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통계적 개념을 활용해 살펴보자
소형 SUV 시장에 New Player 등장
최근 몇 년간 소형 SUV 시장은 가장 급격하게 성장하는 차급이었습니다. 2013년 트랙스를 필두로 QM3, 티볼리, 니로가 차례로 등장하면서 시장의 사이즈가 급격하게 커졌습니다. 소형 SUV 시장의 패권은 2014년에는 QM3가 가지고 있다가 2015년 티볼리 등장 이후 티볼리가 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시장에 지각 변동이 예상됩니다. 바로 현대차의 코나가 새롭게 시장에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소형 SUV 시장은 국내 시장에서 대표적인 현대기아차가 놓친, 외면한 시장이었습니다. 기아가 2016년 니로를 투입했지만 하이브리드라는 특성과 제한된 공급 물량으로 인해 시장 자체를 뒤흔들만한 파워를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현대가 내놓은 코나는 코나의 등장은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코나는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로 급 성장하고 있는 B-SUV 세그먼트를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모델로서 글로벌 무대에서 혼다 HRV, 피아트 500X, 시트로엥 칵투스, 마쯔다 CX-3, 닛산 쥬크 등 쟁쟁한 경쟁차들과 승부할 수 있는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과 함께 높은 상품성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현대는 신차 발표회를 통해 자신감과 각오를 밝혔습니다.
코나의 올해 국내 판매 목표는 2만 6천 대입니다. 월간으로 환산하면 약 3,700대가량의 판매량입니다. 코나가 이 판매량을 달성한다고 가정하면 국내 시장 판매량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국내 시장 전체 규모는 일정하다는 가정
새로운 상품이 시장에 등장하면 수요에 대해서 두 가지를 가정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가정입니다. 즉 새로운 상품의 등장으로 인해 그동안은 존재하지 않았던 수요가 생겨나 전체적인 파이가 커진다는 관점입니다. 이는 보통 아예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 등장했을 때 유효한 가정입니다. 두 번째는 기존 시장 내 다른 수요를 빼앗아 온다는 가정입니다. 통상 기존에 존재하는 시장에 새로운 세그먼트나 제품이 등장했을 때와 시장의 전체 구매력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유효한 가정입니다. 코나의 등장에는 두 번째 가정이 더 타당해 보입니다.
코나는 아예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정도로 새로운 개념의 제품은 아니며, 국내 자동차 시장은 15년과 16년 피크에 올랐다고 표현할 정도로 판매량이 많았기 때문에 새로운 수요가 존재할 여지가 적어보입니다.. 올해 역시 경제가 살아나는 조짐이 보이지만 자동차 판매량이 극적으로 증가할 정도로 호황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결국 전체 파이가 일정하다면 새로운 제품의 등장은 필연적으로 다른 차급, 다른 차량의 수요의 감소를 가져올 것입니다. 통계적인 개념을 살짝 동원해서 살펴봤습니다.
같은 세그먼트 내 상관 관계
-소형 SUV는 아직 동반 성장 중
우선 코나의 등장은 당연히 같은 세그먼트 내의 경쟁 차량인 티볼리, QM3, 트랙스, 니로와 상관관계가 있을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현재 세그먼트 1위 차종인 티볼리와 상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검토 없이 그냥 단순히 "티볼리가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결론입니다.
실제로 소형 SUV의 판매 데이터를 살펴보면 티볼리가 등장해서 성공한 이후에도 트랙스, QM3의 판매량은 감소하기보다는 오히려 동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는 전체 세그먼트가 아직 도입기로 성장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QM3의 2016년 하락은 공급물량의 제한으로 인해 관심도가 떨어지면서 노쇠화가 빨리 찾아왔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 티볼리 등장 이후 소형 SUV 월별 판매량의 상관 계수(correlation coefficient)를 살펴보면 오히려 양의 수치가 나타납니다. 이는 티볼리 판매량이 증가할수록 오히려 다른 경쟁차의 판매량도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수치들은 티볼리의 관심도가 높아질수록 소형 SUV 자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 오히려 다른 경쟁차의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때문에 소형 SUV 시장 파이 자체가 계속 커진다면, 동시에 티볼리가 소비자를 잡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선다면 코나의 등장이 티볼리 판매량에 미칠 영향은 의외로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반면 세그먼트가 성숙기에 이른 중형이나 중형 SUV 같은 시장들은 차급 내의 간섭이 큰 편입니다. 만약 소형 SUV 시장도 이미 성숙기에 이르러 수요의 한계가 2016년에 기록한 약 10만 대라면 이러한 양의 상관관계는 사라지고 상호간에 음의 상관관계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에는 티볼리 등 소형 SUV 수요에 직접적인 타격이 갈 것이며 티볼리 수요를 어떻게 가지고 오느냐가 코나의 성공에 중요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소형 SUV 시장 관심도를 봤을 때 성숙기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힘들며, 준중형 시장 사이즈와 비교해봤을 때 아직까지 1~2만 대 이상은 충분하며 최대 5만 대까지도 추가 성장 여력이 있다고 보입니다. 즉 코나는 당장은 다른 소형 SUV의 판매량에서보다는 다른 차급에서 수요를 더 많이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 상관 계수는 통계학에서 두 데이터가 어떤 선형적인 관계를 나타내는 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1에서 -1까지의 값을 가지며 절대값이 1에 가까울 수록 상관 관계가 강하다고 표현합니다. 상관 관계는 인과 관계와는 다릅니다. 즉 상관 관계가 강하다고 해서 양쪽 중 어느 변수가 인과에 영향을 끼쳤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상관계수와 회귀분석으로 살펴본 인접 차급 효과
-준중형, 경차와의 간섭이 보인다.
