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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장 Apr 28. 2024

혼자서는 못해요... (44)

도서 『혼자서도 잘해요』 표지 사진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아내의 귀국 & 귀가의 날! 아내를 공항에 바래다줄 때까지만 해도 홀로 육아의 고됨을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 아내는 아침이면 일터로 향했고, 아내 없이 하루 종일 아기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변하지 않는 나의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이따금씩 아내가 야근을 하거나 출장을 가게 되면, 그저 조금 더 집안일에 신경을 쓰면 그만이었다. 육퇴의 순간이 조금 늦어짐으로써 나의 자유시간이 약간 줄어드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아내가 3박 4일의 여행길에 오른 그날, 바로 깨달았다. '아... 이것은 뭔가 잘못됐구나!'



  아내는 출산휴가 기간에도 업무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당연히 육아휴직은 꿈도 꾸질 못했다. ('때문'인지,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육아휴직'한 아빠가 되었다) 출산 후 제대로 쉬지 못한 아내였기에, 친구와 함께 여행을 다녀와도 괜찮겠냐는 물음에 흔쾌히 '오케이!'를 날렸다. 그때는 몰랐다. '아... 조금만 더 고민해 보고 대답할 걸 그랬나...?'



  엄마를 타국으로 떠나보낸 그날 밤, 아가는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마지막 분유를 꿀떡꿀떡 마시고 금세 잠이 들었다. 평소 같았다면, 아가는 엄마와 함께 마지막 분유를 먹고, 책을 읽은 뒤, 엄마의 토닥거리는 손길을 느끼면서 꿈나라로 빠져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당분간 엄마가 없으니 '꿩 대신 닭!', 아빠와 함께 할 수밖에. 그러나 아가도 평소와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던 것일까. 새벽 2시가 넘은 시간, 갑자기 들려오는 아가의 울음소리에 혼비백산하며 아가의 방으로 달려갔다. '역시 '닭'으로는 부족했던 거니...?'



  한 번 밤잠에 들면 아침까지 깨는 법이 없던 아가였는데, 갑자기 무슨 일인가 싶었다. 아가 옆에 누워 아가 가슴을 토닥여주니 아가는 쉽게 진정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쉽게 잠들지 않았다. 아가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느끼는 것처럼 연신 '쩝쩝쩝' 소리를 내며 공갈젖꼭지를 빨아댔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앉았다, 누웠다, 굴렀다를 반복하며 아가는 쉬이 눈을 감지 못했다. '너도 아는 거니? 엄마가 집에 없다는 것을?'



  아가는 새벽 4시가 넘어서야 겨우 꿈나라로 떠났다. 아가가 새벽녘에 잠을 못 잤으니,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도 늦어지려나 싶었다. 잠이 들락 말락 한 몽롱한 정신으로 '아가가 몇 시에 일어나면 밥을 어떻게 주고 분유를 어떻게 하고...'라고 생각하면서 의식이 점점 흐려져가던 순간!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아가의 뒤척이는 소리. 재빨리 베이비 캠을 켜보니 아가는 어느새 허리를 꼿꼿이 펴고 앉아 양말을 물고 있었다. '기상 시간은 칼 같은 녀석이로구먼...'



  홀로 육아의 고됨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다행히 몇 주 전부터 예약해 둔 '초보 아빠 구조대'의 방문 덕분에 한숨 아니, 두 숨, 세 숨 이상 돌릴 수 있었다. 바로 아가의 할아버지·할머니의 등장! 몇 달 전 아내가 출장으로 집을 비웠을 때도 할아버지·할머니가 와주셔서 아주 큰 힘이 되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할아버지·할머니의 도움 덕분에 아빠도 아가도 모두 활짝 웃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가야, 아빠에게도 아빠·엄마가 있단다! 엣헴!'



  일요일 늦은 밤, 엄마는 짧고도 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는 집에 오자마자 손발만 잽싸게 닦고는 후다닥 아가가 자고 있는 방으로 향했다. 베이비 캠 화면에 등장하는 엄마와 아가의 투 샷을 바라보며, 방 안 가득 은은한 사랑의 물결이 넘실거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홀로 육아를 잘 견뎌냈다는 안도감도 잠시. 주말이 순식간에 흘러갔다는 사실, 그리고 바로 내일이 월요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순간 깊은 우울감에 빠져들었다. '끝난 줄 알았는데 다시 시작이라니...!' 


  그래도 좋다! 어둠이 내려앉을 때쯤, 아내가, 그리고 엄마가, 어느새 '짠!' 하고 영웅처럼 등장할 테니! 

  어찌 되었든, 홀로 육아 끄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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