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로서의 책임, 그리고 운영자로서의 현실
최근 1년간 상온 물류 현장의 오출고율은 대부분 0.05% 이하를 유지했다.
수치만 보면, 출고 정확도는 99.95% 이상이다. 거의 완벽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최근 B2B 거래에서 특정 상품만 반복적으로 오출고되는 일이 있었다.
처음에는 흔히 있을수 있는 실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번째 출고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고, 세 번째는 전수검사를 지시했음에도 다시 문제가 생겼다.
화주사, 현장관리자, 담당자 모두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슈 대응과 수습을 위해 나도 많은 시간을 들였다.
그리고 그런 일이 반복될수록,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정작 내 물류센터에서조차사고 하나 막지 못하면서 운영 노하우를 말하는 글을 쓰는 내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아마 많은 리더들이 비슷한 감정을 느껴본 적 있을 것이다.
현장의 이슈로 괴로워하고, 스스로 부족하다고 자책하고, 누군가의 탓보다 먼저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하지만, 모든 책임이 리더 개인의 부족함 때문은 아니다.
관리자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관리자의 잘못도 아니다.
이런 일이 있다고 해서 의욕을 꺾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감정 속에서도, 나는 이 상황을 감정이 아닌 '구조'의 문제로 바라보려 한다.
사고를 낸 '누군가'를 찾기보다, 반복을 막지 못한 시스템을 살피는 것.
이것이 결국 운영자의 역할이기도 하다.
오출고란, 프로세스만 제대로 작동했다면 막을수 있었던 사고다.
그리고 그 프로세스를 한명이 놓친다고 해서 발생하지는 않는다.
작업 지시, 피킹, 분배, 검수 모든 과정 어디서든 한번만이라도 제대로 확인 했더라면 막을수 있었다.
그래서 이슈는 종종 '개인의 실수'보다 '프로세스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거일 때가 많다.
예전에 들었던 말이 있다. "법은 일곱살 아이도 알지만, 여든 먹은 노인도 지키기 어렵다."
운영의 기준과 매뉴얼, 규정은 머리로는 쉽게 이해되지만, 현장에서 매번 그 기준을 지키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슈로 인한 클레임은 자존심이 상하고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시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어떤 장치가 필요한지, 그리고 그 장치가 사람들에게 작동 가능한 방식인지를 고민한다면, 결국 이 일도 지나가게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