자동차 업계에는 "인접 차급"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인접 차급은 가격대가 유사한 하위, 상위 차급이나 다른 형태의 차급을 말합니다. 특정 세그먼트의 소비자가 차량을 구매할 때 가격을 중시할수록 인접 차급과의 "상관관계"가 높아지게 됩니다. 소비자가 차량을 선택할 때 차량 형태, 차급을 먼저 정하고 예산을 생각한다기보다는 처음부터 예산을 생각하고 차량 형태, 차급을 검토한다고 봤을 때 타당해지는 가정이기 때문입니다. (마케팅에서의 크로스 셀링, 업 셀링의 개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코나는 소형 SUV 차급에 속한 차량이고 차급이 소형일수록 다양한 변수 중 "가격"의 영향력이 커집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소형 SUV는 인접 차급과의 상관관계가 높을 것을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의 연도별 차급별 판매량의 상관 계수를 살펴보면 SUV 간보다는 세단과 SUV 사이에 명확한 음의 상관 계수가 관찰됩니다. (2011-2012 기간 쏘울을 소형 SUV와 성격이 유사하다고 가정)
이를 분석해보면 SUV라는 카테고리 내에서 SUV는 급을 가리지 않고 성장했으며, 수치의 방향성을 살펴보면 이 수요의 대부분은 세단의 수요에서 가져왔다는 것이 보입니다. 즉 아직까지 SUV 시장은 전반적으로 지속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고 한정된 파이를 서로 다투는 것이 아니라 세단으로부터 계속 늘어나는 유입을 세그먼트 별로 얼마나 나눠먹느냐가 중요한 시장인 것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입니다.
소형 SUV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결국 소형 SUV 세그먼트의 성장은 다른 SUV 수요보다는 인접 승용 차급의 판매량 감소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얘기를 조금 더 심화해보겠습니다. 소형 SUV의 성장이 어떤 세그먼트에 영향력이 큰 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상관 분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판매량 포션이 이미 매우 적어진 소형 시장을 제외하고 인접 차급들 판매량으로 회귀 분석을 해보면 소형 SUV 시장에서는 경차와 준중형 시장과의 간섭이 보입니다.
*아래 회귀 모형은 2011년에서 2016년까지를 두고 회귀 분석을 시행한 것으로 관측치가 작아 굉장히 불안전한 회귀 모형으로 방향성만 참고하는 모델입니다.
회귀 계수를 살펴보면 소형 SUV가 성장할수록 경차 살바에는 그냥 돈을 더 보태서 소형 SUV로 가거나, 비슷한 가격의 준중형 소비자가 소형 SUV로 가는 움직임이 보입니다. 소비자 심리를 추론해보면 그럴듯한 가정입니다. 때문에 코나로 인해 소형 SUV 시장이 더욱 성장한다면 의외로 경차나 준중형 차급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2017년의 현상만 살펴봤을 때 준중형 SUV 판매량이 소형 SUV로 본격적으로 흡수되기 시작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는 SUV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고 소형 SUV에 매력적인 상품이 많아지면서, 크기에 대한 니즈보다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큰 소비자들이 준중형 SUV를 사려다가 소형 SUV를 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걸로 보입니다. 때문에 소형 SUV 시장의 확대에 준중형 SUV도 영향권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소형 SUV 시장의 확대는 2012년 싼타페 DM이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등장했을 때 나타난 현상과도 유사합니다. 당시 SUV 열풍을 주도한 싼타페는 뚜렷한 신차가 없던 중형, 준대형 수요를 대거 흡수해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것.
