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뜨거웠던 8월이 지나갔다.
11번의 공연, 2번의 유튜브 '캡틴락인디' 촬영, 인터뷰 4개, 신곡 합주와 녹음, 칼럼 1편 쓰고, 탁구도 치고, 실내 정원 꾸미고, 고구마 심고, 구피 4마리를 분양받아 물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열대어들은 참 신기하다. 나는 중력에 반항했다고 우기며 무거운 바벨 들고 낑낑거리는데, 이 친구들은 중력과 춤을 춘다. 욕망의 굴레에 빠져 시지프스처럼 맨날 산 위로 돌만 굴리며 사는 캡틴락. 누군가는 형벌을 내렸다고 생각하고 고소해 하겠지만, 돌이 떨어지는 자리 볼링핀 같은 것들을 세워 놓고 게임을 즐기고 있다네. 인생이라는 게임이지. 볼링핀들이 쓰러질 때 경쾌한 소리가 좋아.
물고기들처럼 중력의 사슬에서 벗어나 하늘을 유영하며 살 수는 없지만, 세상이라는 LP판 위에 카트리지처럼 땅 위를 긁고 다니면 재미난 음악이 흘러나오지.
사실 비이밀 인데, 우리 집은 어항이고 나는 물고기처럼 집안을 헤엄쳐 다녀. '체리 트로피컬 스페이스 액체 산소'를 개발했거든. 미안하지만 레시피는 공개할 수 없어. 살짝 힌트만 주자면, 로큰롤 70%, 클래식 17%, 재즈 10% 정도를 섞어서 볼륨 2시 방향으로 놓고 미친 듯이 춤추며 쉐낏쉐낏 하는 거야!
*바흐 프렐류드 무반주 첼로는 꼭 필요한 향신료.
그리고 신기한 일인데, 그저께 태어난 구피 새끼들이 말을 하기 시작했어.
갑자기 "밥 줘." 그러는 거야. 아직은 '밥 줘!' 밖에 못 하지만, 조금 있으면 "똥 치워라.", "물 갈아라."라고 말할 듯.
오랜만에 멍 때리니 좋다.
참 더웠던 8월이었어.
열대야 기간 금주놀이 약속도 지켜냈지. 오늘이 금주놀이 43일 차야.
밤이 좀 선선해졌으니, 가볍게 한 잔씩 하기로 하자.
오랜만에 지인들도 만나 수다 좀 떨고, 오두방정도 떨어야지.
예전에는 가을맞이한다고 호들갑 떨며, 낮술 마시고 친구들 100명 불러내서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놀았었다. 물론 참 좋았다. 열대어를 키우며 알게 되었는데, 새로 물을 갈아줄 때 '물맞댐'이라는 것을 하더라고. 서로 온도를 맞춰준 뒤에 새 물을 넣어줘야 물고기들이 놀라지 않고 적응을 잘 한대.
그래서 이번 가을은 서서히 내 몸에 스며들도록, 가을맞댐을 할 거야. 서서히 그라데이션으로 미쳐가는 거지. ㅋㅋ
2024년 8월 한 달 동안 이 우주를 살짝 시끄럽게 만들었다니 뿌듯하구먼.
먼 외계에서 소리가 보이는 외계인들이 지구를 바라봤을 때, 이곳 작고 푸른 별이 아주 잠깐 반짝였을 거야!
그럼 이만
캡틴락은 가을로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