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했던, 오늘 다시 하는 결심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그래서 겸사겸사 브런치에 올릴 글감이 있나,
예전에 썼던 일기를 하나씩 읽어보는데,
감회가 정말 새로웠다.
일기를 쓴 그날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었는지 면밀히 기억나지는 않더라도,
그날의 감정이 너무나 날 것으로, 생생하게 다가와서,
그날의 내가 너무 가엽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웠다.
분명 그때는 너무나 힘들었는데,
그 힘듦이 어렴풋이 추상적으로만 기억될 때,
나의 일기는 그 힘듦을 입체적으로 재연시켜 준다.
아, 맞아, 다시 생각해 봐도 화나잖아? 부들부들.
몇 년 간 나는 일기를 쓰지 않았다.
꽤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사진을 찍을만한 사건이 아닌 이상,
소소한 나의 매일의 감정과 생각은 하루살이처럼
그날만 머무르다 사라졌다.
그래서 나는,
조금은 귀찮더라도,
매일 일기를,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어딘가에 제출하거나
누군가 검사하는 글이 아니므로,
조금은 엉성하더라도,
문법이 오락가락 틀리더라도,
나의 못된 마음을 대면해야 하더라도 말이다.
오늘의 30분을 투자하면,
30년 후 내일의 내가 지금의 나를 기억할 수 있을 테니까.
다시는 오지 않을 지금을 유일하게 가둘 수 있는,
누구도 기억하지 않을 나를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
한 마디로,
일기를 쓰자.
분명 언젠가 했던 결심인데,
메아리치듯 오늘 다시 하게 되는 결심.
2024.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