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BPM 이상의 하드 테크노가 울려 퍼지는 클럽만큼 건전하고 평화로운 장소는 없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세계에 안착해 일종의 명상을 누린다. 베를린의 저명한 클럽 헤렌사우나에서 약 3년 전에 촬영된 이 보일러룸 영상 속 레이버들도 마찬가지다. 여기엔 그 누구보다 평범하고 예의 바른 사람들로 가득하다. 각기 다른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두루 모여, 어느 누구도 남을 간섭하지 않고 신경 쓰지 않으며 자기만의 평온한 순간들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그렇게 각자 즐거운 시간을 창조해간다. 버거운 삶에 들러붙어 있던 사념과 슬픔을 떨쳐내려 한다. 음악이 아름다울수록, 사운드 시스템이 좋을수록 그 공간은 더욱 짙은 평화로 물들고, 그 순간 우리에게 별달리 필요한 건 없다. 이 단순하고도 황홀한 음악에 몸을 내어주면 된다. 음악이 내 육체를 사용하는 방식을 그냥 지켜보면 된다.
무아몽의 전자음악에 취하기 위해 ‘반드시’ 클럽에 가야만 하는 건 아니다. 테크노 클럽은 대개 저녁 늦게 문을 열고, 이제 밤에는 잠을 자야 한다고 믿는 40대 이상의 나 같은 중장년에게 이는 애로사항이다. 코로나도 우려스럽다. 마침 요즘엔 수많은 유튜브 채널이 훌륭한 아티스트들의 믹스셋을 좋은 퀄리티로 제공한다. 휴일 낮 우리 집을 세상에서 가장 쾌적한 클럽으로 만들고 싶다면 널따란 TV와 괜찮은 스피커, 크롬캐스트와 AUX 선, 그리고 200원어치의 전기로 충분하다. 사실 하려고 했던 얘기는, 이 언니의 모든 셋이 하나같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트랜스, 테크노, EBM 등을 플레이하는 SPFDJ는 2018년 헤렌사우나의 레지던트 크루에 합류한 뒤 빠르게 실력을 인정받으며 유명인이 됐다. 탁월한 선곡과 믹싱 능력에다 짜임새와 안정감, 과감함까지 겸비한 디제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의 플레이는 나를 평화의 공간으로 데려간다. 그는 나의 소중한 명상 선생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