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언제 잃어버린 걸까

질문이 잘못된 게 아닐까

by 가가책방

“나를 언제 잃어버린 걸까?”하고 자꾸만 되묻던 날이 있다. 질문에 답하려고 남아있는 기억 끝까지 가본 것도 여러 번이다.

번번이 빈손으로, 헛걸음하고 돌아오면서도 결코 내려놓을 수 없던 의문.

나는 나를 언제 잃어버렸는가.


오늘은 문득 잃어버리긴 참 쉬워도 평생 찾기 힘든 게 ‘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평생을 살아내도 다시 찾을 수 없는 ‘나’라니.

그건 나인가, 나였던 나인가, 나였을지도 모르는 나인가, 나이길 바라는 나 인가.

찾아내지 못하는 나.

내가 모르는 나는 정말 나일까?


질문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이런 식으로.

“나는 누구인가?”

아니, 그보다는.

“‘나’는 있는가?”


나였을 거라고 짐작만 하고, 나였으면 하고 바라기만 하는 나라면 정말 ‘나’가 ‘있었다’고 믿어서는 안 되는 게 아닐까.

차라리 ‘과거에 나’는 없었고 오로지 현재에만 ‘나’로 있을 수 있다고 믿는데서 시작하는 게 현명한 태도가 아닌가.


‘나’를 찾는 순간은 언제인가.

나는 언제 ‘나’를 찾고는 하느냔 말이다.


현재를 부정하고 싶을 때가 아닌가?

현실을 믿고 싶지 않을 때가 아닌가?

도망쳐야 하거나 도망치려 하거나 도망치고 있을 때가 아닌가.


찾을 수 없는 나,

어쩌면 존재한 적 없는 나를 만들어 놓고,

그 허상 뒤에 숨으려 하는 게 아닌가.


불안할 땐 불안하다 말하자.

겁이날 땐 겁이 난다 말하자.

후회될 땐 후회한다 말하자.

사랑하자, 사랑하자.


삶을 생각할 때마다 질문을 떠올리고는 한다.

내일이 올 거라는 약속을 미심쩍어하는 아이처럼,

눈 앞에서 사라진 걸 쉽게 잊고 마는 갓난아이처럼,

자꾸만 묻고 다시 묻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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