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 속 화초의 알피니스트 도전기

어느 날, 그가 말했다. 알프스에 간다고.

by 바위타는 은설

이번에 다녀온 알프스 원정에 대한 여행기를 써보려고 하는데요.


첫 편은 프롤로그인 만큼, 제가 고산 원정을 떠나게 된 계기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저는 암벽등반을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스포츠 클라이밍을 즐기는 클라이머입니다.


그런 제가 어쩌다 보니 생애 첫 유럽여행을 — 그것도 고산등반을 하기위해 다녀오게 되었어요.


감사하게도 주변에서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신 덕분에 무사히 다녀왔고, 다치거나 아픈 곳 없이 잘 돌아왔습니다. 지금은 다시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힘든 일들이 겹치며 마음이 많이 지쳤고 등반을 왜 계속하고 있는지에 대해 깊은 번민을 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런 시점에 도피성으로 시작했던 빙벽등반이 뜻밖에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만들어주었고,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겨울의 매력과 재미를 알게 해주었어요.


그러면서 저는 다시 클라이밍의 매력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죠.


그러던 어느 날, 빙벽시즌이 끝나고 처음으로 제민님과 암벽등반을 하게 된 날이었어요. 어프로치 중에 제민님이 “알프스를 갈까 한다”는 말을 흘리듯 꺼냈고, 예상비용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는 이야기를 예의상 물어봤던 게 기억납니다.


이 때는 미처몰랐지만요.


1740657206180-13.jpg 25년 2월 말, 만경대릿지


잠시 후, 상상도 못했던 눈 덮인 만경대릿지를 등반하게되었고 당시엔 너무 황당했지만 밤에는 도파민에 절여져 잠을 설칠정도였습니다.


20250226_130829.jpg 25년 2월 말, 만경대릿지


다음 날 새벽,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가 제민님에게 "알프스 가는 거 확정이에요?"라고 카톡을 보냈던 게 이 원정의 시발점이었습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알프스나 고산등반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었어요. 그럼에도 자꾸만, 최근 추진하다가 무산된 해외 원정 계획들이 떠올랐고, 관심이라곤 1도 없었던 곳이지만 ‘알프스라도 가보자’는 충동적인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 후, 제민님의 주도 하에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이전의 저라면 상상도 하지않았을 기상천외하면서도 다양하고 재미있는 등반들을 하게 되었죠. 스포츠 클라이밍만 해오던 저에게는 신선한 자극이자, 다시금 클라이밍에 대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달간 훈련과 일상을 열심히 살아내다 보니, 전혀 실감 나지 않던 알프스 원정 출국일이 어느새 다가와 있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부족한 점은 많았고 내가 이걸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습니다.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 알프스가
설레임으로 다가왔다는 것


그래서 이제부터 한 편씩, 알프스 원정의 기록을 남겨보려 합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풍경들 사이에서,

조금… 어쩌면 많이 모자라고 어설펐던

'어쩌다 알피니스트 지망생'이 겪은

수많은 감정들과 순간들에 대해서요.



프롤로그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본격적인 여행기를 시작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