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는 혼자 하기가 아니다
이 책에는 오키나와에 있는 정말 작은 헌책방 '울랄라'의 시작과 그 후 1년여의 시간이 기록되어 있다.
묘한 것은 시간은 기록되는 것이 아님에도, 하나하나의 이야기로 기록됨으로써 마치 시간이 기록된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다는 거다. 또한 이 책은 멀지만 가까운 나라 일본의 이야기다.
일본의 이야기라고 하면 오키나와 사람들이 마음 상해할 수도 있으니 정정해야겠다. 이 책은 오키나와의 헌책방의 이야기지만 오키나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책을 사랑하는 한 사람과, 그 공간과, 책과, 또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재밌는 것은, 책을 다 읽고 난 후 잠자리에 들면서 정말 작은 헌책방에 대한 상상을 해봤다는 거다. 캐리어 하나에 책을 담아서 여기저기 다니며 책을 판다면 그것도 재밌지 않을까? 어쩌면 멀지 않은 날에 어딘가에서 책을 팔고 있는 나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에는 모른 척 책 한 권 사 가 주시면 고맙겠다. 그리고 사간 책이 재밌었다면 또 오시기를.
이 책의 저자이자 헌책방 울랄라의 주인인 우다 도모코 씨는 도쿄의 이케부쿠로에 있는 준쿠도라는 큰 서점의 직원이었다. 우연이었는지 필연이었는지 이 서점이 오키나와에 지점을 내게 된 것을 계기로 저자는 오키나와로 옮겨 가게 된다. 본사에서는 2년만 해보고 돌아오라고 했지만 저자의 마음은 한 없이 오키나와로 기울더니 급기야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차리게 된다.
꼼꼼한 계획도, 설계도 없이 무작정 시작한 헌책방이었지만 개점도, 운영도 어떻게든 되어 간다.
서점은 1이 왠지 많다는 이유로 2011년 11월 11일 11시에 개점한다. 허허, 정말 이렇게 막 해도 되는 걸까?
책 속 이야기는 2013년의 1월 혹은 그 후의 어느 날로 끝이 난다. 그러나 이렇게 한국에까지 번역되어 출간된 걸 보면 지금까지도 무사히 운영되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서울 계동 한켠에 가수 요조가 '아무 일이 없기를 바란다'며 '무사無事'라는 작은 서점을 시작해 화제가 되었다. 계기도 사연도 다르지만 하나같이 재밌는 일의 연속이다.
2011년 11월 이후 지금까지 울랄라라는 헌책방이 무사히 운영될 수 있는 힘은 어디에 있는 걸까?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는 결코 헌책방을 시작하라고 권하는 책도, 오키나와의 아름다움과 오키나와 사람들의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주는 책도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근원적인 힘이 서로 돕고 나누는 데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인 것처럼 보인다. 저자인 우다 도모코는 헌책방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신고와 등록은 물론 책의 공급과 운영까지 미리 공부하고 준비한 것이 거의 없이, 그야말로 거의 갑작스럽게, 무작정 시작해버린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를 기꺼이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있었고, 자신의 경험을 얼마든지 나눠주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헌책방 울랄라가 무사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이제부터 너는 홀로서기를 해야 하니, 어디 혼자 힘으로 해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홀로서기'는 '혼자 하기'와는 다른 것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혼자 하기는 완결된 상태처럼 보인다. 외부의 개입이나 외인의 도움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고립된 상태다. 그러나 홀로서기는 상호보완적인 상태다. 손을 뻗으면 언제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에 누군가가 있는 상태야 말로 홀로서기 상태가 아닐까 하는 거다. 많은 사람들이 몹시 허전함을 느끼고 외롭다고 말하면서도 어른이기에 홀로 설 줄 알아야 한다며 관심과 도움을 거절하고는 한다. 그러나 그런 거절이 불러오는 결과는 서로를 더욱 위태롭게 만드는 것뿐이다. 얇은 끈 하나로만 연결되어 있어도 사람은 덜 흔들리게 된다. 엄격하게 혼자 해야만 한다는 규칙은 오히려 불안을 키우고 외로움만 더하게 되는 거다.
책을 읽으며 가장 선명하게 와 닿았던 점이 홀로서기와 혼자 하기의 차이에 관한 것이라면 오키나와 사람들의 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그려 담은 부분에서는 부러움도 차올랐다. 나 역시 어딘가 도시 한 구석에 작은 책방 하나를 열어두고 그저 생활비 만큼을 벌며, 책처럼 조용히 닳어지고 싶어 졌다.
오키나와는 슬픈 역사를 갖고 있는 섬이다. 독립된 왕국으로 수백 년의 역사를 갖고 있었지만 결국 일본의 본토에 편입되고 만다. 2차 대전 패망 이후에는 미국이 점령한 상태에서 군정 치하에 놓이게 된다. 그것이 1952년이다. 그러다 20년 후인 1972년이 되어서야 오키나와는 일본에 반환된다. 그러나 이것 역시 오키나와 입장에서는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니었을 것이다. 여전히 오키나와에는 미군이 주둔해 있으며 일본 우익 정치가들 가운데에는 오키나와를 본토와는 다른 공간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엄연히 존재하며, 오키나와 역시 종종 독립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 속에는 이런 오키나와를 둘러싼 갈등이나 다툼이 드러나 있지는 않다. 그저 참고로만 알아두고 읽으면 되겠다.
엉뚱해 보이지만 이 책에는 이런 것들이 담겨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다.
사람은 홀로서야 하지만 혼자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이것이 첫 번째 대답이다.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합니까?"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
이것이 두 번째 대답이다.
왠지 한가로워 보이는 이 책,
가볍고 또 밝을 것 같은 이 책 역시 한 사람 혹은 많은 사람의 인생과 삶을 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재밌는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이 헌책방의 이름에 관한 거다.
책 속에서는 책방의 이름을 '울랄라'라고 적는다. 그러나 실제로 표기는 '우라라'로 되어있다.
그 이유는 물론 책 속에 담겨 있다.
이 이유를 찾아보는 것 역시 이 책을 읽는 재미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한다.
"홀로 서고 싶지만 혼자 하기는 두려운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