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

순간을 휘갈기다

by 가가책방

내가 싫어하는 것은,

인간의 추악함이 아닌,

인간의 나약함이다.


내가 가련히 여기는 것은,

인간의 나약함이 아닌,

인간의 무지함이다.


내가 무엇보다 경멸하는 것은,

자신의 나약함이며,

자신의 무지함이다.


침묵,

오랜 침묵,

아주 오랜 침묵.


아무리 고요한 듯 보이는 순간에도,

바다는 필사적으로 고동친다.


죽은 듯 변함 없이 메말랐어도,

사막은 매 순간 살아 숨쉰다.


세상 어느 곳에도,

고요함은 살아남지 못하므로,

오로지 침잠,

오직 침몰,

평화의 관에 몸을 누일 밖에,

달리 나아갈 길 보이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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