같은 브랜드 내 간섭
-투싼, 아반떼가 직접 영향권
지금까지 전체 산업 수요 관점에서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더 살펴봐야 할 것이 같은 브랜드 내에서의 간섭입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소비자가 실제 영업점에 방문했을 때 펼쳐지는 상황 때문에 영향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아반떼를 사러 갔다가 영업 사원이 차라리 쏘나타가 할인 조건이 더 좋으니 조금 더 주고 쏘나타로 가라고 권하거나, 비슷한 가격의 투싼의 신차가 나왔다고 하면서 다른 차종을 권해 마음을 바꾸는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혹은 소비자가 직접 살펴보고 비교하면서 마음이 바뀔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다른 차를 보러 갔다가 매장에서 차급을 변경하거나 세단↔SUV로 옮겨가는 것은 영업 현장에서 상당히 흔한 일입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강력한 신차가 나오면 인접 차급의 수요를 흡수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한 브랜드 내에서 강력한 신차가 나오고, 인접 차급의 상품성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같은 브랜드 내의 인접 차급의 판매량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반대로 신차를 보러 갔다가 다른 차를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문에 신차로 인해 매장 방문객 숫자 자체가 늘어나게 되면 다른 차량의 판매량도 동반 상승하는 "우산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우산 효과"는 보통 매장 방문객의 절대적인 숫자가 증가하고 다른 인접 차급의 상품성도 충분히 매력적일 때 발생합니다. 즉 우산 효과가 발생할 지 아니면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건지는 신차로 인해 인접 차급이 받는 영향의 방향은 인접 차급의 상품성이 얼마나 경쟁력 있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데뷔한 소형 SUV인 티볼리의 사례를 살펴보면 티볼리는 쌍용 브랜드 내 인접 차급에 우산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줬습니다. 2015년 1월 티볼리 등장 후 코란도 C 판매량은 급격히 감소 추이를 보이며 2015 1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월별 판매량 상관 계수는 -0.45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이는 쌍용의 공급 능력 제한의 영향과 코란도 C의 상품성 노쇠화로 인한 자연감소분도 있겠지만 티볼리가 코란도 수요를 어느 정도 흡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로 미루어 보아 코나로 인해 투싼 판매량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갈 수 있다고 보입니다. 쌍용차의 라인업에는 준중형 세단이 없어서 직접적인 데이터 검토는 불가했지만 위의 전체 차급별 상관관계를 봤을 때, 준중형 차량인 아반떼 판매량에도 어느 정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코나로 인한 현대차 영업지점 방문객이 증가하는 우산 효과도 동시에 있을 것입니다. 두 효과 중 어느 것이 더 클 것인 지가 관건입니다.
기아 니로의 경우 니로의 등장과 스포티지, K3 판매 간에는 부정적 상관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동반 성장하는 우산 효과가 보였습니다. 이는 기아 니로가 하이브리드 차량이라 성격이 다소 다르다는 점, 스포티지 역시 니로와 출시 시기가 큰 차이가 없는 신차라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점, 니로 공급 물량이 부족해 대기 기간이 길었던 영향이라고 보입니다.
결론: 다양한 시장 변수가 어떻게 작동할 지가 흥미진진한 관전 포인트
결론적으로 소형 SUV 세그먼트의 성장판이 여전히 열려 있다고 본다면 코나의 등장이 장기적으로는 티볼리 등 경쟁 차종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기보다는 준중형, 경차 등의 승용 수요에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준중형 SUV 시장을 주도하는 현대/기아에서 소형 SUV가 등장하는 만큼 내부 간섭이 일어나 준중형 SUV 시장에도 영향이 갈 것으로 보입니다.
차후 기아 스토닉까지 등장했을 때는 소형 SUV 시장이 아무리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두 신차종을 동시에 소화하기는 힘들 것이므로 그 때부터는 티볼리 등 경쟁차에 보다 더 직접적인 영향이 갈 것으로 보입니다. 차급 내 파이 싸움이 전개된다면 아무래도 판매량이 많은 티볼리가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조금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또한 현대차 같은 메이저 브랜드들은 이미 영업지점 방문객의 한계치에 근접해있다고 본다면 코나의 등장으로 인해 현대차의 인접 차급인 아반떼와 투싼 판매량에도 어느 정도 영향이 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아반떼와 투싼이 아직 상품 경쟁력이 충분한 만큼 당장은 악영향보다는 우산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나 현대차의 전체적인 판매에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당장은 상품성이 다소 노후화된 다른 브랜드의 준중형, 소형, 경차에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가정들과 그동안의 추세 하에서 분석한 불완전한 추론일 뿐입니다. 또한 데이터를 분석해놓고보면 다소 뻔한 추론일 수 있습니다. ^^; 그래도 그냥 감에 의존해서 얘기하는 것보다는 데이터에 기반해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결국 코나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다양한 변수들에 달려있습니다. 앞으로 코나의 판매량을 지켜보면서 과연 어떤 변수들이 판매량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할 것 같습니다.
세줄 요약
1. 소형 SUV 시장 자체가 크고 있기 때문에 경쟁 소형 SUV 판매량에 직접적인 타격은 제한적일 것
2. 소형 SUV 시장은 계속해서 경차, 소형, 준중형 수요를 가지고 오면서 추가 성장할 것으로 보임
3. 코나의 등장으로 현대차 내 인접 차급인 투싼, 아반떼와 간섭이 있을 것이지만 우산 효과가 더 강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