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안전한 이중언어 양육을 위해

언어 혼란, 인지 발달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보자

by 라마로그

오늘은 지난번에 미처 못 다룬 두 번째 내용에 대해 다루도록 하겠다.


- 조기 이중언어 환경이 유아의 언어 발달, 논리·인지력 발달에 미치는 영향 (9편에서 다룸)

- 0~4세 동안 높은 수준의 영어 노출(약 3천 시간)이 발달 지연, 언어 혼란, 인지 발달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분석

- 이러한 위험을 예방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 실천적 전략

- 하루 권장 영어 노출 시간, 적정한 동화책 읽기 양, 부모 간 언어 역할 분리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



0~4세 대량 영어 노출의 잠재적 위험성 분석

이제 구체적으로 0~4세 사이 3,000시간에 달하는 높은 수준의 영어 노출이 아이의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을 따져보겠습니다. 이는 하루 평균 2시간가량 영어에 노출되는 셈으로, 상당히 집중적인 이중언어 환경에 해당합니다. 핵심 쟁점은 ①언어 혼란이나 발달 지연 우려, ②인지 발달상 부작용 가능성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언어 혼란 및 발달 지연 우려

두 언어에 모두 집중적으로 노출될 때 아이가 언어적으로 혼란스러워하거나 발달이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과거부터 제기되어 온 가설이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과학적 근거는 부족합니다. 실제 연구들은 이중언어 환경 그 자체는 언어혼란을 일으키지 않으며, 오히려 아이들은 이를 능숙히 처리한다고 밝혔습니다.

1.png 이중언어는 혼란을 일으키지 않는다.

부모 한 명에게서 하루 2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영어 자극을 받고 다른 한 명에게서 한국어를 듣는 상황은, 아이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아빠가 쓰는 말”과 “엄마가 쓰는 말” 두 체계가 있음을 학습하는 기회입니다. 오히려 이러한 맥락의 분리가 언어 구분을 더 명확히 도와줄 수 있고, 언어별 역할(person)과 상황(context)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아이가 두 언어를 체계적으로 받아들이기 용이합니다.


물론 일시적으로 각 언어별 표현 능력이 단일언어 환경의 아이보다 늦게 드러날 수는 있습니다. 예컨대 영어 노출이 많은 아이는 또래 한국어 단일언어 아동보다 한국어 어휘 습득이 늦어 보일 수 있고, 반대로 한국어 환경 속 이중언어 아동은 또래 영미권 단일언어 아동보다 영어 구사력이 약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총체적 언어능력의 지연이 아니라 환경에 따른 상대적 노출량 차이의 반영입니다.

아이가 두 언어 모두 접하고 있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각 언어에서도 필요한 수준을 갖추게 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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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이가 학교에 들어갈 무렵이 되면, 양쪽 언어 모두 상당한 어휘와 문장력을 갖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양쪽 언어 입력이 충분히 주어질 경우 이중언어 아동은 5세 경에 두 언어 모두 정상 범위의 언어 능력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며, 두 언어 모두 부족한 상태로 남는 것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드뭅니다.


또한 부모가 의도적으로 영어 노출 시간을 크게 늘릴 경우,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모국어(한국어) 환경의 위축을 경계하는 것입니다. 아이의 총 언어 사용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영어 입력을 늘리는 대신 한국어 상호작용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국어 노출도 충분히 확보하여 두 언어 발달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획하신 하루 2~3시간의 영어 노출은 이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입니다. 다만 아이의 주 양육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언어 노출 비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머니와 보내는 시간이 훨씬 길다면 한국어가 우세해지고, 아버지와도 충분한 시간을 보내야 영어가 따라갈 수 있습니다. 3000시간이라는 목표치는 상당히 고무적이지만, 이를 **어떤 방식으로 채우는지(질적으로 어떤 상호작용인지)**가 더 중요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Hedge 방안과 가이드라인 부분에서 다루겠습니다.


인지 및 정서 발달상의 부작용 가능성

두 언어를 많이 들려주면 인지적으로 과부하가 걸리거나 정서 발달에 부정적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러나 연구 결과를 보면, 이중언어 노출로 인한 “인지 발달상 부작용”은 보고된 바 없습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오히려 작은 인지 혜택이 관찰되는 정도이며, “지나친 언어 자극”으로 두뇌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영유아의 뇌는 동시다발적인 여러 자극을 처리하고도 남을 가소성을 가지고 있으며, 여러 언어 입력도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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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학술적인 학습이나 주입식 교육만 아니라면, 부모와 노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언어 자극은 인지 발달에 부담을 주지 않습니다.


정서적인 측면에서는, 부모가 이중언어 교육에 너무 집착하여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한 문제가 될 소지는 적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부모와 아이 간 애착 형성이나 정서적 유대는 언어 그 자체보다 상호작용의 질에 달려 있습니다. 아이가 편안함을 느끼는 모국어로의 애정 표현도 중요하고, 동시에 다른 언어로도 부모가 충분한 애정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영어로만 말을 걸 때, 아이가 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정서적 소통에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영어로 이야기하더라도 아이의 반응을 살피며 정서적인 교감을 충분히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웃음, 스킨십, 표정 등 언어 외적인 소통도 활용하여, 두 언어 모두에서 아이가 정서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또한 두 언어 사이의 문화적 맥락도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어와 영어는 단어뿐 아니라 문화와 사회적 맥락이 다를 수 있습니다. 아이가 각 언어를 사용할 때 어떤 상황에서는 어떤 행동양식이 기대되는지 배워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어로는 높임말과 예절을 배우고, 영어로는 보다 직접적인 자기표현 방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화적 이중성이 아이에게 혼란을 주기보다 사회성을 풍부하게 해 줄 수 있도록, 부모는 일관되게 양육원칙을 잡고 언어와 함께 문화적 맥락도 설명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적으로, 0~4세 아이에게 하루 수 시간씩 영어를 들려주는 것만으로는 발달에 해로운 혼란이나 지연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는 두 언어를 잘 구분하고 습득해 나갈 것이며, 인지적으로도 특별한 부정적 영향이 없을 것입니다. 다만 이중언어 교육은 성공적인 아동발달을 위한 여러 가지 길 중 한 가지일 뿐이며,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은 어느 시기에나 가능합니다.

2025-04-03 20 06 27.jpg 이중언어가 만능은 아니고, 언제든 배워도 된다.


□ 오늘의 결론


이중언어로 키우는 것이 발달 지연이나 논리력 저하를 초래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중요한 건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따뜻하고 안정적인지, 즉 아이가 정서적으로 편안하고 안정감을 느끼는 환경에서 자라는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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