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별 원두 맛 비교 경험

처음 바리스타 공부를 시작했을 때 가장 흥미로웠던 순간 중 하나는 산지별 원두를 비교해 맛을 보는 경험이었습니다. 같은 커피라고 해도 자란 나라와 환경에 따라 이렇게까지 맛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에티오피아 원두는 마셨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라이트 로스팅으로 추출했을 때 베리류 같은 과일 향이 강하게 느껴졌고, 산미가 또렷했습니다. 마치 꽃향기가 퍼지는 듯한 가벼운 느낌이 있어 첫인상이 화사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게 정말 설탕이나 시럽을 넣지 않은 커피가 맞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반면 콜롬비아 원두는 균형이 잘 잡힌 맛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적당한 산미와 고소함이 함께 느껴져 누구에게나 무난하게 어울릴 수 있는 맛이었습니다. 특히 초콜릿이나 견과류 같은 디저트와 곁들였을 때 조화가 좋아서 카페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이유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케냐 원두는 산뜻하면서도 강렬했습니다. 라즈베리나 블랙커런트 같은 진한 과일 맛이 뚜렷했고, 입안에 오래 남는余韻이 있었습니다. 짧게 마셔도 강하게 각인되는 개성이 있어, 사람마다 호불호가 나뉘기도 했습니다.

브라질 원두는 그와 대조적으로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특징이었습니다. 묵직한 바디감과 견과류, 밀크 초콜릿 같은 풍미가 있어 우유와 섞었을 때 특히 잘 어울렸습니다. 라떼나 카푸치노에 자주 쓰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이렇게 산지별 원두를 비교해보니,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토양과 기후가 담긴 맛의 언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커피를 마실 때 단순히 맛있다, 쓰다라고 말하기보다, 그 맛 속에서 어떤 환경과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를 상상하며 즐기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