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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장 Apr 30. 2024

새 학기다!

출처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00328287




  새해가 밝았다는 사실이 기억 속 저편으로 흐려질 무렵, 내일모레면 '3월'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다시 새해를 맞이하는 것처럼 가슴 한편이 두근두근 대던 시절이 있었다. 방학이 끝나버렸다는 아쉬움이 없진 않았지만, 곧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운 미지의 세계가 펼쳐진다는 설렘으로 새 학기를 기다렸던 것이 아닐까 싶다.



  오래전, '라떼의' 초등학교 겨울방학은 유난히도 길고 지루했다. 스마트폰은 고사하고 휴대폰, 인터넷도 구경할 수 없었던 그 당시에, 노는 것이란 그저 집 밖으로 뛰쳐나가 신나게 달려대는 것뿐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축구공을 차고, 테니스 공을 주고받고, 놀이터를 뛰어다니고,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굴려대면서 말이다.  



  하지만 겨울은 어린아이가 마음껏 몸을 굴리기에 너무나 혹독한 계절이었다. 차디찬 날씨 때문에, 손이 꽁꽁꽁, 발이 꽁꽁꽁도 길어야 하루 이틀이었고, 눈싸움·눈썰매도 많아야 서너 번이 고작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기나긴 겨울 방학의 대부분의 시간은 두툼한 내복 차림을 한 채 '방콕'과 '방굴러데시'로 채워질 수밖에 없었다. 



  갑갑하고 따분했던 겨울 방학이 끝나고, 짧디짧은 봄방학을 스치듯 지나치고 나면, 어느새 따스한 기운이 느껴지는 3월의 새 학기를 할 수 있었다. 몇 반으로 배정될까, 담임선생님은 어떤 분일까, 같은 반이 되는 친구들은 누구일까, 시간표는 어떻게 짜일까 등의 기분 좋은 생각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물론 새 학기가 시작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방학이 돌아오기만을 '학수고대' 했지만...



  2024년에도 어김없이 3월의 봄을 맞이했다. 물론 지금의 나는, 20여 년 전의 어린 초등학생처럼 새 학년도, 반 배정도, 새로운 반 친구도 기대할 수 없는 30대 중반의 육아휴직한 아기 아빠이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것이 전혀 없지는 않다. 새로운 것은 내가 만들면 되니까! 그래서 아빠가 선택한 새로운 것은 바로, 아가의 '문화센터' 봄 학기!



  사실 아가와 단둘이 외출하는 게 무척 겁이 났던 때가 있었다. '아가가 갑자기 울면 어떡하지? 응가를 하면?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나 어떡해!!'라고 온갖 억측을 쌓아 올리면서 말이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아파트 단지 산책에서부터 점점 활동 반경을 넓혀가다 보니, 이제 아가와 함께 카페에 가는 것도, 마트에 가는 것도, 큰 공원에 가는 것도 전혀 두렵지 않은 '경지'에 이르고야 말았다. 이제 남은 것은 '끝판왕', 문화센터! 



  자주 들르던 대형마트 내에 문화센터가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때가 되면 나도 아가와 함께 문화센터에 등록하리라 마음먹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았다. 그럴 때는 뭐다? 바로 '엄마 찬스!'. 



  지난 1월의 어느 주말, 아내와 함께 아가를 데리고 문화센터 원데이 클래스에 참가하여 문화센터의 수업 분위기를 느껴보았다. 아가는 생전 처음 여러 아기들이 모인 곳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다른 아기들의 울음 '대합창' 속에서도 연신 흥미진진한 눈빛과 몸짓으로 엄마·아빠의 얼굴에 미소를 가져다주었다. 이제 예행연습은 끝났다. 실전만이 남아 있을 뿐!



  봄 학기 수업들의 시간표가 빼곡히 적힌 전단지를 꼼꼼히 살피고 또 살폈다. 아기의 개월 수에 따라 다양한 수업이 개설되어 있었고, 수업마다 요일도, 시간도, 프로그램 구성도 각양각색이었다. 여러 수업들 중에서 최대한 아가의 식사시간과 낮잠 시간을 피하여 아가가 최적의 컨디션으로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을 골라보려 하였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수강신청 완료!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3월, 오래전 새 학기를 기다리며 들떴던 어린아이의 마음을 품어본다. 낯선 장소, 낯선 사람, 낯선 물건 등등 문화센터의 모든 것들이 아가에게도 아빠에게도 어색하게 느껴지겠지만, 아가는 아빠와, 아빠는 아가와 함께 있으니 잘 적응해 가리라 믿어본다. 


  '아가야, 아빠랑 재밌는 시간 보내보자!'


  '가만있어 보자, 책가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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