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프렌치프레스를 접했을 때는 “이렇게 단순한 도구로 커피가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굵게 간 원두에 뜨거운 물을 붓고, 4분 정도 기다렸다가 금속 필터로 눌러내면 끝. 드립처럼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놀라웠습니다. 하지만 맛을 보니 의외로 풍부했습니다. 종이 필터가 없어 오일과 미세한 입자가 그대로 남아 묵직한 바디감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브라질 원두처럼 고소한 풍미가 강한 커피에서는 그 진한 질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다만 입안에 미세한 가루가 남는 건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모카포트는 또 다른 세계였습니다. 작은 주전자 같은 도구에 물과 분쇄 원두를 담고, 가스 불 위에 올려 끓이면 압력으로 커피가 추출되는 방식이었습니다. 처음 사용할 때는 압력이 세게 차오르는 소리가 다소 긴장감을 주었는데, 추출이 끝나고 진한 커피 향이 퍼질 때의 쾌감은 특별했습니다. 맛은 에스프레소와 비슷하게 진하고 쌉싸래했지만, 카페 머신만큼의 크레마는 없었습니다. 대신 집에서도 비교적 쉽게 ‘강렬한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컸습니다. 모카포트로 내린 커피에 우유를 부어 카페라떼처럼 마셨을 때는 작은 카페를 집으로 옮겨온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두 가지 경험을 비교하자면, 프렌치프레스는 부드럽고 풍부한 질감을 강조하는 방식이라 여유로운 아침에 어울렸고, 모카포트는 강렬하고 진한 맛으로 하루를 깨우는 데 적합했습니다. 도구의 차이가 단순히 추출 방식만이 아니라, 커피를 즐기는 분위기와 순간까지 바꿔준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