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어벤저 MHEV, 국내 인증 완료
지프가 전기차 실패의 상처를 딛고 하이브리드로 국내 시장 재도전에 나선다. 환경부 자동차 배출가스 및 소음 인증시스템(KENCIS)에 따르면, 어벤저 MHEV eAWD 모델이 작년 12월 8일 공식 인증을 통과했다.
이는 곧 국내 출시가 임박했음을 의미하며, 브랜드 이미지 회복과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스텔란티스코리아의 전략 변화가 본격화됐음을 시사한다.
지프 어벤저는 2023년 한국 시장에 첫 순수 전기차(EV)로 상륙했지만, 혹독한 평가를 받고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퇴장했다.
400km 주행거리를 강조했지만 인증 기준은 295km에 그쳤고, 시작 가격 5,290만 원은 대중성을 얻기엔 지나치게 높았다. 결국 누적 판매량은 177대에 불과했고, 브랜드 최초 EV는 조용히 단종 수순을 밟았다.
이번에 인증된 어벤저 MHEV는 같은 차체를 기반으로 하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과 e-AWD(전자식 사륜구동)을 탑재하며 완전히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충전 인프라 부담 없이 하이브리드의 접근성과 브랜드 고유의 오프로드 감성을 동시에 겨냥한 구성이다.
어벤저 MHEV eAWD는 1.2리터 3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한다. 변속기는 6단 e-DCT(전동화 듀얼클러치)를 채택했고, 후륜에는 각각 21kW 출력을 내는 전기모터 2개를 독립 배치해 전자식 사륜 시스템을 완성했다.
이러한 구조는 기계식 프로펠러 샤프트가 없는 e-AWD 시스템으로, 일반적인 AWD 대비 무게와 공간 효율이 뛰어나다. 최고출력은 136마력, 최대토크 23.5kg·m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9.5초가 걸린다. 최고 속도는 195km/h, 복합 연비는 WLTC 기준 18.2km/L를 기록했다.
2026년 1분기 출시가 예상되는 신형 기아 셀토스 하이브리드가 리터당 23km 연비를 목표로 하는 가운데, 어벤저의 연비는 다소 낮은 편이다. 하지만 지프 어벤저는 사륜구동을 기본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시장 내 포지셔닝이 다르다.
셀토스 역시 추후 e-AWD를 도입할 계획이지만, 국내 인증 시점 기준으로는 어벤저가 한발 앞섰다. 이로써 지프는 도심형 SUV 수요층뿐 아니라 눈길, 빗길, 산길 주행이 많은 레저 고객층까지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전략적 무기를 갖췄다.
어벤저 MHEV는 단순히 파워트레인을 바꾼 수준을 넘어, 전기차 버전의 실패를 냉정히 분석하고 보완한 흔적이 엿보인다. 충전 스트레스 없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AWD 기반 주행 성능, 실내외 상품성 강화가 핵심 변화 포인트다.
유럽 판매 기준으로도 기본 트림부터 10.25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중앙 디스플레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이 탑재되며, 지프 특유의 ‘셀렉-터레인’ 주행 모드는 4가지 드라이브 셋업(오토, 머드, 스노우, 스포츠)을 지원해 주행 환경에 따른 대응력을 높였다.
고급 트림으로 올라가면 레벨 2 수준의 준자율주행 시스템, LED 헤드·테일램프, 전동식 테일게이트, 무선 충전 시스템, 사각지대 경고장치 등이 적용된다. 특히 유럽에서 판매 중인 ‘노스 페이스 에디션’은 노란색 포인트 컬러와 전용 휠·시트 디자인을 통해 젊은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가격도 주목할 부분이다. 영국 기준으로 어벤저 MHEV는 3만 1,725파운드(약 6,242만 원)부터 시작해, 기아 EV3(약 6,494만 원)와 비슷한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6천만 원대 소형 SUV’는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이 변수다.
지프 어벤저 MHEV의 가장 큰 리스크는 국내 소비자 정서에 맞지 않는 가격 책정 가능성이다. 전기차 모델도 5,290만 원부터 시작했지만 판매에 실패한 바 있으며, 국산 경쟁 모델보다 연비가 떨어지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차량이 6천만 원대에 출시된다면 다시금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아직 국내 출시 가격과 트림 구성, 보증 조건 등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이 모든 요소가 소비자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26년 상반기 셀토스 하이브리드와의 정면 대결에서 어벤저가 브랜드 이미지 반전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