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못했던 비상의 경험
바람이 분다.
포항 항내로 센 바람이 분다.
하루 종일 비를 몰고 와서
추적추적 뿌려대더니
밤이 되어서는 바람마저 세지며
북풍의 매서운 맛을 불어주고 있다.
저녁 8시 30분쯤.
선미 계류삭중 하나가
더불어 달려드는 바람이 남겨 준
긴장을 이겨내지 못하며 터져버렸다.
부랴부랴 끊어진 부분을 얽매어서
임시로 이어 부두에 되잡아 주던 중에
선미는 점점 더 부두와 벌어지기 시작한다.
도저히 그대로 놔두어서는
벌어지는 속력따라 다른 줄도
다 터질 것 같은 긴장감에 쫓기며
급하게 터그보트를 부르기로 한다.
두 척의 터그를 불러 하나는 앞쪽
나머지는 뒤쪽에서 잡으려 하는데
이번에는 해양 오염 방지를 위해
배를 둘러싸서 쳐놓은 오일펜스가
터그보트의 본선 접근을 가로막는
애물단지로 등장하는구나!
한 시간 여의 오일펜스 제거를 위한
기다림을 동반한 작업 끝에
본선에 접안을 한 터그보트더러
즉시 부두 쪽으로 밀도록 지시해 준다.
떨어져 있던 꽁무니를 부두에 붙인 후
늘어진 줄들을 당기어 바로 잡도록 한다.
줄을 모두 팽팽하게 당겨서 잡아 놓은 후
터그의 밀음을 중지시키니
다시 선미가 조금씩
떨어진다는 보고가 들어온다.
바람은 여전한 힘을 떨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계속
터그보트 엔진을 전속으로 밀도록 지시하고
이제는 바람이 자거나 방향이 달라질 때까지
계속 기관을 사용하여 부두에 밀어붙이는
일을 지속하도록 조처를 하고
그에 따른 준 항해 당직 체제로
선내 근무체제를 바꾸어 준다.
시간당 몇십 만원 하는 터그의 사용료를
속으로 계산해 보다가
어휴! 저 정도의 바람으로
그런 생돈을 내버려야 하다니
억울한 마음도 들지만
만약 그냥 있다가 줄이 다 터지는 일을 당한다면
그 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
그에 덧붙여 모르긴 몰라도
오염사고도 낼 수 있는 확률도 매우 큰 것이니
그런 끔찍한 일들을 미리 방지하는
최선의 방법이니 어쩔 수 없다.
접안 중 바람으로 인한 배의 표류를 방지하기 위해
터그보트를 사용한 전말을 회사에 보고하기로 한다.
부두 정박 중 생각지도 못했던 일의 보고를 쓰고 있건 만
바람은 아직도 자줄 생각을 안 하고 항내에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