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제일은 언제 어디서나 첫 번째 화두
멀리 시드니에서부터 싣고 온 부식을 선적하느라고 모든 선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위쪽 갑판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부두에 도착한 부식 운송차량에서 끌어내린 부식물들을 본선 푸로비전 크레인에 걸어서 후부 갑판에 올렸다가 다시 냉장, 냉동고로 옮겨 가는 마지막 작업까지 무사히 끝내고, 이제는 짐을 실을 때 사용했던 팔레트 케이스를 다시 운송 트럭으로 돌려주려는 마지막 작업에 들어서고 있다.
케이스의 네 귀퉁이에다 SLING의 HOOK를 한 개씩 걸어준 후,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선외로 내려 보내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SLING의 네 가닥 로프에 달린 HOOK 중 한 개가 반쯤만 케이스 고리에 걸린 상태로 들려지려는 걸 발견하였다.
추락 위험을 경고하며, 소리쳐 부르는 나를 보고, 누군가 즉시 바로 잡으려고 크레인을 운전하는 사람에게 정지하도록 신호를 보내며, 들려지려고 들썩 거리는 케이스의 옆으로 나서고 있다.
그런데 마침 옆에 서서 거들고 있던 다른 사람이,
-아 그 정도면 괜찮아요! 그냥 내리세요.
하며 정지하려는 크레인 조작을 제지하며, 그대로 내려주라는 신호를 한다.
상반된 태도를 보인 두 사람을 보니, 나를 거들어 바로 잡으려던 사람은 부원 선원이었고, 빨리 작업을 끝내려는 욕심에 그대로 내릴 것을 지시한 사람은 사관이었다.
잠깐의 짧은 시간 안에 비친 이 해프닝이 보여준 의미는 참으로 음미할 만한 일이다.
사실 위에서 본 내 눈에도, 네 개의 훅 중에서 하나가 벗겨졌다고 해서 꼭 위험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생각함은 무리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잘못된 점이 눈에 뜨인 이상, 비정상인 상황은 바로 잡아야 하는 안전제일을 외치는 일에는 반하는 일이 아닌가.
무시하거나 보지 못하고 넘어간 조그만 실수가 큰 재난을 몰고 오는 안전사고의 원인이란 점을 생각한다면, 그 훅(고리)의 잘못된 걸림을 그냥 묵과하고 넘기는 행위는 권장할 일이 못 되는 것이다.
안전을 운위 하며 교육하고, 지도하고 솔선수범해야 할 입장의 사관으로서는 더욱더 연출하면 안 되는 판단을 보여준 것이다.
오히려 순간적이나마 결함을 발견하고 바로 잡으려고 한 부원의 자세가 제대로 된 행위로써 그런 행위를 잘했다고 칭찬하고 북돋우지는 못 할망정 그런 행동을 잠깐의 편함을 위해 제지하는 것은 소소한 잘못으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안전사고를 막지 않으려고 작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당장 그 자리에서 설명하고 싶은 것을 꾹 참는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패기 있고 능력 있는 젊은 사람이라고 주위에 평이 나 있는 그 사관에게 순간적이긴 하지만 패기가 너무 앞서고 임기응변의 기지나 요령이 지나치게 두드러진 것에 대해 과유불급을 거론하여 한번은 꼭 이야기할 필요를 느낀다.
지나친 패기는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덤비는 일을 만들어 낸다. 그 점을 꼭 깨우쳐 주어 앞으로도 많이 남아 있는 그의 앞날에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음은 나 역시 그를 일 잘하는 성실한 후배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직접 그 잘못을 이야기하다 보면 내가 너무 일방적으로 몰아 부칠 염려가 있어, 나중 조용한 때에 이야기해주리라 맘먹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잘못 채워졌던 케이스 한 귀퉁이 고리만큼은 다시 안전수칙대로 채워 준 후 내려주도록 단호히 조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