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90%가 모르는 ‘쉬프트 락 릴리즈’
배터리가 방전돼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것도 난감한데, 여기에 기어 레버마저 ‘P(주차)’에 고정돼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떨까?
이중주차된 차량을 옮겨야 하거나 견인차가 도착했는데도 차를 밀 수 없는 최악의 상황. 사실 이 문제는 기어 근처에 숨어 있는 작은 ‘비밀 버튼’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 그 이름은 바로 ‘쉬프트 락 릴리즈(Shift Lock Release)’다.
기어가 ‘P’에서 움직이지 않는 현상은 고장이 아니라 ‘쉬프트 락(Shift Lock)’ 기능이 작동한 정상적인 상태다.
이 장치는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상태에서 기어를 조작하는 것을 방지하는 안전장치로, 오조작으로 인한 차량 급발진을 막기 위한 필수 기능이다. 문제는 이 장치가 전기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배터리가 방전되면, 브레이크를 밟아도 전자식 잠금이 풀리지 않아 기어가 완전히 고정된 상태가 된다.
이때 전원 없이 잠금을 강제로 해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쉬프트 락 릴리즈’ 버튼이다.
기계식 기어 레버가 있는 차량에는 대부분 ‘SHIFT LOCK’이라고 적힌 작은 덮개가 있다. 이 덮개를 자동차 키나 뾰족한 도구로 열면 안쪽에 버튼이 보이는데, 이를 누른 상태에서 기어를 ‘N(중립)’으로 옮기면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도 차량을 밀 수 있다.
이 간단한 조작만으로 견인차 호출 없이 차량을 이동할 수 있어,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알아두면 단돈 10초 만에 수십만 원을 아낄 수 있는 ‘생존 기술’인 셈이다.
최근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등에서 출시되는 차량은 버튼식 또는 다이얼식 전자 변속기가 적용되고 있다.
이런 변속기에는 별도의 ‘쉬프트 락’ 구멍이 없기 때문에, 작동 방식이 더 복잡하다.
차량에 최소한의 전력이 남아 있을 경우,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 ‘N(중립)’ 버튼을 약 3초 이상 길게 누르면 강제 중립 모드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된 경우에는 센터 콘솔 하단이나 변속 모듈 근처에 있는
수동 해제 레버를 직접 조작해야 하며, 차종별 위치와 조작법이 다르다. 따라서 차량 취급설명서(매뉴얼)를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쉬프트 락 릴리즈를 모른 채 기어를 ‘N’으로 놓지 못하면, 견인차 기사는 ‘돌리(Dolly)’ 장비를 사용해야 한다.
이는 구동축 바퀴를 들어 올려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추가 비용과 시간이 발생한다.
특히 사륜구동(AWD) 차량을 강제로 끌면 변속기 내부 손상으로 수백만 원대의 수리비가 발생할 수 있어 절대 금물이다.
기어 레버 옆의 작은 ‘쉬프트 락 릴리즈’ 덮개. 평소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배터리 방전·견인 상황에서는 수리비와 시간, 안전을 모두 지켜주는 비상 탈출구가 된다.
자동차 매뉴얼 한 줄과 이 작은 버튼의 위치만 기억해도, 당황스러운 긴급 상황에서 침착하게 차량을 움직일 수 있다. 이제 내 차에도 ‘그 버튼’이 어디에 있는지, 지금 바로 확인해보자.