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차를 구매하기 전에 제품을 체험해보기 위해서는 매장에 방문해 전시차를 둘러보는 것이 체험 방법의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수입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다양한 브랜드들이 등장하고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더 적극적으로 자사 제품 체험 기회를 제공해야 할 필요성이 증대됐습니다.
이런 흐름 덕분에 최근 몇 년간 자동차 회사들의 마케팅 화두 중 하나는 자사 제품의 체험 기회, 그중에서도 특히 시승 기회의 확대였습니다.
자동차 회사들은 2010년 대에 들어 대대적으로 드라이빙 센터를 만들고, 영업지점에 적극적으로 시승차를 배치하는 등 적극적으로 시승 기회를 확대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영업 지점을 비롯해 자동차 회사에서 직접 시승을 제공하는 것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1. (가벼운 마음으로 온 소비자는) 영업 사원의 동승이 부담스럽다.
2. 시승 시간이 30분 정도로 제한되어 차를 제대로 살펴보기 어렵다.
3. 위의 조건을 뚫고 영업 지점까지 시승을 하러 온 고객들은 어느 정도 구매 의사가 있는 고객들로 시장 확대를 위한 신규 고객 발굴과는 거리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3번이었습니다. 만약에 차량을 시승해보지 않았으면 아예 구매를 고려하지 않았을 고객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영업점 시승 제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에게는 소비자의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시승 기회 제공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 이미지를 높일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이에 자동차 회사들이 주목한 것은 이동(모빌리티)과 관련된 다양한 어플들과의 협업입니다.
모빌리티와 관련된 어플들은 2015년을 전후로 급격하게 성장했습니다. 특히 쏘카, 그린카 등 카 셰어링은 미래 자동차 소비자들인 20대들의 호응을 얻으며 자리 잡았습니다. 카카오 택시 역시 젊은 세대의 택시 타는 문화 자체를 바꾸어 놓을 정도로 파급력이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풀러스를 비롯한 라이드 쉐어링 어플들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동에 니즈가 있는 이용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시승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동차 회사들에게 이들은 매력적인 협업의 대상이었습니다.
모빌리티 어플의
시승 플랫폼으로서의 사례
카 셰어링 x 자동차 시승
"운전자에게 시승 기회를 제공"
카 셰어링은 직접 운전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 이용하며 20~30대 이용자가 90%에 육박합니다.
이들에게 자사 제품을 자연스럽게 노출시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면 잠재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은 카 셰어링 업체와 협업해 시승을 제공하는 데 적극적이었습니다. 카 셰어링 업체들 역시 차량 확보가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므로 자동차 회사들과의 협업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현대차는 2015년 올 뉴 투싼을 출시하면서 그린카와 최초로 협업했습니다. 현대차는 그린카에 시승차 약 50대를 제공해 그린카 이용자들이 무료로 시승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무료인데다가, 어플을 통해 무인으로 차량 인수/반납이 이루어지므로 부담 없이 시승을 해볼 수 있어 이용자들의 호응이 높았습니다. 시승 행사 참여자는 2주 만에 1,800명을 넘어서는 등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현대차는 단 기간에 많은 소비자들에게 투싼의 상품성을 홍보할 수 있었고, 그린카는 이 이벤트를 통해 홍보 효과 및 신규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양 측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윈윈 사례였던 것입니다.
그린카는 이후 이러한 이벤트를 다른 차종, 자동차 회사에 지속 적용해 최근까지 협업 사례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국내 카 셰어링 1위인 쏘카 역시 자동차 회사들과 손잡고 이와 비슷한 맥락의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쏘카는 BMW를 도입하며 BMW를 레이 가격에 대여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최근에도 쏘카는 BMW 존을 별도로 어플에 표시하는 등 소비자들이 쉽게 BMW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 그룹은 딜카와 위블을 런칭하는 등 직접 카쉐어링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이는 체험 기회 확대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요 확보를 위한 포석으로 보입니다.
