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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분의(SEXTANT) 사용 교육

구닥다리 법정 비품이 필요한 이유를 생각해보다.

by 전희태
%C0%B0%BA%D0%C0%C71(2134)1.jpg 육분의와 고도 측각 원리(인터넷에서)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 놓은 족쇄인 Y2K 문제로 인해 시끄러운 세상과 마찬가지로 배안도 시끌벅적하니 소란스럽다. 배안이 그런 건 그만큼 앞서가는 계기를 많이 사용하는 사회라 더욱 그런 모습을 띄우는 것이리라.


최신의 과학이 동원되어 유용하게 쓰고 있는 각종 전자 전파 항해 도우미 장비들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인간을 닮은 약점을 가지고 있음을 우리는 종종 간과한다.


이번 Y2K가 어쩌면 그런 일을 증명하려고 그렇게 나타난지도 모르겠다. 그 자체가 얄팍한 인간의 잘못된 계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곤 하지만...

이런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서는 자연이 준, 지금도 변함없이 주고 있는 상황을 이용하여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설비들, 예를 들어 Standard Magnetic Compass(SMC)나 육분의(섹스 탄트) 같은 측기들이 법정 비품화 되어 현존하는 의미를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망망대해에서 인간이 만들어 놓은 최신의 전자 장비들이 일순간에 고장 나서 받게 될지 모르는 속수무책을 아무런 대책도 없어 그대로 당 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너무 편리함에 푹 빠져 그 편리함이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되었을 때 받게 되는 반대급부적인 어려움을 잊고 사는 건 아닌지, 한 번씩 마음도 함께 점검할 필요를 느낀다.


배에서는 지금 Y2K 사태로 인한 여러 가지 형태의 불량한 작동으로 나타날지 모르는 각종 항해계기 및 기관 기기 등의 오작동이나 그 방지를 위한 대비책을 세우느라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우선 회사에서는 선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을 상정하여 그때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집중적으로 교육하도록 두툼한 매뉴얼 책자를 만들어 배부했다.


또한 배에서는 그 매뉴얼대로의 교육과 대처 방안을 직접 실시하고 있다는 점을 유관한 업체들에게 알릴 수 있게 훈련 기록부로 남기고 있어, 해륙상 모두가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우선 오는 8월 22일 일차로 다가올 예정인 GPS의 오작동에 대비하여 천측이나 기타의 여러 가지 다른 방법으로 선위를 구하는 방법을 공부시키라는 공문이 왔다.


인류가 항해를 시작하여 어느 정도 기기를 사용할 때부터 함께 했던 육분의(SEXTANT)를 사용하는 천측 항법이 요사이는 잊혀져 가는 방법이 되어 학문으로도 배우지 않는지 현재의 3항사도 그것을 배우지도 않았고 써보지도 않아서 천측을 하지 못한다는 표현을 당연하다는 투로 이야기한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선박의 중요 법적 속구로 꼭 지참하고 다녀야 하는 법정 비품인 육분의를 꺼내어 간단히 사용 설명을 한 후, 태양을 측정하여 계산표를 이용한 선위선(船位線) 한 개를 찾아내는 계산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며 실전과 교육을 실시했다.


나도 항해장(항해 담당 사관)이던 2항사 시절 매일의 정오 위치보고를 내며 해봤던, 오랜만에 해보는, 이 과정이 눈에 설은 상태로 다가 올 정도인데 거의 처음으로 대해 보는 지금의 주니어 사관들은 어떤 마음이 드는 걸까?

Y2K 사태만큼이나 황당하고 씁쓸한 일이다. 허지만 천측 사항은 꼭 공부하고 알아 두어야 할 항해사로서는 기본이 되는 일이다.


며칠씩 황천으로 인해 오로지 추측항법으로 대략의 위치만 찍어 가며 항해하다가, 어찌 구름 틈새로 나온 해를 급하게 섹스탄트 위에 올려서 어렵사리 구해낸 숫자를, 차분히 계산해 내어 실제의 위치선 하나를 플로팅 차트에 그려 넣었을 때의 그 흐뭇한 성취감을 지금의 항해사들은 느끼기는커녕 결코 짐작도 못할 일이 리라.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았을 때와 비교될 수 있는 그 기쁨. 그것은 황천 상황이 지나갔다는 의미까지 포함하여 기쁨을 두 배로 증폭시키며, 30여 년 전쯤에는 종종 나를 찾아오던 희열을 만끽할 수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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