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MP AWAY,
배는 바람에 밀려 부두로부터 떨어지려고 용을 쓰고, 우리는 그건 안돼! 하듯이 터그보트까지 들이대어 부두로부터 떨어지지 않게 밀어붙이는 힘든 과정으로 날밤을 새우고 있다.
그런 와중에 어제 서울에서 우등 고속버스 편으로 포항에 내려와 우리 배에 합류 예정이던 중국교포 선원이 버스 정류소에서 새어 나간 채로 우리에게는 오지 않고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갑자기 그 중국 선원을 태우려고 한 데는 연유가 있었다.
급하게 조리수를 태워야 할 일이 생겼는데, 연가 중인 마땅한 사람이 없어 중국 선원을 긴급하게 채용하여 보충하려던 것이다. 그런데 그가 본선으로 발령받아 오던 중에 도망을 가버린 것이다.
본선에는 조리수에서 조리장으로 현장에서 진급한 선원이 있었지만, 먼저의 조리장이 연가로 하선할 때, 그 진급자와 교대시켜 준 게 아니라, 연가로 쉬고 있던 새로운 조리장을 승선 발령 내어 교대시켜주니, 본의 아니게 두 사람의 조리장이 근무하는 체제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이런 인사 조치 때문에 진급한 조리장의 마음이 번거롭고 불편하게 만들어졌다. 진급한 조리장은 이 점이 못마땅하여 다른 배로 전선을 가고 싶다고 이야기하여 인관실로부터 그 사정을 인정받았다.
회사는 즉시 조리수 직책의 후임자를 물색하였건만 휴가 중인 조리수들이 없는 상황이 되어 부득이 중국 선원을 신채하여 교대시켜주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마땅한 중국 선원을 고르던 중 우리 회사에서 일 년을 근무한 바 있는 인물로 결정하여, 본선이 입항하던 날 오후에 중국 선양에서 오기로 하였다.
공교롭게도 그 시간 중국 현지 기상이 나빠져서 비행기가 결항하여 할 수 없이 하루 늦은 어제 서울 공항에 도착하게 되었단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리나라의 기상이 나쁘게 되어 포항행 비행기가 결항되니 바쁜 우리 배의 스케줄에 맞추려고 밤에 내려오는 야간 우등 고속버스 편에 그를 내려 보내기로 되었던 모양이다.
포항 터미널로 마중 나갔던 지점의 직원은 새벽 3시가 되도록 기다렸으나 나타나지 않는 상황을 보고, 배에 나타나서는 중국 선원이 거의 도망갔을 거라는 확신을 피력한다.
그 시간까지 교대자가 오면 빨리 교대하고 언제라도 떠날 맘에 기다리고 있던 진급한 조리장은 그 소식에 허망한 표정을 지으며 잠자리로 향했다.
모르긴 몰라도 중국 선원에 대한 수속을 담당했던 서울의 직원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지루하니, 중국 선원이 버스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끝까지 확인하지 않고 그냥,
-저 차이니 몇 시에 타고 떠나라.
이야기를 해 준 후 자리를 떴을 것으로 추측된다.
최소한 도망가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수속을 담당한 직원이 상대방을 버스에 완전히 태우고 떠나는 것까지 확인하면서 자리를 뜨던가, 아니면 버스 기사에게 제반 서류를 맡기어 포항에 도착한 후 마중 나온 사람에게 서류와 인물을 넘기는 방법을 택하여 일을 했으면 됐을 터인데, 그냥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모든 서류를 본인에게 맡기고 돈까지 5,000원을 주고 내려 보내며 포항에서 기다리는 사람의 전화번호까지 적어 주었단다.
마음속으로 달아날 기회만을 엿보던 친구였다면 이런 절호의 찬스를 쓰지 않을 자 그 누구이겠는가?
아무런 연락이 없다는 것은 그가 도망갔다는 명백한 증거인 것 같다.
그 중국 선원의 도망으로 우리 배에서도 그만큼 교대 일정이 늦추어지게 되었다. 아니 내릴 것이라는 꿈에 부풀어 있던 조리장이 다시 한 항차를 더 타고나서 내려야 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 한 사람이 도망감으로써 파생되는 일이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더 있는 가운데 배는 바람과 싸우는 일에 열성을 다하고 있었다.
날이 밝아오면서 바람이 잦아들기 시작하여 터그보트의 사용을 중지시키며 항해당직에서 정박 당직체제로 당직 근무태세를 바꿔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