카카오 택시 x 자동차 시승
"이동하는 사람에게 시승차를 이동 수단으로 제공"
카카오 택시는 카카오 모빌리티의 일부로 사용자에게 택시를 통한 이동을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이동 시에 택시 대신 시승차를 제공한다면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차량을 타볼 기회가 생기고, 무료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브랜드에 좋은 감정을 지니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카카오는 이를 활용해 자동차 회사들과의 협업에 나섰습니다.
카카오는 폭스바겐을 시작으로 벤츠, 포드, 쉐보레 등 다양한 자동차 회사들과 시승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이용자가 택시를 호출하면 이벤트로 택시 대신 무료 시승차를 보내주고, 이용자는 택시 대신 시승차를 동승하고 이동하는 형식입니다. 다만 이용자가 반드시 운전자나 차량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일 거라는 보장이 없어서 구매 전환 효율성은 다소 떨어지는 것이 단점입니다.
카카오는 앞으로 이를 더 고도화시켜 타겟팅, 출발지, 시승 거리, 라이프스타일 등에 따라 더욱 효과적인 마케팅이 가능하도록 발전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통합 모빌리티 앱인 카카오T를 출시한 만큼, 앞으로 이와 연계한 새로운 형태의 시승을 준비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라이드 쉐어링 x 자동차 시승
"운전자와 이동하는 사람 모두에게 시승차 체험 기회 제공"
자동차를 공유하는 것이 아닌 이동을 공유하는 라이드 쉐어링은 앞으로 성장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로서 개인적으로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라이드 쉐어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우버와 리프트, 그랩, 디디추싱 등의 스타트업들이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스타트업)에 등극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우버가 주춤한 사이 단연 풀러스가 가장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풀러스는 출퇴근 시간 실시간 매칭 카풀 서비스를 바탕으로 시장을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현재 법규상 이용 시간이 출퇴근 시간대로 제한되지만(출근 05~11시, 퇴근 17시~02시), 운전자 입장에서는 출퇴근 시 카풀로 건당 1~2만 원 가량 벌 수 있고, 이용자 입장에서는 택시보다 30%가량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직군의 사람을 만나면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라이드 쉐어링은 기본적으로 공급자(드라이버)와 수요자(라이더)를 이어주는 양면 플랫폼입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양쪽 모두에게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 입장에서는 가장 매력적인 협업 플랫폼이 아닐까 싶습니다.
풀러스는 우선 수요자 측면을 활용해 BMW와의 협업을 진행했습니다. 카카오 택시와 유사하게 이용자가 경로를 정하고 차량을 호출하면 BMW 차량이 오는 형태의 이벤트로서 시승 이벤트로서의 장점과 단점 모두 카카오 택시 시승 이벤트와 유사했습니다.
최근에 풀러스는 기아차와 손잡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이벤트를 진행 중입니다. 풀러스를 이용해 출퇴근 시 카풀하는 운전자들에게 시승차를 제공하는 형태의 이벤트로서 이를 통해 드라이버들은 일주일 간 자연스럽게 차량을 시승해볼 수 있고, 이들의 활동으로 인해 라이더들까지 자연스럽게 차량을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이벤트는 현재 진행 중으로 이벤트의 성과에 따라 앞으로 더욱 많은 협업 사례가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지속적으로 서비스가 고도화됨에 따라 더욱 정교한 타겟팅이 가능한 마케팅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도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의 시승은?
공유 경제, O2O는 앞으로 더욱 발전해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발전에 따라 앞으로 지금은 생각하지 못했던 모빌리티 서비스들이 우리 생활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올 것입니다. 시승 역시 이러한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우리 생활 가까이 들어올 것이고요.
이러한 흐름들을 지켜보는 것도 앞으로의 자동차 산업의 변화 모습을 지켜보는 재밌는 관전 포인트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