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배를 다시 찾아 승선하며

언제나 아쉬운 만남의 시간

by 전희태
C803(6408)1.jpg 포항 항에 입항하는 모습


*20년 만에 내린 폭설이라는데*


아침이면 당연히 교회를 간다고 생각했던 수요일의 어머니 스케줄이 너무나 심하게 내린 눈 때문에 어긋나서 교회 가는 일을 포기하셨다.


방송에서도 20년 만에 만나게 된 폭설이라며 눈으로 인한 비닐하우스 농산물 피해가 속출함을 알리며 교통사고의 급증을 브레이크를 밟고서도 미끄러져 나가는 차의 모습들을 보여주며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이제 사흘 뒤로 온 승선을 위해 포항을 향하여야 하는 길 떠남을 위해 버스표를 구하는데 마침 동서울 터미널에서 포항을 향해 가는 직행버스가 아침 7시 30분부터 매 시간 있다고 하여 그 첫차의 표를 예매하였다. 다섯 시간이 걸린다고 이야기한다.


뱃사람들을 가장 큰 아쉬움에 빠지게 하는 빠르게 지나가 버리는 기간이 지금 같은 시간이다. 내일모레를, 바다로 떠나는 배를 타기 위해 항구 찾아가는 날로 잡아놓고 표까지 사놓고 있을 때, 그런 이틀이 어느 틈에 지났는지 셈해 볼 여가도 주지 않고 흘려보내고, 지금처럼 집을 떠난 길에 들어서 배를 향하고 있는 시간 말이다.


예매표를 사놓은 날, 곧 다시 폭설이 시작되어,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신경을 까칠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래도 참아가며 버스를 고수하려 다 어제 도저히 버스를 이용할 마음이 안되어 버스 터미널에 나가서 1할의 페널티까지 감수하며 표를 물렸었다. 그리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한 번씩 하루 두 번 떠나는 새마을 열차 중, 오늘 아침에 떠나는 열차 표를 어렵사리 구해서 지금 포항을 향하고 있는 중이다.


차는 경주에 들려서는 한 동안 정거하고 있더니, 다시 떠날 때는 경주역으로 들어설 때 움직이던 방향의 반대인 거꾸로 달리기를 시작한다.

의자의 방향을 180도 돌려서 다시 자리를 잡아 앉는 동안에 도착하는 것 같이 않게 어느새 포항역에 들어서고 있다. 그리도 짧은 시간이라 그렇게 달리는 모양이지.....

차에 탔던 손님들은 종착역인 포항에 무사히 도착한 것이지만, 나는 이곳이 다시 떠나기를 시작해야 하는 항구인 것이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배에서 내릴 때 와도 달라진 점 없는 안온한 기분을 느끼며 인수인계를 마치니 계속해서 배를 타고 있었던 듯싶은 편안한 마음이 든다. 전형적인 뱃사람의 무드로 되돌아와 준 것이다.


*아내는 직행버스로 포항에 내려오고*


한 달 보름여의 휴가기간을 함께 지낸 상태이지만, 다시 떨어지는 것이 아쉬운 마음은, 사흘 간의 정박 기간이나마 또 같이 있고 싶은 작은 욕심에, 아내 더러 포항으로 내려오라는 연락을 한다.


할인한 금액으로 서의 새마을 열차 요금보다도 5,000원 정도가 더 싼 직행 버스의 표 값이 너무나 솔깃하였던 모양이다. 아내는 내 생각과는 달리 눈발이 흩날려서 아침의 출근길에 교통대란이 예상된다는 텔레비전의 방송도 무시한 채, 아침 첫 고속버스의 모두 여섯 명 밖에 승차하지 않은 승객 중의 한 사람으로 승차하여 배를 찾아 포항으로 내려온다는 연락을 해왔다.


마침 해양경찰의 PSC 임검이 있어 그에 대비한 일을 하기 위해 배에 머물러야 하기에 아내의 도착에 즈음하여 마중을 나가려 했던 예정은 이룰 수가 없는 미안한 일로 되어 버렸다.

대신 아내의 마중은 지점의 K과장이 내 대신으로 나가서 배로 데려다주도록 간곡히 부탁하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고교 동창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