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쓰레기 처리와 세제 남용의 방지
우리들에게 남겨진 일들을 무사히 처리할 수 있게끔, 그렇게도 비가 오던 날씨가 출항 후 개이면서 도와주고 있다. 갑판 상에서 용접으로 시행해야 할 일들이 여러 건이 있었는데 이들은 비가 오면 꼼짝 못 하고 미뤄야 할 형편인데 이렇듯이 맑은 날씨를 주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로요일이지만 그렇게 맑은 날씨의 시간을 놓치기 아까워서 갑판상 용접 일을 한 몫으로 몰아 모두 끝내었다.
월요일이 되었다. 선내 안전 품질 회의를 진행하면서 쓰레기 분리수거가 미흡하여 그 대처 방안을 여러 가지로 내어놓고 검토하였으며, 가루비누로 세탁할 때에 세제를 너무 많이 사용하여 헤프게 없어지는 상황도 안건으로 나왔다. 모두가 환경오염과 관계가 깊은 사항이다.
사실 화학세제를 거품이 흘러넘치도록 남용하여 마구 사용하는 일을 대부분의 선원들이 그냥 무심코 당연하다는 식으로 한다는 보고를 받으며 이 배는 타 자매선들에 비해 좀 더 심하게 그런 현상이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노후선이라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겠지, 그 정황을 받아들여 본다.
노후선 답게 작업복의 빨래가 많으니 세제를 넣고 빨아도 별로 깨끗해 보이지 않는 결과에 세제를 더 넣어 거품이 많이 일게 하던 버릇이 어느새 굳어져서 과용의 악순환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그렇더라도 무심한 얼굴로 화학세제를 마구 써 젖히는 선원들을 떠올리다 보니 너나없이 좀은 무감각하고 뻔뻔스러움조차 배인 얼굴로 클로즈 업 되어 나선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면 괘씸한 생각에 절로 혀를 차게 되는데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극도의 내핍을 요구당하며 아껴 쓰는 일 만이 미덕인양 교육받았던 세대인 내가 나서서 이런 일들을 질타하게 되면 선원들은 나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쪽과 쓰자고 만든 물건을 죽자고 아껴 쓴다는 게 생리에 안 맞는다고 불평을 갖는 두 부류로 나눠지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의견이 갈라지는 현상이 결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라 여기어 우선은 한번 세탁에 드는 가루비누 사용량을 줄이는 것에 모두의 마음을 모두어 실천해 보기로 작정한다.
앞으로 가루비누는 일정한 양을 일정한 기간 동안 사용하도록 각자에게 할당량을 미리 분배하여 주는 방안으로 세제 남용을 막도록 관여하기로 한 것이다.
기간 전에 할당량을 다 소비했으면 다음 기간 올 때 까지는 더 이상 지급을 하지 않겠다는 엄포를 덧붙인 결정이었다.
공동의 선용품으로 쓰게끔 회사가 공급과 분배를 당연히 해주는, 얼마든지 쓸 수 있는 세제를 가지고 너무 하는 게 아니냐는 투의 불평도 나왔다.
하지만 그런 물품일수록 더욱 아껴 써야 한다는 우김을 내세워 세부 사항까지 따져서 결정을 유도해 낸 것이다.
사람들은 왜 모두들 그렇게 공동생활의 공동선에는 둔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자그마한 자신의 이익에는 눈을 부릅뜨고 달려드는 형상으로 비치는 걸까?
나 자신도 삼십 년 넘은 선원생활을 해오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다 똑같은 모습으로 보이는 것은 아닐까?
어쨌건 반성해야 할 일로 여겨지니 시간을 가지고 나 자신도 좀 차분히 따져 봐야겠다.
화요일이 되었다.
오늘은 그동안 내 개인적으로 미적거리며 적당히 지나치던 갑판의 일에 참여하려고 현장에서의 아침 과업 정렬 시 행하는 TBM(TOOL BOX MEETING)에 참석했다.
모임은 과업 시작 15분 전인 아침 7시 45분에 갑판부의 모든 인원이 모여 오늘 할 일들을 검토하고 안전상황을 점검한 후 TOUCH & CALL을 실시하는 TBM MEETING이다.
나도 정식으로 참여하여 오늘 할 일을 지켜보며 안전상황은 같이 이야기하고 그 해결이나 준비해야 할 사항을 토론하여 도출하는데 일조를 해본다.
오늘의 작업이 높은 곳에서의 작업이므로, 추락주의를 위한 힘찬 외침을 구호로 소리치면서 모임을 끝내고 과업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