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기 전까진 죽지 않아>에 수록된 ‘원래의 나로부터 멀어진 죄’라는 에세이는 우리가 인생에서 겪게 되는 필연적 변착 혹은 변화에 관한 글이다. 이 멋진 에세이에서 저자 하닙 압두라킵은 자니 캐시의 “Hurt” 뮤직비디오에 얽힌 짧은 사연을 다룬다. 나인 인치 네일스의 트렌트 레즈너는 20대 때 이 곡을 써서 불렀고, 자니 캐시는 70대에 이 곡을 커버해 불렀지만, “Hurt”의 가사가 주는 울림은 그 세월이라는 벽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무엇보다 늙은 자니 캐시의 “Hurt”는 젊은 트렌트 레즈너의 “Hurt”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매력적이다. 멍청한 남자들 중 소수만이 나이를 먹으며 멍청함에서 벗어난다. 늙은 자니 캐시가 실제로 그리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이 뮤직비디오를 보노라면 그가 선택한 마지막 노래에 경배할 가치는 다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니 캐시의 마지막 뮤직비디오이자 그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영상, 나인 인치 네일스의 “Hurt”를 커버한 뮤직비디오에서, 자니 캐시는 음식을 잔뜩 차린 호화로운 테이블 앞에 앉아 있다. 그 모습은 정말로 그리스도 같다. 비디오는 촉박하게 촬영되었는데, 건강이 악화돼 가던 71세의 캐시가 계절에 맞지 않게 추웠던 내슈빌의 날씨를 힘들어했기 때문이다. 감독인 마크 로마넥은 이 뮤직비디오를 캐시의 건강 상태를 솔직하게 드러낼 기회로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비디오는 인간적인 회한과 비탄으로 가득하다. 캐시의 초기 활동 모습을 찍은 장면들이, 금이 간 플래티넘 레코드와 그의 이름이 붙은 폐쇄된 박물관 화면들과 병치되어 등장한다. 그와 평생을 함께한 아내 준 카터(June Carter)가 애정과 걱정이 함께 어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
언젠가 읽었던 글에서 로마넥 감독은 이 뮤직비디오에서 가장 강렬했던, 그리고 대본에 없었던 순간을 회상했다. 비디오의 마지막 부분에서, 자니 캐시는 와인 잔을 집어 들더니 테이블에 차려진 만찬에다 와인을 쏟은 뒤 잔을 거칠게 내려놓는다. 그 순간 촬영장에 있던 모든 이들이 울기 시작했다고 로마넥은 밝힌다. 캐시는 그 상태로 앉아 눈도 깜박이지 않고 창밖을 바라본다. 거대한 악의 화신이 되기를 원하였으나 스스로에게서, 그리고 모든 악마에게서 살아남은 자의 모습으로. 준은 비디오를 촬영하고 석 달 후 세상을 떴다. 캐시는 그로부터 넉 달 뒤 사망했다. 그는 검은 관 속에 누워 그녀의 곁에 묻혔다.” [죽이기 전까진 죽지 않아, 247-2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