소개되어 있는 게 아닌가. 

마치 다시 먹게된 것 마냥 반갑고 기쁜 마음이 들었다. 

나같은 사람이 나만 있는게 아니었어! 하고 말이다. 

365일 내내 바글거리던 그 사람들. 그들이 왜 그 도넛을 찾겠냐고.


간만에 카페 드 몽드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뉴올리언즈에 프렌치쿼터 말고도 지점이 여러개 생겼다. 

대신 일본에 있던 지점은 없어졌다. 

찾아보니 몇년전 일본에선 철수했다고.  


지점도 늘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이 바글거리려나. 

각종 화려한 도넛과 케이크, 디저트를 마음껏 맛볼 수 있는 시대. 

온갖 전세계의 디저트들이 다 들어와 있는 것 같은데 

비넷을 국내에서 먹어보기는 힘든 것 같다. 

너무 험블한 외모에 별 맛 아닌 듯한 느낌이어서 그런가. 

아무튼 뉴올리언즈에 가는 분들이 있다면 꼭 한번 맛보시길.  


아래는 위키피디아에서 찾은 비넷 사진. 

그때는 저렇게 차려놓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지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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