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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가책방 Sep 27. 2017

당신 인생의 책이 될지도 모를 이야기.

달과 6펜스_서머셋 모옴

<달과 6펜스>_서머셋 모옴
9p: 예술이란 정서의 구현물이며, 정서란 만인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한다.
191p: 사람들은 아름다움이라는 말을 너무 가볍게 사용한다. 말에 대한 감각이 없어 말을 너무 쉽게 사용함으로써 그 말의 힘을 잃어버리고 있다. 별것 아닌 것들을 기술하면서 온갖 것에 그 말을 갖다 쓰기 때문에 그 이름에 값 하는 진정한 대상은 위엄을 상실하고 만다.
293p: 그것은 사람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신성한 것을 알아버린 이의 작품이었다. 거기에는 원시적인 무엇, 무서운 어떤 것이 있었다. 인간 세계의 것이 아니었다. 악마의 마법이 어렴풋이 연상되었다. 그것은 아름답고도 음란했다.
 한 남자가 가족을 내팽개치고 어떤 여자와 파리로 도망쳤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남자의 아내는 ‘나’에게 남편을 설득해달라고 부탁하고, 거절하지 못한 ‘나’는 남자를 만나러 간다. 호사스런 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문과는 달리 남자는 파리의 가장 허름한 여관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남자는 여자와 도망쳐 온 게 아니었다. “바람난 게 아니라면 왜 가족까지 떠나 이 낯선 곳까지 왔느냐?”는 물음.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대답. 그 대답은 여자가 생겼다는 말보다 더 큰 충격적이다. 그림을 배워본 적도 없는 사람이? 마흔이나 먹은 이제야? 처자식까지 내팽개치면서? ‘나’도, 남자의 아내도, 세상도, 남자를 이해하지 못한다. 남자는 천재였다. 이 남자의 이름은 찰스 스트릭랜드. 후기인상주의 화가, 폴 고갱이 그 모델이다.


<달과 6펜스>는 그야말로 불꽃 같은 삶을 살았던 한 천재 화가의 삶의 기록이자, 꿈을 잃고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아 뒤흔들 신기루 같은 이야기다. 책을 펼친 당신은 욕을 하게 될 수는 있겠지만, 이야기가 끝나기 전에는 덮을 수 없으리라.


 천재와 범인을 구분하는 방법을 아시는지요. 저는 그 방법을 알지는 못하지만 한 가지는 알고 있습니다. 바로, ‘천재는 세상이 두려워하게 하고, 범인은 세상을 두려워한다.’는 사실 하나를요. 세상이 천재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룰을 따르지 않고, 질서를 어지럽히며, 법칙을 깨뜨리려 하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범인의 시도와는 달리 천재의 시도는 막강한 위력을 자랑하며 퍼져 나가서 한 순간에 세상을 바꿔 버리기도 합니다. 천재는 요절한다고 하는데, 그 배경에는 그런 천재의 파괴적 재창조를 저지하려는 세상의 음모가 숨겨져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천재가 아닌데 왜 자꾸 천재 얘기를 하는거야?’라며 의아해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정말 어쩌면 당신에게도 천재적 재능이 숨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나이가 많다?’
‘미술이고, 음악이고 배워본 적이 없다?’
‘인문학을 공부하면 천재가 된다는 말 같은 건 믿지 않는다(농담입니다)?’
멀리서 예를 찾을 필요도 없이 <달과 6펜스>의 찰스 스트릭랜드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나이 마흔, 보통의 증권 중개인으로서 살아왔으며, 예술 지식이 많기는 커녕 관심도 없었습니다. 유명한 화가의 화풍을 이어받은 것도 아니었고, 일찍부터 그림을 그렸던 것도 아닙니다. 다만, 한 가지 보통 사람이 갖지 못한 재능이 있었습니다(만약 천재가 99%의 노력과 1%의 재능으로 완성되는 거라고 한다면, 그 1%의 차이라고 할까요?).


그 재능이란 철저하게 그림 한 가지에 몰두하는 ‘무모함’이었습니다. 본인은 무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의 모든 것이 무모함 그 자체였지요. 안정적이고 안락한 생활과도 안녕, 사랑하고 오랜 시간 함께 지내온 아내와도 안녕, 피를 이어받은 자식과도 안녕, 평판과 인맥과 사회생활도 안녕.  


고립과 고독, 비난과 비참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의 무모한 열정. 그야말로 악마에게 영혼을 사로잡힌 듯한 광기가 없이는 닿을 수 없는 경지. 그것이 천재의 삶인 거죠. 그런 삶은 축복이기 보다 저주에 가까워 보입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그런 삶은 원하지도, 바라지도 않겠지요.


사실 천재적 재능이니, 천재의 요절은 세상의 음모니 하는 말은 그냥 농담 같은 겁니다. <달과 6펜스>는 천재의 재능을 찬양 하는 이야기도, 비참을 애도 하려는 이야기도 아닌걸요.


우리는 길고 짧은 삶을 살아가며 많은 것을 바라고 원하는 동시에 많은 것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하는가에 따라 이후의 삶이 정해지죠. 누군가는 꿈을 위해 세상과 가족, 심지어는 자기 자신까지 희생합니다. 누군가는 세상과 사랑하는 사람들 속에서 꿈을 찾기도 하고요. 또 누군가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면서까지 안락한 삶을 택하기도 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 선택의 범주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같은 자리에 있는 우리이기에 누구의 선택이 옳고, 누구의 선택이 그르다, 이것이 정답이고, 저것은 오답이라고 심판할 수도 없습니다.


<달과 6펜스>라는 제목 속 ‘달’은 비현실, 꿈, 몽상, 이상과 같은 형이상학적인 세계, 가치를 상징합니다. ‘6펜스’는 작은 화폐의 단위로 세상의 안락한 삶, 물질적 풍요와 같은 세속의 가치를 상징하는 것이고요.  


앞서도 이야기했듯 어느 것이 더 가치 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말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예술가란 자기 안에서 터질 듯 솟아나오는 영감을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구현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삶을 최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애를 씁니다. 비록 세상의 눈에는 초라해 보일지라도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모든 사람이라면 그에게 예술가라는 이름을 붙여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입니다.

277p: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나도 나름대로는 예술가였다고. 내게도 그 친구를 움직인 그런 욕망이 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그 친구가 그걸 그림으로 표현했다면, 나는 인생으로 표현했을 뿐이지요.


당신도 예술가입니다. 당신이 그려나가는 인생이 예술입니다.


무엇이 예술입니까?
자기 안의 욕망, 영감을 표현하는 것이 예술입니다.
평범한 사람인 저도 예술을 할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화가는 그림으로, 음악가는 음악으로, 조각가는 조각으로 예술을 하지요.
우리의 인생은 무수한 욕망의 표현입니다.
방법과 소재가 다를 뿐 그 모든 게 예술입니다.
당신의 인생이 예술입니다.
- 어쩌면 당신의 인생책이 될 이야기, <달과 6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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