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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장 May 21. 2024

지독한 월요병 (52)

 



  "빠밤빠!!" 


  군(軍)에서의 기상나팔 소리에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악몽과도 같았던 연주곡. 일요일 밤의 끝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던 나를, '월요일'이라는 지옥의 낭떠러지로 사정없이 밀어 넣었던 저승사자와도 같았던 그 노래. '월요병'이라는 극심한 고통을 선사해 주던 개그콘서트, 이태선 밴드의 엔딩송은 지금도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다.


  고등학생, 대학생, 군인 그리고 직장인이 될 때까지 매주 일요일 밤이면 늘 '개그콘서트'와 함께였다. TV를 즐겨 보는 것도 아니었고, '개그콘서트'라는 프로그램을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하지 못하지만, 주말이 끝나가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가득한 딱 그 타이밍에 방송되는 '개그콘서트'를 보기 시작했고, 그 습관은 생각보다 꽤나 오랜 기간 이어졌다. 


  개그콘서트는 저녁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시작하였고, 끝나는 시간은 아마 밤 11시가 되기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무심코 채널을 돌려 생각 없이 개그콘서트를 보고 있다가도 '봉숭아학당'이라는 코너가 시작되면 그때부터 본능적으로 거실 벽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벽시계를 힐끔힐끔 쳐다보곤 했다. '아, 주말이 이렇게 끝나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멍을 때리다 보면 누군가 뒤통수를 '씨게' 때리는 것처럼 들려오던 그 노래... 상상만 해도 오싹오싹한 기분이다.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조종사 양성교육을 받으면서부터 더 이상 일요일 저녁에 TV를 보는 시간을 만들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점점 TV와 멀어지기 시작했고, '월요병' 없는 조종사 생활을 이어가다 보니 개그콘서트의 엔딩송을 들을 때면 떠오르던 기상나팔, 저승사자, 뒤통수를 얻어맞는 느낌도, 오싹오싹한 기분도 이제는 남의 나라 이야기로 점점 사라져 갔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영원할 것만 같았던 개그콘서트가 폐지되었고, 그 사이 나는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게 되었다. 아기의 발달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집안에서 대장 노릇을 하던 TV를 안방으로 몰아냈고, 그때부터 더더욱 TV를 켜는 일은 흔하지 않은 일로 바뀌었다. 덕분에 폐지되었다가 다시 방영되기 시작했다던 '개그콘서트'를 보며 소름 돋는 옛날을 추억하는 일도 소원한 일로 남게 되었다.


  경기(驚氣)를 불러일으켰던 노래는 이제 더 이상 들려오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을 맞이해야 하는 순간은 어김없이 돌아온다. 그 말인즉슨, 아내와 함께 하는 주말은 반드시 그 끝을 보게 되어 있고, 남편 혼자, 아빠 홀로 육아를 감당해야 하는 '월요일'의 순간을 마주해야 한다는 말씀...!


  주말도 좋고, 연휴도 좋고, 주중에 껴있는 빨간 날도 너무너무 좋지만, 그 끝이 다가오는 있다는 느낌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평소보다 아가의 오감을 자극하는 인상 깊은 휴일을 보냈다면, 더더욱 휴일을 보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는 것이 무섭기만 하다. 더 이상 개그콘서트의 엔딩송을 들을 일은 없지만, 언젠가부터 휴일이 끝나가는 그 순간에 귓가를 맴도는 것 같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어느 밴드의 완벽한 하모니, "빠밤빠!" 


  지난 주말, 외할머니 댁과 큰 이모네를 순회하며 그 어느 주말보다 무척 신나고 재밌는 시간을 보냈을 우리 아가. 월요일이 찾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외할머니도 없고, 큰 이모도 없고, 심지어 엄마도 없는 고요한 하루를 보내야 할 텐데. 혹여나 심사가 뒤틀려서 "음마!음마!" 소리 지르며 찡찡대는 건 아닐지... 아빠는 벌써부터 무척이나 두렵다.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지금 시각, 일요일 밤 10시 42분. 

  꺼져있는 까만 TV 화면 속에서 "빠밤빠"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 같은 소름 돋는 기분은... 느낌적인 느낌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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