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무신호 횡단보도, 일시정지 의무 '전무'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 안전에 대한 우려가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이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쿨존 내 무신호 횡단보도에서 운전자들의 일시정지 준수율이 사실상 ‘0%’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지난 3월 서울과 대전 지역의 스쿨존 2곳에서 실시됐으며, 이곳을 지나간 차량 105대 중 단 한 대도 보행자 유무와 관계없이 일시정지를 하지 않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실제 보행자가 횡단 중인 상황에서도 91.4%의 차량이 멈추지 않고 무정차로 통과했다는 점이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27조 제7항은 어린이 보호구역 내 무신호 횡단보도에서 모든 차량은 반드시 일시정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은 2022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위반 시에는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 원이 부과된다.
하지만 실태는 법 조항과 거리가 멀다. 운전자들의 낮은 인식 수준과 관행적인 무정차 운전이 여전히 스쿨존 내 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9~2023년) 동안 스쿨존 내 어린이 보행사고는 총 1,933건에 달하며, 이 중 사망자는 16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어린이날을 포함한 5월은 사고 발생률이 높은 시기로 나타나, 가정의 달을 맞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과속 역시 스쿨존 안전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제한속도는 시속 30km로 규정돼 있으나, 일부 운전자들은 이를 초과해 주행하고 있다. 제동거리만 보더라도 시속 30km에서 약 4m인 반면, 시속 50km로 달릴 경우 제동거리가 약 12m로 늘어나 보행자 충돌 가능성이 급증한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도로교통공단은 각종 카드뉴스와 SNS 콘텐츠를 통해 스쿨존 안전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단순한 서행보다 일시정지가 훨씬 효과적인 사고 예방 수단임을 인식하고,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시정지는 차량과 보행자 간 시야 확보를 가능하게 하며, 운전자가 보행자 유무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충돌 위험을 줄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운전자들이 해당 규정을 무시하거나 모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쿨존에서의 일시정지는 단순한 법규 준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곧 어린이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행위이며, 운전자의 태도 변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도로 위의 작은 실천이 큰 변화를 만든다. 모든 운전자가 스쿨존 무신호 횡단보도 앞에서 잠시 멈춘다면, 그 자체가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스쿨존 앞에서는 반드시 멈춰야 한다는 인식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