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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머신 입문기

by 커피바라

처음 에스프레소 머신 앞에 섰을 때의 긴장감은 지금도 잊기 어렵습니다. 커피를 좋아하던 소비자에서 바리스타로 넘어가는 순간, 거대한 금속 장비와 수많은 버튼, 뜨거운 스팀 소리가 마치 낯선 세계의 문을 여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처음 배운 건 추출 순서였습니다. 원두를 갈아 포터필터에 담고, 탬핑으로 고르게 눌러 담은 뒤 머신에 장착하는 과정은 단순해 보였지만 생각보다 손이 덜덜 떨렸습니다. 조금만 기울어도 물이 한쪽으로만 흘러가거나, 너무 세게 눌러 탬핑하면 추출이 막히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작은 실수가 커피 맛 전체를 바꾸는 경험을 하면서, 이 기계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정밀한 악기 같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스위치를 누르고 25초 남짓의 시간 동안 흐르는 갈색 액체를 바라보는 순간은 매번 설렜습니다. 크레마가 고르게 형성될 때의 뿌듯함, 혹은 너무 밝거나 어둡게 흘러나올 때의 아쉬움이 제 공부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변수가 숨어 있다는 사실은 놀라웠습니다. 원두의 분쇄도, 도징 양, 탬핑 압력, 물의 온도와 압력까지 모두 추출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머신을 다루면서 가장 크게 배운 건 ‘일관성’의 중요성이었습니다. 한 번 잘 나왔다고 끝이 아니라, 같은 결과를 꾸준히 만들어낼 수 있어야 비로소 바리스타로서 기본을 갖췄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매번 같은 동작, 같은 속도로 손을 움직이는 연습을 습관처럼 이어갔습니다.


에스프레소 머신 입문기는 단순히 기계를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바리스타로서의 태도를 배우는 시작점이었습니다. 작은 차이를 존중하고, 반복 속에서 성실하게 익히는 과정. 그 과정을 거치면서 저는 커피 한 잔에 담긴 깊이를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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